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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0320937
· 쪽수 : 294쪽
· 출판일 : 2022-10-2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흥덕사의 봄 / 10
왜구 장연현을 침구하다 / 24
직지의 수난 / 48
역참 / 59
실상사 / 77
황금을 찾아서 / 86
은월암에서 금은사까지 / 107
고려장수 / 116
흥덕사 사람들 / 130
웅거 / 142
활자 / 159
고려군 / 167
국운 / 182
전투 / 198
토착왜구 / 219
첩자 / 229
분지골 / 261
중원에 지는 노을 / 282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마카와 료순은 고려인 포로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당당히 팔만대장경을 요구했다. 그런데 포은 선생이 생각하기에도 고려의 보물인 팔만대장경을 왜인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
스님들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요구하는 포은 선생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팔만대장경 대신에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책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함부로 덥석 내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왜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내주었다가는 다음에 또 무엇을 요구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왜인들이 무슨 목적으로 책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호사품이 아닙니다. 책을 만든 목적은 많은 사람이 불법을 깨우치는데 도움을 주려는 것입니다.”
흥덕사에서는 일단 다급한 난은 피하고 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선 인원을 셋으로 나누었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피신했다가 왜구들이 물러가고 나면 다시 모이기로 했다. 석찬 스님은 인출장 최은집과 감교관 박재만과 한 패가 되었다. 이미 책으로 완성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열 권과 이미 만들어 놓은 활자판을 챙겼다. 완성본 열 권은 각자 나누어서 짐 속에 넣었다.
석찬 스님은 동쪽으로 무심천을 건넜다. 밖에서 거주하던 가솔들까지 합치니 따르는 무리들이 서른 명 남짓했다. 방향을 속리산으로 정하고 보은을 향해 걸었다. 노숙을 하며 사흘 만에 닿은 곳이 상주 북쪽의 갈령이었다. 속리산의 남쪽 자락이었는데 은월암이란 작은 암자가 있었다. 서른 명이나 되는 인원이 거주하기에는 턱없이 비좁았으나 임시로 바위벽 아래 움막을 치고 거주하기로 했다. 남자들은 산에 들어가 양식이 될 만한 것들을 거두어왔다.
삼도순찰사 이성계 장군은 지리산 실상사에서 만났던 흑두타 스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랐다. 속리산을 넘어 한강이 나올 때까지 지형을 두루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날 저녁 늦게 흥덕사를 살피러 나갔던 남자가 돌아왔다. 아직까지 흥덕사로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불탄 절터 근방에는 사람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함부로 흔적을 남겼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어 불타고 남은 주춧돌 옆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말목을 하나 세워놓고 왔다고 했다.
다음날 석찬 스님을 비롯한 흥덕사 식솔들과 삼도순찰사 이성계 장군이 이끄는 고려 군사들은 함께 은월암을 떠났다. 인출장 최은집의 아들 최인규는 길을 떠나면서 몇 번이나 은월암을 뒤돌아보았다. 은월암은 아버지를 왜구의 손에 잃은 곳이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장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