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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6634264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15-10-15
책 소개
목차
15p 동트기 전
34p 봄을 알리는 새
59p 빗속의 꽃봉오리
78p 봄볕
100p 말발굽이 지나간 자리
115p 여성의 노래
131p 덫과 덫
149p 만발한 싸리꽃
167p 아즈키자카小豆坂
186p 현세와 미래
204p 겨울이 오면
223p 맑은 날, 궂은 날
246p 진토塵土의 탄식
270p 윤희
288p 모략
307p 난세의 부부
325p 가을천둥
345p 부록
책속에서
‘하지만 자네가 애걸한다 해도 소용없네. 한마디로, 세상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 움직이고 있는 걸세. 나무 위의 달팽이처럼, 또는 물 속의 조개처럼 말일세.’ 무슨 생각을 했는지 노부히데는 말을 하다 말고 히쭉 볼을 씰그러뜨렸다.
‘어리석은 자의 눈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잠시 한눈을 팔고 있으면 가는 방향을 모르게 돼. 자네라면 알 수 있을 거야. 후지와라니 타치바나니, 겐지니 헤이케니 하는 동안에 세상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미노의 사이토 도산이란 자는 쿄토의 니시노오카 근처에 살던, 신분조차 알 수 없는 풍각쟁이였어. 마츠나가 단죠는 오미의 등짐장수. 그러므로 귀족 집안이니 어쩌니 하다 보면 모든 것이 방향을 잃고 주먹구구가 되어가는 것일세.’ 나미타로는 노부히데를 똑바로 쳐다본 채 대답하지 않았다. 노부히데는 다시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약한 자는 멸망해야 하는 거야!’ 그러고는 내뱉듯이 말했다.
‘멸망이 두렵다면 달팽이가 갈 곳을 꿰뚫어보아야 돼. 하하하. 이제 달팽이 강의는 그만두기로 하고, 오늘은 찬찬히 꽃구경이나 하세…….’
‘용서해라, 내가 나빴어.’
이렇게 말하자 별안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히로타다는…… 술버릇이 나쁜 모양이야. 앞으로 삼갈게, 용서하라.’
이불이 더한층 세차게 떨리더니 거기서 살며시 오다이의 얼굴이 내다보였다. 눈언저리가 젖어 있다. 입매는 감정에 이기려는 의지로 슬프게 일그러져 있었다.
‘울지마, 그만 울어.’
‘네……. 네.’
‘내가 나빴어. 울지 마.’
‘시모츠케가 오다의 막하에 들어가는 것은 막지 않겠다. 그러나 나는 오카타키의 장인이야. 그러니 진심으로 사위를 걱정하다가 죽기로 결심했다. 내가 오다이를 히로타다에게 보낸 것은 남들처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증거를 후세에 남기고 싶어……. 알아듣겠느냐? 원한의 씨앗을 남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는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