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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8343887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6-06-24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4부
5부
작가의 말 ∣ 추천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다시 태어날 세계는 반드시 극락으로 만들 것이다. 증오하는 것들이 멸망하는 세계, 미움이 보상받는 세계. 하늘에 뜬 극락의 머리채를 잡아 이 땅으로 내릴 것이다. 6월의 꽃잎을 무참히 적시는 빨간 불행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 목숨값으로 당신의 인생에 족쇄라는 장식을 만들어줄 테니까.
(p. 18)
위장된 사랑이란 구름을 끼운 쇠꼬챙이. 바깥에서 바람이 불면 한 조각씩 사라져 앙상한 대만 남을 예정이었다.
“엄마. 부끄러운 딸이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누가 너한테 부끄러운 딸이라던?”
“아파트 공원에서 어떤 이웃이 그랬어요. 엄마랑 아빠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나는 부끄러움 별로 안 타잖아요.”
“자꾸 너한테 헛소리하는 놈이 누군데? 어디서 뭘 들었기에 다 지난 일을.”
“다 지난 일?”
“아무것도 아니야.”
계모에게 가상의 적들을 예고 없이 거듭 조우시켰다. 전생에 가져온 봇짐을 천진무구함에다 흠뻑 적셔 그녀의 얇은 어깨 위에 쌓았다. 나를 의심하려 하면, 금방이라도 눈에서 홍수를 쏟을 듯이 억울한 체를 하고는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누군가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당신은 피해를 받고 있다. 자작한 국물에 밀가루 면이 풀어지듯 나는 계모의 삶을 천천히 지옥탕으로 만들어갔다.
“연린아. 너 슬퍼 보여.”
“슬픈 게 아니라 적응해서 그래.”
“우리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내 부모가 서로 헐뜯고 이혼하면, 아니, 서로 죽이기까지 하면 내가 너희 부모도 죽여줄게.”
“어떻게?”
은정이 까치발을 들었다. 맹렬히 솟아오르는 몸은 작을지언정 빳빳했다. 나를 동여매려는 은정의 두 팔을 느슨하게 털어냈다. 접촉에서 매끄럽게 벗어날 때 은정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입을 맞추려는 의지가 없어도 누군가에게 얼굴을 들이밀 수 있는 이 아이는 아직 순진했다. 때가 타지 않아 오히려 더 위험했다. 너와 나는 비슷한 뿌리를 가졌다. 타인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태어난 저주일 테지. 그 비극이 어리석어 귀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