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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5769202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19-02-14
책 소개
목차
책 머리에 - 10
대상 수상작 - 14
수상작 - 18
초대작 - 30
입선작 - 34
선정의 말 - 125
부록 - 129
저자소개
책속에서
진도 벌포마을 / 진도사랑상(대상), 김회권
함박눈이 송이송이 나리는 밤
벌포마을 사내 대여섯
노루꽁지만 한 하루해 싹둑 잘라먹은 선창가
폐선처럼 누운 선술집 뻘건 갈탄난로에 둘러앉아
시린 해풍에 저린 몸을 미역처럼 말린다
이따금 토해지는 굽갈래 기침 소리
갈탄난로 위 여린 꼬막들은
해소끼 같은 허연 거품을 내뿜고
먼 바다 거센 파도 수만 번 접었다 폈을
늙은 사내는 구릿빛 마디 굵은 손
뚝뚝 꺾으며
누런 양푼에 찬 소주를 친다
바다의 삶이란 때론
만선의 깃발마냥 펄럭이던 것인가
맞바람에 시린 냉가슴 쓸어내는 일인가
때 아닌 난파에 찢긴 걸그물 같아
저마다 순항치 못한 빛바랜 날들을 호명하며
짠기 밴 시린 눈을 연신 껌벅인다
막배 끊긴 벌포 선창가
눈은 허풍쟁이처럼 푹푹 나리고
몇은 더 이상 비울 것 없는 가슴에
찬 술을 붓고, 또 몇은
오래전 목젖 깊숙이 삼켜버린
질기디질긴 뿌연 침묵을
밤새도록 찌개처럼 끓인다.
여그가歌 / 진도아리랑상 이호철
울 할매 살던 진도는
흐드러니 핀 무궁화가 반기는 곳
행여 길 잃을까 진돗개 소리 이끄는 곳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이는
여가 진도여
할매하고 부르면 내 강아지 왔느냐고
첨찰산 구븐 등어리로 내어주던 주름진 손
울금 내음새 낭낭한
여가 울 할매야
세방낙조야
아느냐 알고 있느냐
파아란 파도가 구기자 물들 때
새색시 볼 빨갛게 일렁일 때
밀물에 울 할매 썰물에 우는 어매
밀물 썰물
밀어라 쓸어라 아픔도 슬픔도
할매 손은 약손이다
눈 감으면 더 따사로운
여그가 진도여.
잘 놀다 가쇼잉 / 진도강강술래상 강은아
샥시!
워디서 왔수?
여근 처음이여?
그라믄 운림산방부터 가봐아
거가 옛날에 허련 선생이라꼬
그림 허벌나게 잘 그린 냥반네 집이여
째깐한 연못에는 꼬옥 샥시를 닮은
수련도 피었구
새소리도 좋고 물소리도 좋응께
백 날 도시에 있어 봐야 물러
가보기 전에는 이?
그라고 바닷길도 가보구
옛날에 뽕할매라꼬
거 나보다 수백 살은 더 잡순 냥반인디
헤어진 가족들 만나게 해달라고
용왕님께 노상 빌어 쌌디야
아 그라서 용왕님이 길 터준 게
그걸 바닷길이라고 안 혀들?
아따…
바닷바람 한 번 시원하게 불어싸네
시방 께벗고 들어가두 되겄어
들판은 징허게 눈부셔잉?
여가 해가 잘 들어 해가
아참 샥시!
술은 쪼께 할 줄 알어?
그라믄 홍주도 한 잔 걸쳐 봐아
시뻘건 술인디 향이 아주 일품이랑게
이 그려
잘 놀다 가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