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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91185374031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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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2003년에 첫 개인전, 《어릿광대와 사랑에 빠지다》로 등장한 오진령이 그 이듬해 『곡마단 사람들』을 책으로 엮어낸 일은 우리 사진계에 뜨거운 돌발사건이었다. 열일곱 살 오진령이 한물간 서커스단을 6년간 쫓아다니며 촬영한 결과물들은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관객 혹은 독자들의 주의력을 이끌어낸다. 작가 스타일이 뚜렷한 것도 아니고, 대중적 취향에 영합하거나 다큐멘터리의 형식에 경도된 사진도 아니었는데 놀라운 점은 보편성을 획득하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이후에도 수많은 (다큐멘터리) 사진들이 형식과 내용을 변주하며 탄생했을 것이고, 무수한 사진 속에서 오진령의 『곡마단 사람들』이 아직도 주목받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특별한 무엇인가 계속 생성되어 나오기 때문이 아닌가. 뉴 밀레니엄을 전후로 많은 사진이 점점 모호해지고 불투명해진 반면, 오진령은 명쾌한 의미와 함께 사진의 존재론적인 층위를 살펴왔다. 자칫 소재주의에 빠질 수도 있었을 ‘서커스’를 깊은 향수와 놀라운 가벼움으로 끌어올렸고, 존재론적 자아와 사진의 본질을 합치시켜가며 부유와 정주를 변주하는 이동 속에서 자기에게로 향한 비밀스러운 탐색을 멈추지 않았다.
-『짓』, 최연하, 오진령의 사진-몸짓의 세계 중
나는 지금, 내가 오진령의 사진에 매료되었던 최초의 ‘순간’이, 「거미여인의 꿈」 연작에 속하는 바로 이 한 장의 ‘영원’ 때문이었다고 고백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시작해야 한다. (그가 『곡마단 사람들』의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나중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 사진은 나를 끌어당겼으며, 어떻게 심지어 내 안에서 잊을 수 없는 상처 같은 틈을 만들어냈던가. 나는 어쩌면 이러한 상처(stigmata)로서의 나의 믿음을 이야기하기/이해하기 위해 이 질문에 보다 엄밀하게 매달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질문은 내가 답할 수 없는 종류의 물음, 그런 불가능의 물음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한 명의 평균적 평론가라면, 나는 이러한 나의 경험을 논리적인 언어로 해명하고 해석하며 또한 설득시켜야 하리라. 그러나 나는 이러한 당위적이고 인위적인 해명과 해석과 설득에의 요구를 넘어, 어쩌면 하나의 우연한 우회로를 따라, 하나의 거미줄 같은 이야기로, 그렇게 거미줄을 닮은 어떤 미로 같은 수풀 속에서, 나의 믿음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그렇게 발설하려고 한다, 헤매듯 찾아내려고 한다, 하나의 언어를, 아니 어쩌면 여러 개의 흩어진 말들을. 예고하자면, 이 에둘러 가는 길, 그 길은 하나의 밧줄, 그것도 거미줄 같은 밧줄의 모양을 띠게 될 것이다.
-『짓』, 최정우, 거미줄이 끊어지는 찰나, 영원의 절단면, 그리고 사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