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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론/비평
· ISBN : 9791170370475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2-09-20
책 소개
목차
009 들어가며-혼돈에서 이야기로
013 영화를 향한 여정
021 어떻게, 그리고 왜 이야기하는가
030 영화와 삶을 저울에 올리기
041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그려내는 일
053 편집실에서 멋진 춤을
077 죽음-삶의 한 부분
091 독일인의 비밀
107 비행-자유 여인의 고백
119 우울한 방 세 개
131 액트 오브 틸링
151 침묵의 시선
169 모가디슈 솔저
191 유랑하는 사람들
213 다큐멘터리, 이야기, 그리고 세계
222 나가며-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227 감사의 말
230 주요 작품
235 수록 영화 정보
242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덴마크의 집으로 돌아온 뒤, 저는 당시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가브릴 악셀(Gabriel Axel) 감독에게서 《크리스티안Christian》이라는 영화의 편집을 제안받았습니다. 저는 이제 유명 편집자였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의 작업 과정은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대본을 읽자마자 엉망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저는 아카데미상과 아첨에 넘어가 제안을 수락했던 것입니다. (중략) 그동안 영화 편집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버렸는데 저는 어떤 이야기도 남아 있지 않은 텅 빈 사람이 되었습니다. 술버릇은 점점 통제를 벗어났고, 저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작업 제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종종 영화 한 편을 감정의 파도와 패턴이 일관성 있게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하나의 음악 작품으로 바라봅니다. 어떨 때는 급기야 어떤 영화의 구조를 노래로 불러 보려 하기도 했습니다.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그 영화의 감정 곡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편집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복도를 걸어 내려가는 일은 무척 즐겁겠지만, 이런 방법이 모두에게 유용할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영화에 익숙해져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때, 어쩌면 이런 예시들이 주는 영감을 통해 각자 영화의 감정 곡선을 제어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감독이 ‘최종 편집권’을 가지지 않은 경우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저는 항상 제 영화가 아니라 감독의 영화를 편집하는 것입니다. 이런 조건들은 감독과 편집자의 전반적인 업무 관계에서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감독의 비전을 위해서 함께 작업하는 것이며, 이 비전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토론하게 됩니다. (중략) 보통 수준의 감독과 편집자라고 해도, 올바른 종류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개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함께할 때, 우리는 개별적인 자신보다 더 큰 존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