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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551633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3-06-20
목차
작가의 말 5
1. 통방
2. 검사의 소환
3. 검사 앞에서
4. 6·25전쟁
5. 휴전과 집안의 경사
6. 돌아온 큰아들
7. 자식을 보내면서
8. 교회
9. 간첩
10. 중앙정보부
11. 대학생인 막내아들도 간첩
12. 이혼당한 딸
13. 아내
14. 기도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처럼 슬프게 울고 있는 소쩍새의 사연은?”
윤 교장은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서러운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았다.
“사형수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의 원혼일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사형수의 영혼이 찾아왔을까?”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영 시 오십 분….”
윤 교장은 눈을 감고 함께 따라 부르고 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니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쳤다. 눈물방울은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자신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막걸리 몇 잔 걸치고 밤늦게 집에 가면서 술주정을 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밖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검사의 마음 한구석에는 동정심이 도사리고 있었다. 피의자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남았다. 몇 번을 역지사지하여 보았다. 자신의 자식이 월북했다가 간첩으로 남파되어 찾아왔다면 당연히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이기 때문이었다. 분단의 현실이 비극을 만들어 내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러나,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구형은 사형이야! 아마 사형을 면하지는 못할걸. 희생양이 분명하니까!”
검사는 속으로 뇌까렸다. 피의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슴이 아팠다. 자신은 비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지가 그랬다. 사형을 구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선고는 판사가 하게 될 것이다. 판사도 양심껏 판결을 할 수 없게 될지 몰랐다. 대통령이 삼권을 쥐고 있는 유신정권이었다.
윤선준은 재산이 많기에 공산당의 당원들이 벼르고 있었다. 붙잡히면 인민재판을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언제 어떻게 총살당하게 될지 몰랐다. 바람 앞의 촛불이었다.
윤선준은 죽지 않으려고 집 뒤란 대밭에 파 놓은 땅굴 속에서 숨어 지내야만 되었다. 그 구덩이는 일제 강점기 때에 파놓은 대피소였다.
“이념이 무엇이기에? 전쟁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국민을 죽이는 피비린내가 그리도 좋은가? 입은 두었다가 어디에다 쓰려고…. 마주 앉아 화해하면 안 되는 건가?”
선준은 바지랑대처럼 서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한 민족이 좌익, 우익 하며 철천지원수가 되어버렸다. 상대방이 역적이라고 하면서 앙갚음하겠다고 미쳐 발광하고 있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힘으로 짓밟아서 같은 패거리들만 기득권을 잡아 잘살아 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전쟁을 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