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7061269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5-06-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D-1
2장 Z-Day
3장 고립
4장 전략(Strategy)
5장 마지막 퇴근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도 야근각?(오전11:42)
김 대리는 메시지에 찍힌 시간을 보다가, 손에 든 구겨진 보고서와 노트북 옆에 쌓인 일감들을 차례로 내려다보았다. 벌써 오전 근무 시간이 거의 다 지나 점심시간까지 채 20분도 남지 않았는데 대체 왜 끝마친 일은 하나도 없고 할 일만 무더기로 남아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원흉을 꼽아보자면 누가 뭐라 해도 박 부장이었다. 박 부장은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의 전형이었다. 기분이 좋을 땐 과장 조금 보태서 흰 종이에 이름만 써가도 ‘예스’인 반면, 기분이 좋지 않을 땐 글자 사이에 스페이스가 한 번 더 들어간 것 따위의 사소한 실수까지 모조리 잡아내곤 했다. 불행하게도 오늘은 심기가 특히나 불편한 날인지, 박 부장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결재 전’ 자리에 올라온 서류들을 모조리 반려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왜 하나도 안 돼 있냐, 모르겠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지 않았냐, 저번에 물어봤을 땐 분명 쓰는 중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김 대리가 묻자 최는 눈을 동그랗게―작은 눈이 허용하는 최대한도 내에서―뜨고 볼멘소리를 했다.
“대리님이 기한을 말 안 해주셨는데요?”
어이가 없어 기한을 명시한 메신저 내용을 캡처해서 보냈더니, 돌아온 것은 더욱 경악스럽게도 ‘차주’가 ‘다음 주’임을 몰랐다는 대답이었다. 모르면 찾아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김 대리의 다그침에 최는 도리어 뚱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사람 기분 이상하게, 가운뎃손가락으로 동그란 안경테 중앙을 밀어 올리면서.
‘남 탓하다 불리하면 입 다물어버리기’는 최의 주특기이자, ‘남 탓’에서 높은 빈도로 ‘남’을 담당하고 있는 김 대리의 전의를 대번에 상실케 하는 비기라 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