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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도끼

붉은 도끼

김태환 (지은이)
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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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도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붉은 도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985
· 쪽수 : 294쪽
· 출판일 : 2025-09-25

책 소개

울산소설가협회 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태환 작가가 반구천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펴낸 장편소설이다. 경상일보에 연재하기도 한 이 소설은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목차

작가의 말

붉은 돌도끼 / 10
버드나무 숲 / 29
하카다 / 47
아름다운 호수 / 71
조선인 다케시 / 99
암각화 / 116
유리 / 137
사막 / 152
귀향 / 175
운명 / 189
백운산 그늘의 사람들 / 219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 / 239
흐르는 물 / 262

저자소개

김태환 (지은이)    정보 더보기
충북 괴산 출생. 『한국소설』로 등단.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울산소설가협회 회장. 단편집 『낙타와 함께 걷다』, 장편소설 『니모의 전쟁』 『계변쌍학무』 『박달산 직지를 품다』 직지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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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붉은색 무늬는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 형상 같기도 하고 무희의 춤사위 같기도 했다. 돌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좁은 면을 아래로 하고 바라보았다. 점점 어떤 형상이 떠올랐다. 보면 볼수록 형상은 구체적으로 보였다. 감은 두 눈과 오똑한 코에 입모양도 선명한 얼굴 모양이었다. 더구나 아래쪽으로 홀쭉하게 좁아진 부분은 영락없는 턱을 연상시켰다.
돌의 전체적인 모양이 사람 얼굴 형상으로 보이는데 붉은 문양을 들여다보니 흉측한 생각이 들었다. 바로 사람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로 보이는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눈 위 이마를 도끼에 찍혀 흘러내리는 핏물로 보였다. 결코 보기 좋은 문양은 아니었다.
수석을 하는 사람들은 돌에 대해 까다롭다. 돌의 끝자락이 뒤로 돌아가거나 윗부분이 뒤로 자빠진 돌은 취하지 않는다. 기가 빠져나간다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이다. 남한강 오석이 최고의 돌이라며 선호하는 반면 휘황찬란한 색이 들어간 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도 붉은 홍옥석은 별도로 취급했다. 일본인들이 악귀를 쫓아낸다는 믿음으로 붉은 돌을 선호했다고 하니 그 말에 따르는 것 같았다. 홍옥석의 붉은 색감은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인이 좋아할 만한 진한 붉은색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도끼에 찍힌 이마라는 생각이 자리 잡자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선명한 도끼의 형상이 떠올랐다. 도끼와 함께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벌써 20년 전에 나와 멀어진 K였다.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가 남긴 한 마디는 내 청신경을 흔들었다.
“마치 도끼로 머리를 내려치는 것 같았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에리코의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같았다. 내가 걱정스러운 것은 그녀가 천황폐하의 만수무강이나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도하는 것이었다. 전쟁은 필시 한쪽이 패배해야 끝나는 것인데 백인으로 오신 주님이 동양인이 승리하는 걸 용납하지 않으실 것 같았다.
나는 매번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매주 에리코를 만나는 것으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 전쟁의 결말 같은 것은 아무 관심이 없었다.
에리코는 언제부턴가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마츠오가 죽고 나서부터인지 일본으로 건너오고 나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성당에는 나가지 않지만 성경을 잣대로 나를 재어보고 있었다. 제법 넓은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에 나눈 대화는 몇 마디에 불과했다. 나는 끝내 예수님은 서로를 사랑하라고 했다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했다고 말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녀가 한 말은 조선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낙담하기는커녕 가슴 한구석에 투지 같은 걸 불사르고 있었다.
-당신을 두고 가지는 않겠소-
에리코에게 한 말은 아니었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운명의 매듭을 만들고 있는 신들에게 던지는 도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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