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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91170360476
· 쪽수 : 140쪽
책 소개
목차
홀스또메르
레프 똘스또이: 정치세계의 《낯설게하기》 원칙 - 보리스 프로꾸진
홀스또메르 창작사
지은이 소개
옮긴이 소개
레프 똘스또이 연보
리뷰
책속에서
세상에는 고상한 노년도, 추잡한 노년도, 그리고 가련한 노년도 있기 마련이다. 고상함과 추잡함이 공존하는 노년도 있다. 거세마의 노년이 바로 그러했다.
그는 늙었고 그들은 젊었다. 그는 여위었고 그들은 기름졌다. 그의 삶은 무료했고 그들의 삶은 유쾌했다. 그리하여 점점 더 그는 완전한 타인, 이방인, 그래서 동정할 수조차 없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가야만 했다. 말들은 오롯이 자기애(自己愛)만 지닌다. 다른 말들에 대한 동정은 어쩌다 가끔, 그것도 가죽 털 모습에서 쉬이 자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말들에게만 느낀다. 그렇지만 늙고 여위어 흉한 몰골이 된 것이 어디 얼룩빼기 거세마의 탓이랴. 그렇지 않으리라. 그러나 말들의 세계에서 그는 유죄였다. 오로지 강하고 젊고 행복한, 그래서 앞날이 창창하고 무심코 준 힘에도 온 근육이 전율하며 말뚝처럼 꼬리가 치솟는 말들만이 무죄인 것이다.
내가 본디부터 진지하고 생각이 많은 편이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말았다. 사람들로 하여금 괜스레 경멸감을 불러일으키는 내 얼룩, 예기치 않게도 묘하게 꼬여버린 나의 불행, 그리고 사육장에서 내가 느꼈던 남들과는 다른 처지, 이 모든 것들로 인해 나는 더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되었다. 나는 얼룩빼기라는 이유로 나를 함부로 비난하는 사람들의 부당한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모성애, 아니 여자의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변덕스럽고 외적인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가에 대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