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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368620
· 쪽수 : 258쪽
· 출판일 : 2023-05-02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관타나메라로 불린 여인
손해 볼 일
그녀는 풍각쟁이
흐린 날엔 바로크 그리고 사이폰 커피
아무도 없는 그 길 끝에 서다
산중 노숙(Biwak)
길양이
고유권한
저자소개
책속에서
구속받거나 종속되는 삶은 그녀가 결코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 없이 그녀 혼자만은 의미가 없음을 그녀도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서로 공생관계를 이어나가야만 했다. 컴퓨터 매개 환경이 만들어내는 가상공간에서 저항하겠다던 그녀가 하던 행동은 현실 공간으로 빠져들면서 다시 한번 그녀를 각성시켰지만, 여전히 자신을 스스로 구해내질 못하고 지칠 대로 지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가상과 실상의 어딘가에서 그녀는 맨발로 달리는 와중에 왠지 모르게 그만 울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한없이 깊은 밤은 도망가는 그녀를 붙잡으려고 한참을 쫓고 또 쫓아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선배로부터 취업 선물로 받은 사이폰 커피포트를 수줍게 건네주었다. 선배는 마지막으로 일하던 그날 나에게 자신이 매우 아끼던 그걸 선물로 주었다. 그것은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주로 보편화되었던 일본 제품이 아니었다. 선배가 유럽에서 가져온 영국 제품으로, 꽤 오래되고 희귀한 거였다. 그래서 사이폰 커피를 즐겨 마셨던 그녀가 그것을 가진다면 더 가치 있을 것 같았다.
“외로우면 이걸로 커피를 만들어 마시면 되지. 난 사실 커피 맛은 잘 몰라. 좋아하질 않아서. 그저 커피 향이 좋을 뿐….”
그녀는 선배가 나에게 준 선물임을 알고는 받기를 주저했으나 내가 계속 권하자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졌다. 우울한 모습으로 들어왔던 그녀가 밝은 모습이 되어 손을 흔들어주고 나갔다. 늦은 밤 카페의 마지막 손님이 그렇게 떠났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본 베르사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가게를 나서며 간판의 불을 껐다.
그 이후로는 카페 ‘흐린 날엔 바로크’에 더는 가본 적이 없다.
“우린 모두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고아 같은 존재란다. 부모 곁에서 자란 아이들도 삶의 무게 앞에선 외로움을 느낄 수 있지. 고아는 이렇게 공통적인 말인데도 유독 너희 같은 아이들에게만 그런 이름을 붙여 부른다는 것이 나는 못마땅한 거란다.”
그제야 Y는 목사의 말에 공감이 갔다.
“그럼 뭐라 불러야 해요?”
“길양이!”
Y가 길고양이냐고 묻자 목사는 웃으며 이내 ‘길 잃은 어린양’이라 말해주었다. 끝에 ‘이’는 지시대명사라고 했다.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