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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7526489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손잡이가 있어 다행이다
뿌리 깊은 유희
정복의 알고리즘
일요일과 침대
파티
남용濫用
희망
새들은 죄가 없다
노스탤지어
불면
포스트 신데렐라
바이러스
이중주
전철
도자陶瓷
장마
제2부
풍경이 활짝 펴지듯
강정
밤
당번들
비 오는 날
연인들의 이야기
오해
검은 발자국
변주, 바다를 주제로 한
해변의 찔레꽃
동거
분홍
필요하지 않은
겨울 이야기
정동진에서
나무들에겐 국경이 없다
제3부
연민으로 동심원을 그리는
꿈 이야기
봄
닥터 도티의 마술
조문
전화
말랑함을 위하여
비
무지개
학구적 인간
언어 사용에 관한 몇 가지 지침
포맷
선운사 동백꽃
보름달
낯익은 바람에게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정이 되기 전에 저는 이만 돌아갈래요
반짝반짝 웃고 있는 유리구두와 예쁜 드레스
아무리 파티가 아름다워도 돌아갈래요
제게는 집안일과 또 다른 할 것들이 많아요 요즘은 원본과 달리 얼마나 편해졌다구요 밥은 하루 한 끼 맘씨 좋은 전기밥솥에 부탁하면 되고 빨래는 마당쇠같이 힘센 세탁기가 이불도 거뜬히 씻어 주고 먼지라면 두 눈 뜨고 못 보는 진공청소기가 매일매일 걷어 내니 두꺼비와 생쥐들도 오래전에 낙향하여 계모와 의붓자매들도 트집 잡을 게 없어요 자기들 생활이 바빠 하루 한 번 얼굴 보기도 어려워요
파티가 황홀하고 왕자님이 좋지만 돌아갈래요
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원본처럼 왕자님과 결혼도 생각지 않아요 칙칙칙 전기밥솥이 즐겁게 밥을 짓는 동안 세탁기는 빨래를 돌리고 청소기가 집 안 곳곳을 단장한 후에 저는 딱 제 스타일인 믹스커피를 마시며 책과 음악이 준비한 마차를 타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를 여행하죠 때론 샴푸 향과 잘 익은 포도의 까만 낭만과 외도를 즐기기도 하죠 그럴 땐 꿀벌들이 닝닝닝 가슴의 꿀을 훔쳐 가도 내버려 두죠 (후략)
_「포스트 신데렐라」
외투를 벗자 손을 내밀며 봄이
분홍을 소개해 주었다
나는 시골 태생이라
진달래가 가르쳐 준 분홍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처음처럼 인사를 주고받았다
지난겨울에는 크레파스를 잃어버려
아무 그림도 그릴 수 없는 시린 손발이
도화지를 슬프게 하였는데
춥다는 핑계로 문구점에는 가지 않아
그림으로 가던 도화지가 길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 바람에 풍경은
무채색을 빠져나가기 위한 바람과의 언쟁에
남은 잎들마저 모두 잃어버렸고
나는 도화지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분홍을 직접 찾아 나서려다
곱디고운 그 생각을 신발장에 도로 넣은 적도 있었다
그때 만났더라면 오래전 친구가 되었겠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분홍이 내미는 손
겨울이 끝남을 직감했다
_「분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