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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748145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5-10-16
책 소개
목차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 7
작가의 말 | 35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형벌이다. 트랜스젠더의 자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때론 너무 힘들다.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장난기가 발동했던 모양이다. 남자를 만들어놓고 여자의 살가죽을 입혔으니 말이다. 인간이 스스로 그 살가죽을 벗으려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지 정말 몰랐단 말인가.
나는 엄마가 이른바 신이 정한 윤리를 어기고 남자에서 여자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는 그저 본래의 모습인 여자를 되찾은 것뿐이다. 신이 엄마에게 운명이란 이름으로 잘못 입혀놓은 남자의 옷을 벗은 것뿐이다.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워서 그 옷을 벗은 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나는 엄마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트랜스젠더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시 가스토치의 파란 불꽃을 점화한다. 그리고 밤색 머리의 얼굴을 향해 불길을 갖다 댄다. 내가 인간이었을 때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고양이이므로 할 수 있다. 나는 파란 불꽃의 방향이 밤색 머리의 눈으로 향하게 한다. 밤색 머리의 눈이 또 한 번 타기 시작한다. 너덜해진 눈꺼풀이 마저 탄다. 이윽고 눈알이 타기 시작한다. 강렬한 파란 불꽃을 견디지 못한 눈알이 그만 터져버린다. 밤색 머리의 터진 눈알에서 지지직 소리와 함께 액체가 흘러나온다. 밤색 머리가 내게 흘리는 눈물이다. 용서를 구하는 항복의 백기다. 아, 이 벅찬 심장의 자유와 황홀감을 어디에 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