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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일제치하/항일시대
· ISBN : 9791186542828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6-04-17
책 소개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그의 죽음조차 불꽃이 되는 것이었다”
2008년 4월, 경북 안동 가일마을. 독립운동가 권오설의 묘를 이장하기 위해 파묘를 시작했을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흙 속에 드러난 것은 나무 관이 아닌, 겹겹이 함석판을 둘러 납땜으로 밀봉한 차가운 철궤였다. 일제는 고문으로 처참해진 그의 시신이 세상 밖으로 나가 민중의 분노를 깨울까 두려워, 죽은 이의 유해마저 철로 된 감옥에 가둔 것이다.
권오설은 1920년대 국내 항일운동을 이끈 전방위적 조직가였다. 안동 가일마을의 수재였던 그는 고향에서 식민지 최대 규모의 대중조직인 풍산소작인회를 일궈내며 민중운동의 기틀을 닦았다. 이후 조선공산당 창당의 주역이자 고려공산청년동맹의 책임비서로서, 1926년 6.10만세운동을 배후에서 기획하고 주도했다. 그는 지식인 중심의 운동을 넘어 농민과 학생을 묶어내는 탁월한 조직 역량을 발휘하며 일본의 통치에 저항했다.
그는 단순히 독립을 위해 사회주의를 방편으로 삼은 민족주의자가 아니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독점자본주의의 폐단으로 인식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선 평등한 신사회를 꿈꿨던 ‘사회주의 혁명가’였다. 그가 이끌었던 조직들이 내세운 의무교육, 무상교육, 산전산후 휴가, 호주제 폐지 등의 가치는 오늘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누리는 복지의 근간이 되는 혁신이었다.
저자 안재성은 『이현상 평전』, 『박헌영 평전』 등을 통해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지워지거나 소외되었던 인물들의 삶을 복원해 왔다. 저자는 이념의 굴레에 갇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인물들의 생애를 그들이 남긴 기록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재구성하며, 그들이 꿈꿨던 삶과 철학과 세상을 우리에게 전한다.
권오설은 스스로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의 ‘막난(莫難)’을 호로 삼았다. 모두가 억압에 길들여져 침묵할 때, 그는 어둠의 밑바닥에서 정의를 외쳤다. 이 책은 이념의 장벽에 가려져 늦게야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한 혁명가의 뜨거운 삶을 복원한다. 화려한 수식 대신 철저한 고증과 저자 특유의 통찰로 쓰인 이 평전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독립운동사의 거대한 공백을 메우는 소중한 기록이 될 것이다.
목차
서문.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빛을 밝히다
1. 홍수에 던져진 조각배가 되어
2. 조선을 잠에서 깨우자
3. 풍산트로이카, 상경하다
4. 아서원의 결의
5. 민중의 벗
6. 고려공청 책임비서
7. 조선은 조선인의 조선이다
8. 1926년 6월의 함성
9. 재판
10. 서대문형무소
11. 철관에 갇힌 사자
뒷이야기. 빨갱이의 후손으로 산다는 것
주요 연보
부록1: 조선공산당 선언
부록2: 가일마을의 독립운동가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권오설이 수감생활을 마치고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은 1919년 늦가을이었다. 3·1만세운동을 겪은 한반도는 봄을 맞은 계곡처럼 부산하게 생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아직 위에는 얼음이 덮여 있었으나, 얼음장 밑으로는 힘찬 물줄기가 흐르듯이 자신감을 찾은 한국인들의 심장은 거세게 뛰고 있었다. 항일의병운동과 만주독립운동의 본향인 안동의 농민들도 누군가 선구자가 나서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권오설은 아버지 말처럼 홍수로 범람한 강물 위에 띄워진 외로운 쪽배처럼 홀연히 돌아와 민중운동을 이끌게 된다.
‘이상적인 신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뜻을 명확히 밝힌 이 편지만 보아도 권오설이 단순히 독립운동을 위해 사회주의를 빌린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자체에 동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를 넘어선 사회주의와, 사회주의가 고도로 발달하여 이뤄질 공산주의 세상’을 꿈꾼 사람이었다. 사회주의가 현실이라면 공산주의는 먼 미래의 꿈으로,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이상이었다. … 식민지 해방투쟁기에 사회주의자였다는 사실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사회주의자로 부르든 공산주의자로 부르든, 당대 혁명가들의 제1 투쟁 목표는 조선의 독립이었다. 일본의 침략을 단순한 영토전쟁이 아니라 독점자본주의가 낳은 제국주의적 식민지 쟁탈전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일본을 물리치고 조선을 해방시키는 것이 민족의 염원인 동시에 사회주의혁명의 첫 단계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상상도 하기 힘든 자기 희생을 감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