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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5407913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13 작가의 말 - 모니터 안의 화단에 앉아
1부 두고 온 안경테
21 예술의 전당 감나무 /25 그래도 내 글 밭이니까 /29 내 모니터 안의 화단 /33 겨울 숲에서 /37 두고 온 안경테 /40 흰죽 /44 어엽리 사람들 /48 뜨개질 하는 겨울 /52 그대 이름은
2부 첫사랑이 나를 부르면
59 길 위의 집 /63 ‘깁슨의 집’의 요강 /67 조리질 /71 못난이 인형 /75 봄밤 /78 사과나무 길 /82 첫사랑이 나를 부르면 /86 명란과 내장 /91 등
3부 내 로봇 동료
99 헬렌의 롤리 팝 /103 가명 무도회 /107 인조인간 로봇, 마징가 제트 /111 달리는 코끼리 점보 /114 비토 디카포의 투석실 /118 내 로봇 동료 /122 존엄사에 관한 단상(斷想) /127 초교파 기도실에서
4부 그 섬에서 보낸 엽서
135 고무대야 /139 고향이 보이는 언덕 /143 켈리의 로또 /147 소리 없는 파도가 되어 /152 제삿밥 /155 은퇴파티에서 /159 금빛 보자기의 야유회 /164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167 그 섬에서 보낸 엽서
5부 가자미의 눈
175 미소의 악인 /178 가자미의 눈 /182 노인을 빌려라 /185 원시인으로 살아남기 /188 소도 언덕이 있어야 /192 내가 바라는 나 /196 백세인생 /200 먼발치 /204 C 학관 시절
6부 어른들의 왕 놀이
211 처치 거리의 가로등 /215 여전한 슬픔 /219 무진은 어디인가 /222 어른들의 왕놀이 /226 고개를 넘으며 /229 문밖엔 /232 시소 놀이 /235 나목의 계절에 /238 시간에 관힌 짧은 생각들
7부 시(詩) 쓰는 미자
245 존재, 잘못 던져진 /247 경계에 선 사람들 /251 거꾸로 달린 비늘 /255 공존의 깊이 /259 시(詩) 쓰는 미자 /263 백일몽 /267 한날한시에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판 위에 톡톡 글씨를 심는다. 컴퓨터 화면 속에 고랑을 만들고 가끔은 잡초도 뽑아내며 화단을 가꾸고 있다. 24인치 모니터 안에 화단을 만은 것은 몇 해 전 일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파종한 씨앗이 올라나, 들여다보면서 서너 해를 보냈다.
한때 털털대는 윤전기가 돌아가는 재래식 인쇄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벌써 삼십 년 전 일이다. 어둡고 비좁은 을지로 백병원 앞 인쇄소에서 나는 백일홍 씨앗 같은 글자들을 인쇄 원판에 심었다. 그렇게 만든 사식 지에 기름종이를 씌워 잡초를 솎아냈다. 잡초를 뽑아낸 자리에 다시 정자를 타이핑 해 심는 일을 반복하면서 짧은 봄날을 보냈었다.
모니터 속 화단에 멀거니 나와 앉는 날이 많다. 그 옛날 인쇄소에서 오려 붙이던 글자 대신, 언제 싹이 날지도 모를 생각을 자판 위에 파종하면서 말이다. 밤늦도록 뒷굽이 닳아 없어진 어눌한 모국어 받침을 만지작거리느라, 정작 어수선한 뒤란을 봄, 여름내 방치한 채로 또 다른 계절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