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큰글자도서] 살인 리스트](/img_thumb2/9791172173784.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72173784
· 쪽수 : 452쪽
· 출판일 : 2024-06-2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살인리스트
에필로그
작가의 말
책속에서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맘때쯤이면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죽는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래도 빈집 털이는 많았다. 사람들은 파티하느라 집을 비웠고, 크리스마스트리 밑에는 선물상자들이 보란 듯이 쌓여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친척집에 가는 길이라고 광고하듯 소셜 미디어에 올려 대니, 그야말로 12월은 도둑이 활개 치기 좋은 때였다. 반면, 살인은 대체로 여름에 많이 일어났다. 물론 어디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리틀은 잠시 말을 멈추고 메리 엘리스를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녀가 손목에 있는 흉터를 가리려고 스웨터 소매를 연신 잡아당기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얼굴 옆쪽에도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초콜릿처럼 짙은 갈색 눈동자에 더 관심이 쏠려 있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독특한 억양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미국식 억양과 영국식 억양이 부드럽게 섞인 말투였다. 미국 동부 연안 말투라고들 부르던가?
경찰이 왜 나를 의심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살인 날짜와 피해자의 이름이 적힌 다이어리를 가지고 있던 장본인 아닌가. 더욱이 범행이 일어나기 전에 적힌 메시지였으니 날 잠재적 용의자로 간주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날 의심하지 않는 게 되레 멍청한 짓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하긴, 살인 사건인데 기분이 좋을 리 만무하지.
두 명 죽였고, 두 명 남았다
도망칠 생각 마, 메리 엘리스
스스로 되뇌는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하루하루 집요해지고 커져만 가는 조그마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뭘 해야 하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아? 살인자는 모르는 사실을 넌 알고 있잖아.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말이야. 이 상황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야. 살인자로부터 네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 살인자에게 다 말해야 하지 않을까?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을 멀뚱히 앉아 있었다. 머릿속에 생각의 파편들이 떠올라서 이리저리 흩어져 떠돌다가 늘상 그렇듯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순간, 놀랍게도 엉망진창이던 생각의 파편들이 서서히 다시 한데 모이더니 깔끔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 동안 결심했다 포기하기를 수백 번은 반복했었는데 갑자기… 확신이 섰다. 커피잔을 향해 다시 내민 손이 더는 떨리지 않았다. 미지근해진 커피를 천천히 한 모금 들이켜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래, 한번 해보자.
우리 집에 오려던 거 맞지? 그 남자가 불쑥 나타나는 바람에 마음을 바꾼 거야. 원했던 게 뭐였을까? 내가 집에 혼자 있길 바랐던 걸까? 대체 우리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아낸 거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말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피터가 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고든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을 들으며 생각했다. 경장님은 아마도 내가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