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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경상계열 > 경제학
· ISBN : 9791172792626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6-05-10
책 소개
시장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선의도 충분하지 않다
텅 빈 매점과 윙윙거리는 자판기
2025년 어느 날 점심시간, 나는 울산고등학교에서 잔인할 만큼 대조적인 두 개의 풍경을 마주했다. 한쪽에는 제자들과 피땀 흘려 만든 학교협동조합 매점 ‘씨앗나무’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몸에 좋은 것만 먹이겠다”는 교사의 선의(Goodwill)로, 최고급 우리 밀과 친환경 재료로 만든 식품을 매대에 가득 채워 넣었다. 하지만 그곳은 아이들의 발길이 끊겨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반면 바로 옆, 교정 한구석에서 기계음을 내며 윙윙 돌아가는 ‘자판기’ 앞에는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아이들은 주머니 속 낡은 동전을 털어 대기업이 만든 자극적인 음료와 달콤한 과자를 뽑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경제 교사로서 거대한 ‘패배감’을 맛보았다. 아이들의 반응은 냉정하고도 정확했다. “선생님, 좋은 뜻인 건 알겠는데요. 자판기가 더 싸고, 더 빠르고, 솔직히 더 맛있잖아요.”
공급자의 오만: 도그마에 빠지다
나는 평생 강단에서 애덤 스미스를 가르치며 “시장은 효율적이다”라고 외쳤다. 스미스가 당시 왕들이 믿던 ‘금과 은’이 아니라, “국민들이 먹고 입는 생필품의 양이야말로 진정한 국부(Wealth)”라고 정의했듯, 나 역시 생산만 하면 부가 창출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케인스가 대공황 때 경고했듯, 아무리 물건을 많이 만들어도 사줄 사람(유효수요)이 없다면 경제는 멈춘다. 나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세이의 법칙)”는 낡은 도그마에 갇혀 있었다. “몸에 좋으니 사 먹어라”라고 강요하는 ‘꼰대 공급자’였을 뿐, 아이들(수요자)이 진짜 원하는 ‘맛’과 ‘재미’라는 니즈를 읽어내는 데는 처참하게 실패했던 것이다. 경제는 결국 공급자가 아닌, 그것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삶에 기여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텅 빈 매점은 나에게 뼈아프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나 홀로 천재는 없다: 자유로운 연대의 힘
이것은 비단 학교 매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거대 기업들도 똑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공급)을 가져도 인간의 욕망(수요)을 읽지 못하면 도태된다. 그리고 이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독불장군’은 살아남기 힘들다. 거대한 자본으로 성을 쌓고 효율성만 추구하는 조직은 빠를지는 몰라도 오래갈 수는 없다. 우리 매점의 살길도 여기에 있다. 자판기라는 차가운 기계와 싸워 이기려면, 우리도 학교 담장을 넘어 동네 빵집, 지역 서점과 연대하여 아이들이 원하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홀로 고립되지 않고 연결되는 것, 그리고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Freedom)’다.
시장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선의도 충분하지 않다
이 책은 그 처절한 실패와 반성,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희망의 기록이다. 10년의 실험 끝에 나는 깨달았다. 시장(Market)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선의(Goodwill)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앨프리드 마셜이 말한 ‘차가운 머리(이성)’와 ‘뜨거운 가슴(공감)’, 그리고 무엇보다 험난한 파도를 헤쳐 나갈 ‘튼튼한 다리(기업가정신)’다. 우리는 시장의 효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린 스타트업’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단단한 실력 위에서, 나 혼자가 아닌 이웃과 손잡고 함께 성장하는 ‘자유로운 연대’의 길을 걸어야 한다.
