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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한권] 무명의 소식](/img_thumb2/9791167471178.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471178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3-07-30
책 소개
목차
비둘기
냄새
외계인
보금자리
중앙선
도미노
너와 나의 거리
무명의 소식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비둘기가 싫다. 싫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혐오, 소름이 끼칠 정도다. 내게 가장 심한 욕은 ‘새대가리’, ‘비둘기 같은 놈’이다. 조류란 조류는 모두 싫지만, 비둘기를 유독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둘기의 뻔뻔함이다. 비둘기는 사람이 흘리거나 버린 음식물을 마치 원래부터 주식으로 삼아온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사람의 위 胃에 들어갔다 나온 토사물 따위도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새와는 달리, 사람이 다가가도 제집 앞마당인 양 거리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보자면 나도 모르게 욕지기가 나오고 마는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도 그랬다. 집을 나서자마자 날 맞이한 건 비대한 비둘기 한 무리였다. ‘과연 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비둘기 무리를 피해 다른 길로 향하고 있었다. 덕분에 타야 할 버스를 눈앞에서 놓쳤고, 서둘러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택시기사는 유난히 말이 많았고, 택시는 신호마다 멈춰 섰다. 출근길 내내 답답함과 짜증, 불안감이 교차했다. 벌써 이런 경우가 몇 번째인지 세기도 힘들다.
출근 시간 직전이 되서야 사무실에 도착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게 모두 비둘기 때문이야.”
- ‘비둘기’ 중에서
묵은 담배 냄새와 버리지 않아 쌓여있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는 그의 작은 방은, 효림에게 좋아하지 않는 반찬에 더 가까웠다.
긴 수험생활 끝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남자친구는 돈 한 푼 쓰지 않고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침대 모서리에서 휴대폰을 만지던 효림은 방 안의 냄새와 자신에게 지분거리는 남자친구의 땀 냄새가 겹치자 코로 숨을 쉬는 것을 멈추고 입으로 숨을 ‘후우’하고 뱉었다 삼켰다. 자정이 다 되어 남자친구가 얼렁뚱땅 효림의 손에 쥐여 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가면서 효림은 왜인지 B 팀장이 떠올랐다.
- ‘냄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