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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72545413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3-17
책 소개
목차
숲속 가든
이야기의 동굴
잠에서 깨면
비단잉어 준오 씨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숲속 가든>
아저씨는 식당으로 들어가고, 나는 닭장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닭들을 둘러보았다. 이 년이란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내가 데려온 병아리들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겠지.
그래,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 식당은 매일 점심 저녁으로 많은 손님이 찾아오고, 하루에도 수십 마리의 닭을 잡아 요리를 하잖아. 그렇게 이 년이 지났으니 얼핏 계산해 봐도 몇천 마리, 아니 몇만 마리가 넘는 닭이 잡혀 나간 셈이지. 그러니 내가 데려온 삼백오십 마리의 병아리는 이미 다 잡혀 나갔고, 닭장은 새로운 닭들로 채워지는 게 당연했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그 시간 동안 살아남는 건 불가능한 일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닭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무리에 있던 닭 한 마리가 내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거야. 언젠가 본 듯한 장면이었지.
지난번처럼 진갈색 닭이 내 앞에 딱 멈춰 서는 거야.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닭을 지켜보았다. 설마 이 년 전의 그 닭이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걸까? 매일같이 벌어지는 죽음의 게임에서 운 좋게 이 년이나 버텨 내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이야기의 동굴>
가족들이 이삿짐을 싸는 동안, 아이는 나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언덕에 올랐다. 그날따라 모래바람이 더 심해서, 아이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바람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언덕에 오른 아이는 나무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지금까지 비가 온다고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오늘도 또 비가 올 거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넌 어떤 말이 듣고 싶어?”
나무는 다른 날과 똑같이 말없이 서 있었다.
“미안해, 그냥 모두 미안해.”
아이는 두 팔을 벌려 나무를 안았다.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난 지금 떠나야 해. 그런데 라디오에서 조금 있으면 비가 온다고 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비가 오면 꼭 돌아올 거야.”
아이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는 한동안 나무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비가 올 거야.’
그 소리에 놀라 아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이는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이파리가 나무에 붙어 있었다. 게다가 아이의 눈앞에서 푸른 이파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잠에서 깨면>
거실에서 간간이 외삼촌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정아는 엄마 생각을 했다. 엄마는 벌써 몇 달째 집에 오지 않았다. 일이 잘 끝나면 다시 헤어져 살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정아는 갑자기 엄마가 걱정되었다. 몇 달 만에 집에 오는 엄마가 혼자 무거운 짐을 들고 온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무거웠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정아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잠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바닥으로 힘겹게 다리를 내린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몇 발짝 걷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손을 뻗어 겨우 전등 스위치를 켰다.
환해진 방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거실로 나가려다 방 안 탁자에 놓인 거울을 보고 천천히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주름이 아주 많은 할머니가 거울 속에서 정아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