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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85751573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6-01-05
책 소개
목차
1. 율리아: 꾀죄죄한 책
2. 파울: 우렁찬 확성기
3. 율리아: 루디 아저씨 가게
4. 파울: 공원에 있는 거실
5. 율리아: 루이자 없이 조별 과제 하기
6. 파울: 웁살라! 게시판 접선
7. 율리아: 어중이떠중이 조원들
8. 파울: 헬프 갱(Help Gang)!
9. 율리아: 창피해, 창피해!
10. 파울: 금색 액자와 그라피토
11. 율리아: 낯익은 금색 굽
12. 파울: 예술가 후원 빵집
13. 율리아: 텅 빈 람페 할머니 집
14. 파울: 사라진 빵 조각
15. 율리아: 휘황찬란한 다락방 귀신
16. 파울: 일명 ‘다섯 친구들’
17. 율리아: 이게 증거예요!
18. 파울: 덩그러니 놓인 모자
19. 율리아: 단서는 운하 건물
20. 파울: 머릿속 연한 푸딩
21. 율리아: 하루짜리 여자 친구
22. 파울: 율리아 ♡마이크?
23. 율리아: 매력적인 촛불 만찬
24. 파울: 단순, 명확, 간결하게!
25. 율리아: 동네 기사단, 새 멤버 모집!
리뷰
책속에서
엄마는 방금 뒤적이던 책을 내 코앞에 갖다 댔다. 얼룩이 지고 책등은 쫙 갈라져 버린 작은 책이었다. 표지 그림도 지루해 보였다. 남자애 여섯 명과 여자애 한 명이 나무 위 오두막에 앉아 있는 그림이었다. “이건 내가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책이야. 아마 네 나이 때쯤이었지? 전쟁미망인과 할머니들을 도와주는 아이들 이야기야.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니?” “뭐, 그냥.” “그렇게 심드렁한 얼굴 하지 마.” 엄마는 웃으며 책으로 내 코를 살짝 밀었다. 퀴퀴한 지하실 냄새가 났다. 그런데도 엄마는 흥정할 생각도 하지 않고 책값으로 선뜻 3유로를 냈다. “이런 지저분한 책에 3유로라니.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내 어린 시절 한 조각이 3유로면 절대로 비싼 게 아니야.”
그 순간 뭔가에 발이 걸려 나는 코코아가 든 컵을 든 채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이, 신경질 나!” 나는 아픈 곳을 문질렀다. 엄마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엄마 지금 웃는 소리 다 들려요.” 하지만 나도 웃음이 나왔다. 나는 엄마가 벼룩시장에서 산 책을 엉덩이 밑에서 꺼냈다. 책은 완전히 너덜거렸다. “어떡해! 이거 엄마가 비싸게 주고 산 건데. 미안해요.” 내가 속상해서 말했다. 그런데 이 책을 아무 데나 놓은 사람은 엄마다. 표지에 있는 금발의 여자아이가 나를 보며 웃는 것 같았다. “괜찮아. 어제 벌써 다 읽었는데 뭘.”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주 기막히게 좋은 아이디어예요.” “엉덩방아를 찧으면 좋은 생각이 마구 쏟아지나 보구나.” “뭔가에 걸려 넘어져야 다른 뭔가가 보이나 봐요.”
“아일러스 씨 부부가 액자가 그려진 그라피토를 보고 뭐라고 했는지 혹시 아는 사람?” 알렉산더가 물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피하고 있었다. 우리의 행동이 헛수고였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아일러스 부인이 오늘 아침 넋을 놓고 건물 앞에 서서 두 손을 머리 위에 포개고 있었어. 난 재빨리 걸어갔고.” 내가 이야기하자 파울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에이 짜증 나.” 잉고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우리가 하는 과제를 뭔가 전혀 다르게 상상했다. 남을 도우면 기분이 좋고 재미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우리들 자신이 조금쯤 멋지게 느껴질 거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