미래를 향한 나침반
이 책에는 정답이 없다. 대신 교과서보다 더 치열했던 ‘현장의 질문’들이 있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나만 잘 사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공생’은 가능한가? 나는 200년 전의 경제학자들을 소환해 그들에게 묻고, 울산의 작은 학교 매점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그 답을 찾아 나갔다. 이 책은 단순히 돈을 버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의 효율성을 빌려오되, 그 한계를 ‘협력’으로 채우고, ‘혁신’으로 완성해 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자, 이제 교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차가운 자판기 옆에서, 따뜻한 빵 냄새가 피어오르는 그곳.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충분한 세상’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목차
PROLOGUE
시장은 충분하지 않다(그러나 선의도 충분하지 않다) _1
PART 1
시장의 발견 : 경제학자들, 희소성과 싸우다
(시장의 탄생부터 인간 본성의 발견까지)
CHAPTER 1 보이지 않는 손의 위대한 탄생
1. 애덤 스미스: 이기심은 어떻게 사회적 번영이 되는가? 11
2. 데이비드 리카도: 너는 낚시를 해, 나는 집을 지을게 18
3. 시장경제는 왜 효율적인가? 25
CHAPTER 2 시장의 그늘과 가치의 재발견
1. 토머스 맬서스: 식탁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31
2. 카를 마르크스: 효율성의 그늘, 왜 노동자는 소외되는가? 36
3. 카를 멩거: 가치는 공장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 42
4. 앨프리드 마셜: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48
CHAPTER 3 시장을 구할 것인가, 시장에 맡길 것인가?
1. 존 메이너드 케인스: 시장이 고장 나면 정부가 핸들을 잡아라 55
2.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가격,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통신망 63
3. 밀턴 프리드먼: 샤워실의 바보들, 정부의 실패가 더 위험하다 70
4. 정답은 없다, 상황에 따른 ‘최적의 해법’이 있을 뿐 79
CHAPTER 4 균열, 인간은 계산기가 아니다
1. 카너먼 & 트버스키: 합리성의 신화가 깨지다 85
2. 리처드 탈러: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 93
3. 댄 애리얼리: 우리의 비합리성은 실수가 아니다 101
PART 2
시장을 넘어 : 협력과 혁신으로 완성하는 경제
(게임이론, 거버넌스, 그리고 현장의 실험)
CHAPTER 1 합리적 개인들의 비합리적 결과
1. 존 폰 노이만: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 109
2. 존 내시: 균형이라는 이름의 감옥 114
3. 윌리엄 해밀턴: 피(Blood)는 물보다 진하다? 124
4. 로버트 액셀로드: 이기적 인간들은 어떻게 협력을 시작했나 132
5. 고독한 산책자가 숲에서 본 것 140
CHAPTER 2 함께 사는 규칙을 설계하다
1. 로버트 오언과 로치데일: 28개의 촛불, 협동조합의 탄생 149
2. 레오니트 후르비치: 이기심이 공익이 되도록 설계하라 157
3. 엘리너 오스트롬: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제3의 길, ‘자치’ 163
CHAPTER 3 교실, 가장 처절한 경제 실험실
1. [실전 1] 교과서 밖에서 아이쿱(iCOOP)을 만나다 175
2. [실전 2] 울산고 매점 실험 1: 선한 마음은 시스템을 이길 수 없다
182
3. [실전 3] 울산고 매점 실험 2: 스스로 정하면 문화가 된다 188
PART 3
멈추면 도태된다 : 혁신과 생존의 경제학
(지속 가능성과 미래 생존 전략)
CHAPTER 1 혁신의 엔진을 점화하라
1. 조지프 슘페터: 창조적 파괴, 거버넌스 위에 혁신을 입혀라 199
2. 에릭 리스와 린 스타트업: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패가 낫다 205
3. 구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심리적 안전감 211
CHAPTER 2 정글에서 살아남는 연대의 기술
1. 협동적 경쟁(Co-opetition): 혼자서는 결코 닿을 수 없다 217
2. 제3의 길: AI는 효율을 팔고, 인간은 ‘기대감’을 판다 221
3. 임팩트 창업: 책임의 알고리즘을 짜라 227
EPILOGUE
수업 종이 울려도,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_233
(희소성과 싸워온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참고문헌 _2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