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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5359496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4-05-20
책 소개
목차
한나의 숙제
에밀의 루소
숭의동
불빛을 보며 걷는다
보름 동안의 사랑
옛 노래 4-성년식
옛 노래 2-이교도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엄마가 겁먹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 더이상 엄마가 꿈속에서라도 초라해지는 걸 견딜 수 없었다. (…) 고향을 떠나 큰 도시에 입성한 배고픈 촌뜨기를, 숭의동 언덕 위에서 넋 놓고 사범학교를 바라보던 배움에 목마른 소녀를, 조개 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배다리시장을 향해 내달리던 상처 입은 처녀의 절망을 나는 더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엄마, 가지 마세요… 나는 꿈결마다 빨간 자전거를 타고 엄마를 찾아 나섰다. ―「숭의동」 중에서
안과 밖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하늘, 땅, 그 사이의 공기, 그리고 세상 처음부터 깜박이던 불빛 같은 것들이 먼저다. 그러니 모두들 서둘지 말았으면.
인생은 비밀투성이라고, 어떤 날은 불빛이 말해준다. 그것을 깨달은 사람들 눈에는 저 공기 끄트머리의 바람이 보인다. 한번이라도 이 기류를 느껴본 사람들 발걸음은 대부분 느리다. 그들 평생의 꿈은 발밑에 숨겨진 태고의 퇴적층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빛을 보며 걷는다」 중에서
때로 우리는 어느 날, 어떤 말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그/그녀와 헤어졌던가를 되새기곤 한다. 내가 했던 말과 당신이 했던 말들은 이미 퇴색되어 오해와 눈물 속에 짓밟히고 부스러진 채 기억이란 우주를 영원히 떠돈다. (…) 그렇지만 미친 듯한 되새김이 지나가고도 왜, 라는 물음의 답은 찾을 수 없다. 어쩌면 이 의문은 나에게 상처를 준 과거의 당신이나 앞으로 마주칠 앞날의 당신이 내게 남겨준 영원한 암호일지도 모른다. 왜, 왜 미소지었나, 왜 비가 내렸나, 왜 가방을 내던졌나, 왜 기차를 놓쳤나. ―「보름 동안의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