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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5010611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6-04-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큰애의 꿈속으로 | 운명을 예고하는 시조 | 중학교 입학 | 4에이치 | 23일 만에 돌아오다 | 족보 | 이문구 | 술을 배우다 | 형님들 | 괴력난신 | 빛나는 졸업장 | 노가다 사환 | 청년부 간사 | 청춘 | 재건청년 | 선거 | 진짜 재건운동 | 잡기장에 쓴 글 1 | 서울에서 | 기분이와 작은누나 | 잡기장에 쓴 글 2 | 막장으로 | 혼인 | 방위병 | 새마을운동 | 네 번의 초상 | 오서댁 | 아내의 일기 | 책상 | 반장일지 1 | 책을 사다 | 반장일지 2 | 생일 밥상 | 노력이라면 남한테 뒤지지 않건만 | 장모님·작은누나 떠나다 | 빨간 책 | 돈 버는 아내 | 데모를 했었나? | 부끄러운 눈물 | 석탄 합리화 | 아버지 전 상서 | 우루과이 라운드 | 아내의 취직 | 대학생 둔 어버이 | 토박이 조카들 | 농민대회 | 군대에서 걸려 온 전화 | 노래방 기계 | 연세대 사태와 무장공비 | 혼자만의 소풍 | 큰애의 낙향 | 없는 삶과 있는 삶 | 아내의 퇴직 | 큰애의 결혼 | 소설을 쓰다 | 풍악 소리 | 두충나무 | 작은애 공무원이 되다 | 노인회장 | 딸의 결혼 | 딸애가 쓴 글 | 독수공방 | 아내의 수다 | 아내에게 바치는 감사의 글 | 해외여행 | 세금 | 손자 자랑 | 동네 한 바퀴 | 넷째 형수 떠나다 | 소들아, 잘 가라 | 정리 | 떠나던 날 | 먼저 간 당신
해설
아버지의 입, 아버지의 욕망
임지훈(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게 다 아버지 탓이에요. 제 소설의 절반이 아버지, 어머니 얘기 쓴 거잖아요. 제가 아버지 삶에 주눅이 들어서, 아버지 얘기만 쓰면 제 주특기가 발휘 안 되었다고요. 제 주특기가 해학인데 아버지 얘기만 쓰면 해학이 안 되고 막 이상하게 진지해졌어요. 강희맹의 『훈자오설』 비슷하게 됐다고요. 아버지를 무슨 성인처럼, 참된 농사꾼처럼 그리다 보니, 독자가 원하는 흥미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아요.
누가 내 얘기를 써 달라고 했냐? 언제 나를 미화해 달라고 했냐? 솔직히 내 얘기 쓰는 거 싫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아는 척 함부로 썼어. 어이가 없었지만 아들놈이 먹고살아 보겠다고 아비를 팔아먹는 걸 어쩌겠느냐. 꾹 참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그래, 내가 흥미 없는 인간이었지. 내가 대체 흥미 있을 수 있는 인생이었냐? 나도 너처럼 부모 잘 만났으면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풍류 즐기며 살았겠지.
아버지 죄송해요.
그놈의 죄송하다는 소리 작작 해라. 원고 줘 봐라. 내가 읽어 봐야겠다.
흥미 없을 텐데요.
흥미 있게 바꾸면 되지. 아버지가 인공 지능이다, 간주해. 내가 읽으면서 흥미 있게 고쳐 주마.
정말요, 아버지?
그래, 살아서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었는데, 하물며 죽어서야 못 할 게 뭐냐.
말 잘했다. 그러니까 너는 농사를 책으로 배운 거다. 몸으로 배운 게 아니라. 내로남불 아니냐? 너는 신문과 책으로 세상을 공부한 자들이 실제 삶을 모른다고 무시하고 비난해 왔다. 넌 뭐가 특별나서 신문, 책 조금 봤다고 농사를 알고 농민을 안다고 자신하는 게냐?
조금 본 게 아니라니까요!
됐고, 정직해 봐라. 네가 진정 농사를 알아? 농촌을 알아? 사랑하는 것과 아는 건 다르다. 넌 농촌을 사랑하는지는 몰라도 알지는 못해.
“제가 어제 하루 일한 거 매형이 받아서 조카들 과자나 사 주슈. 지는 고향으로 돌아갈래유.”
큰매형이 혀를 찼다. “뭐여, 달랑 하루 일하고? 며칠만 더 일해 봐. 공장 일이 농사일 광산 일보다 훨씬 낫다는 걸 알게 될 겨. 내가 시골서 농사지을 때는 길이 안 보였다. 뭘 해도 도시는 길이 보여.”
“길이 보이고 안 보이고 간에, 답답해서 못 있겄슈. 저는유, 들판이 안 보이면 못 살어유. 저는 시골 천성인가 봐유.”
“대책 없는 놈 보소. 스물다섯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었냐? 남들은 다 도시로 기어 올라오는 판에 뭔 시골 타령여.”
무엇이 문제일까? 왜 남들 다 좋다는 서울에 정이 안 가는 것일까. 고향 땅에 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치만 형제가 있다. 형이 넷이나 있고 작은누나도 가까이 있다. 아버지 같은 도십장이 있고, 친구들이 있다. 기분이도 있다. 기분이? 걔는 왜 그리운 거지?
그때가 서울에서 살아 볼 것을 건성으로나마 갈팡질팡해 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로 창은 고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 볼 탐심을 품어 본 적조차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