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사랑을 만날 때

상담 공부의 여정에서 관계성과 성찰의 의미를 탐구하며, 지도교수의 격려와 수퍼비전 경험을 통해 상담자의 태도를 재조명한다. 집단상담의 흐름과 공동체적 시너지를 담아 자신과 타인을 깊이 이해하도록 이끄는 책이다.

머리말

“가장 먼저 선생님이 살면서 관심이 가는 일들을 잘,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관심사를 브레인스토밍해서 오세요.” 2012년, 진심이 가득 담긴 명료한 눈빛으로 공부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신 이종연 교수님과의 석사논문 첫 지도는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의 삶에서 중요한 것을 찾아 공부하라는 그 말은 있는 그대로의 제 삶이 존중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누가 알았을까요? 상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의 최대 수혜자가 결국 제 자신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박사학위 과정이 끝나는 날, 교수님께서는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자랑스럽다. 자랑스럽다. 자랑스럽다. 눈물이 나는 말이었습니다. 아, 누군가의 노력과 분투에 나도 기꺼이 훌륭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과연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만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상담자가 되어 수련을 해나가는 과정은 또 다른 혼란과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상담자가 될 수 있을까요?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수퍼비전 시간은 탄식과 후회, 미안함, 부끄러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주수퍼바이저이신 최인화 교수님께서는 일관되게 내담자에게 집중할 것, 내담자의 말과 삶에, 진솔한 태도로 다가가는 것을 훈련하도록 지도해주셨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에게, 타인에게, 우리가 속한 사회에 그리고 더 넓은 삶의 의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특히, 타인의 삶에 귀 기울이도록 훈련하는 상담자들과 사회적 관심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사회적 관심이라는 제 삶의 주제를 집단상담 형태로 구성한 이유일 것입니다. 또한 상담자를 위한 집단상담을 운영하면서 2명의 코리더이자 공동저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 책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상담자의 여정이 두렵다면서도 두 발을 양껏 디디고 생기발랄한 에너지로 화합하는 정민 선생님, 관찰력과 진솔함으로 한마디 한마디를 완성해나가는 슬기 선생님, 더불어 우리의 집단에 참여해준 소중한 동료 상담자들의 합으로 이 책은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공동체의 시너지 효과를 믿습니다.
상담자라는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동안 13년의 시간이 지났고, 소중한 동료들을 얻었으며, 자신의 삶에 빛을 내리고 싶어하는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3명의 내담자를 잃기도 했습니다. 15년을 넘게 또 다른 사랑을 알려주었던 반려묘들을 떠나보냈고, 상담에 대한 공부는 지금도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이제야 ‘내담자에게 배운다’는 그 말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울립니다. 저는 수많은 관계들을 통해 격려와 용기를 배우는 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그저 울고 웃으며 살아갑니다. 세상에는 호기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저는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무엇이라도 꼼지락거리고, 사랑할 많은 사람들과 제가 속한 공동체에서, 나아가 삶에 대해 관심을 두고 살아갈 겁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원고에 관심을 가지고 정성껏 살펴봐주신 출판사 박영스토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도 상담자로 살아가는 데에 방향과 스승이 되어주시는 이종연 교수님, 최인화 소장님 감사드립니다.
삶의 양분을 쌓아준 엄마, 언니들, 남동생. 그리고 지치는 순간마다, 제 일이라면 한결같이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사랑스러운 손영진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5년 11월
주저자 김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