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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370433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1-07-20
책 소개
목차
차례
초코파이 7
샤브샤브 32
폐가 61
동물농장 84
대본 116
마술쇼 139
올가미 182
연극 210
미끼 238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심사평| 267
|작가의 말| 27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만큼 앞에서 노부부가 나란히 서서 세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는데도 딱히 시선을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모르는 사람끼리 눈길이 마주치면 얼른 고개를 돌리는 게 예의 아닐까. 지금 같은 상황에 처할 때마다 세민은 동물원의 동물이 된 것 같았다. 글쎄, 엄마 말대로 괜한 피해의식일까. 결국 먼저 고개를 돌린 건 세민이었다. 세민은 급히 가야 할 곳이 있는 것처럼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얼마큼 걷다가 뒤돌아보니 노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자신을 몰래 구경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번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얼굴에 엉겨붙는 시선을 걷어내듯 세민은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어디로 가지?
세민은, 엄마가 마술사라면, 그래서 세상에서 꼭 한 가지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뭘 없애고 싶어? 하고 물었다. 그녀는 손바닥을 살짝 오므렸다. 피가 손금을 따라 진득하게 흘러내려와 손바닥 한복판에 고여들었다. 그녀는 물끄러미 그 피를 쳐다보았다. 엄마에게 그 질문을 던지던 순간 아들이 떠올렸던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꼭 한 가지를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세민은 무엇을 없애고 싶을까. 그 나이에, 열두 살밖에 안 된 나이에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고 싶은 걸 곰곰이 궁리했을 아들을 떠올리자 온몸의 피가 싹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으로 벽을 짚었다. 곧 방에서 또 한 번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입술만 달싹거려 어제 아들 앞에서 하지 못했던 답을 말했다.
“네가 없애고 싶은 그것.”
형사가 마네킹을 바닥에 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