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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748701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6-08-26
책 소개
목차
아주 사적인 고백과 거짓말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연락은 언제나 당신 몫이었다. 당신이 명품과 이미테이션을 밀반입하려다가 적발된 이후에 수에게 연락을 하지 말라고 당부해놓았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걸려오는 연락에 괜한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거였다. 한국에서 살 집을 구하면 부르겠다고 해놓고 차일피일 미룬 것이 벌써 6년째였다. 비자 문제로 수가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당신의 거처는 바뀌어 있었다. 물론 수는 그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약속을 해놓고 연락이 되지 않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만약 연인이었다면 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고작해야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당신은 수의 남편이었고, 수는 당신의 아내였다.
여태껏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이 당신의 목소리 때문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당신의 손가락을 보기 전에 목소리에 반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깊은 우물을 간직하고 있는지 흉부에서부터 올라오는 목소리에는 묘한 울림과 쓸쓸한 정조가 담겨 있었다. 사이렌의 노래처럼 그 목소리에 홀려서 당신이 아름답게 느껴졌을지도. 그래서였을까. 원망과 분노에 휩싸였다가도 당신이 걸어준 전화 한 통에 모든 것이 부드럽게 풀어져버렸으니까.
수는 멀리서도 단박에 당신을 알아보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쉽게 다가설 수가 없었다. 자석의 다른 극처럼 한 발 다가설수록 마음은 그보다 한 발 더 뒷걸음질 쳤다. 당신은 변한 것이 없는데 자신만 너무 많이 변해버린 것 같았다. 당신이 성큼성큼 다가와서 안아주지 않았다면 뒤돌아 도망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는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으나 검게 그을고 잡티가 생긴 얼굴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손길이 낯설었다. 소름이 돋도록 섬뜩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