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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553118
· 쪽수 : 274쪽
· 출판일 : 2025-01-05
목차
금혼여행 프롤로그 4
제1부 금혼여행 서유럽을 가다
☾ 1일 차
생소한 문화를 찾아서 12
카타르행 밤비행기 14
☾ 2일 차
파리의 지붕은 우수에 젖었다 16
철의 여인 에펠탑 20
소띠에를 기억하세요 24
비극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27
☾ 3일 차
파리 보물 찾는 날 31
샹젤리제 거리에 태극기가 36
소풍 간 기분으로 유럽 도시락 여행 39
아버지란 위상을 먹고 사는 아버지 41
☾ 4일 차
상상 속의 융프라우를 보며 47
별 일곱 개의 노인 50
스위스 뮈렌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53
베르디와 푸치니 그리고 스칼라극장 57
3,519개의 조각상이 있는 두오모성당 62
☾ 5일 차
로마 신화 속으로 64
바티칸은 또 하나의 나라 66
콜로세움의 교훈 70
트레비분수에서 헵번을 찾다 74
스페인 광장을 오르며 77
☾ 6일 차
유럽 문화의 꽃 피렌체 79
검은 닭의 비밀은 와인병에 있었다 82
단테의 도시, 르네상스의 도시 85
신이 인간을 심판하다 90
단테가 이루지 못한 사랑 92
구원의 서사시 신곡 96
☾ 7일 차
물의 도시 베네치아 100
베네치아 중심, 산마르코광장 104
샤일록은 악마였을까? 108
괴테·루소·스탕달·카사노바가 즐겨 찾던 플로리안 카페 114
여행이란 다시 돌아오는 것 116
금혼여행 에필로그 118
제2부 하늘바람
한강 북춤 122
작은방 하나를 갖고 싶다 127
일출봉 물안개는 봄의 전령인가 132
올레, 얻은 것과 잃은 것 141
우레비 143
나는 이따금 K 영감을 생각한다 147
붓꽃 154
하늘바람 159
20년 애마를 보내며 171
아버지란 이름의 전차 177
동백 시인 그리고 라트라비아타 182
자전거 타기 190
가을빛을 마중하며 195
카톡이 된 까치 199
우리 안의 서구우월주의 204
제3부 푸른 전쟁
언감생심 210
혼살(혼자 살기) 연습 214
도시 카멜레온 217
무의 221
할아버지 이야기 226
술, 별밤 그리고 할머니 234
기적은 땅에서 걷는 것 239
코로나 잃은 것과 찾은 것 244
치매보다 무서운 병 250
소년등과의 모순 254
그리그는 살아 있다 257
문학이란 거울에 비친 우리들 266
내 이 골목을 걸으며 하늘나라로 가련다 270
거북이 등을 탄 뻐꾸기시계 273
저자소개
책속에서
잠깐이나마 햇살이 내리고 푸른 초원과 그늘이 있고, 밥과 김치, 고추장이 있고, 한국서 가져온 소주 한 잔이 있다. 이국에서의 소풍치고는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파리 여행의 피곤함이 한꺼번에 달아났다. 초등학교 때 소풍 같은 유럽 여행, 이것도 낭만 있는 여행의 한 토막이 아닌가.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시공(時空)이 맞지 않는 문장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시공의 한계가 아닌 연속적인 의미도 있다. 지나갔지만 다가올 시간, 얼빠진 투쟁 속에서 이 세상 누구만큼 그를 사랑했고, 누구만큼 빛나는 존재였다는 것을 기억한다.
죽음이라는 명제를 향한 외길을 걷는 이쯤에서면 어떻게 떠날지도 대충 안다. 그러기에 낯설지 않은 미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오래된 미래’다.
그네 틀 위에서 남색 통치마를 입은 아낙들이 검은 머리에 자줏빛 댕기를 날리는 모습은 마치 속박을 벗어나 자유로운 하늘로 날아오르는 한 마리 학이었다. 옥죄인 삶으로부터의 탈출이자 자유였다. 그넷줄이 바람을 가르며 앞뒤로 흔들릴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설영도 그네를 타고 싶었다. 5월의 하늘바람이 되어 훠이훠이 푸른 하늘을 날고 싶었다. 백두대간에 갇힌 채, 예절이라는 굴레에 숨죽인 그녀는 가끔 경포 호수 위를 날고 있는 갈매기가 되고 싶었다.
사계는 다 그들만의 존재가치가 있지 않은가. 봄의 화려함, 여름의 정열, 그리고 겨울의 냉철함이 그것이다. 가을은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온 힘을 기울인 열과 냉이 결합한 결과물을 낳는다.
거실 흰 벽에 박제된 거북이 한 마리와 낡은 뻐꾸기시계 하나가 걸려 있다. 거북이는 결혼할 때 아내의 지참물로 53년을, 시계는 친지가 선물한 것으로 30년을 함께한다. 지난 오랜 시간 뻐꾸기 소리에 출근하고, 머리를 들고 기어오르는 거북이를 보며 마음 다잡기도 했다. 어쩌다 뻐꾸기 소리를 듣지 못하면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했고, 거북이를 보지 못할 때는 참고 천천히 할 것을 마음속으로 되새기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나와 그들 사이에 정이 깊어 갔다. 거북이로부터 인내의 삶을, 시계로부터 시간의 흔적을 느끼고 배웠다.
계절이 바뀌면서 그들도 늙어 갔다. 윤기 나던 거북이 등은 거칠게 갈라지고, 시계도 고장이 나 뻐꾹 소리가 나지 않았다. 좌우로 흔들던 추가 멈췄을 때는 서투른 솜씨로 고치기도 했다. 사람이 나이 들어가며 다치고 병이 들어 병원에 다니는 것처럼 그들도 여태껏 살아온 내 인생을 닮았다. 어쩌면 오랜 세월 감성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내 분신 같았다. 이제 뻐꾸기시계와 박제 거북이는 나와 함께하며 미래를 향한 동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나의 분신이 되었기에 말이다.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는 낡은 뻐꾸기시계와
차근차근 끊임없이 노력하며 오르는 박제 거북이.
이 둘의 이미지는 한 몸이 되어 나 자신의 인생과 동일시되었다.
이 책의 제목 『거북이 등을 탄 뻐꾸기시계』는 그렇게 지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