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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911032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2-02-14
책 소개
목차
1. 지금의 내가 그 옛날의 어린 나에게,
웃으며 그동안 잘 있었냐고 인사합니다.
2. 그녀의 미소가
내가 본 그 어떤 꽃보다 더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3. 넌 비와 달리기를 해 본 적이 있니?
4. 난 언제쯤 그녀의 목소리에 담담해질 수 있을까요?
5.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도
눈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6.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손뼉 치며
좋아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7. 초가 촛불로 타오를 수 있는 건
바로 심지 때문이 아닐까요?
8. 마치 내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기분이야.
9.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순간적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10. 그 무엇보다도 삶이 더 중요해.
그것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11. 생손가락을 앓아본 적이 있니?
지금 나는 생손가락 앓는 것처럼 아파.
12. 나는 도저히 그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예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13. 라비니아가 거기 이게 되면서부터는
내 마음의 한 부분은 항상 거기에
라비니아와 같이 머물렀습니다.
14. 나, 동화 쓸래.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꿈을
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쓸래.
15. 오늘날의 제가 있게 한 사람은
라비니아였습니다.
16. 갑자기 내가 끝까지 지켜 주지 못했던
나의 라비니아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소녀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무렇게나 뭉뚱그려진 내 기억의 한 켠에서 이제 막 영혼의 울림 같은 청정한 소리가 내 귓가에 또렷하게 들린 것입니다. 아련하게 흩날리던 그 음절들 하나하나가 지금 연분홍빛 꽃잎으로 다시 살아나, 내게 하나하나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나는 차마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미소가 내가 본 그 어떤 꽃보다 화사하게 피어났습니다. 이어 내 머릿속은 나의 오랜 그녀, 라비니아를 정확하게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여러분께 바로 그 라비니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녀는 긴 머리칼에 키가 컸습니다. 그리고 소매 없는 길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몇 송이의 꽃을 들고, 또 다른 손으로는 하얀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린 그 모습은 순간적으로 정지되어 마침내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하나의 상으로 내 머릿속에 뚜렷이 새겨졌습니다. 나는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몰래 훔쳐보는 사람처럼 그녀를 찔끔찔끔 쳐다보았습니다. 그녀의 조각 난 모자이크들이 하나의 형상으로 맞춰질수록 내 심장이 점점 빨리 뛰었습니다. 마침내 그녀의 모습이 완성되었을 때에는 그녀가 내 앞을 지나 햇빛으로 사라진 후였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그녀를 이루던 부드러운 선들은 내 머릿속으로 옮겨 와서 하루 종일 나를 귀찮도록 따라다녔습니다.
마침내 이슬 머금은 그 꽃봉오리가 터졌나 보았습니다. 그녀의 깃털 같은 웃음이 내 귓가를 간질였습니다. 그리고는 역시 짧은 대답 한 마디가 그녀의 분홍빛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