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799413
· 쪽수 : 102쪽
· 출판일 : 2019-12-0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 6
정신병동의 기억 _ 9
9월 11일 수요일 - 병원에 입원한 첫 날 _ 11
9월 13일 금요일 - 13일의 금요일 _ 18
9월 14일 토요일 - 15살 친구의 등장 _ 21
9월 15일 일요일 - 잠과의 전쟁 _ 24
9월 16일 월요일 - 6시30분에 일출을 보다_ 26
9월 17일 화요일 - 검사의 날&그림의 날 _ 29
9월 18일 수요일 - 오늘보다 더 신날 내일 _ 32
9월 19일 목요일 - 집단치료와 면회 _ 34
9월 20일 금요일 - 병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다_ 38
9월 21일 토요일 - 72시간 배뇨일지 쓰기/눈물의 버킷리스트 _ 41
9월 23일 월요일 - 다채로운 일상 _ 45
9월 24일 화요일 - 흑진주의 퇴원과 남은 사람들의 외로움_ 48
9월 25일 수요일 - 작열감_ 51
9월 26일 목요일 - 모든 걸 되돌리고 싶은 날 _ 54
9월 27일 금요일 - 하루종일 예수님을 그리다_ 56
9월 28일 토요일 - 15살 친구의 눈물 그리고 모든 여자의 눈물_ 58
9월 29일 일요일 - 조조할인 _ 60
9월 30일 월요일 - 산책 _ 62
10월 1일 화요일 - 무제 _ 64
10월 2일 수요일 - 이상민 교수님 _ 66
10월 3일 목요일 - 끝을 향해 나아간다 _ 70
10월 4일 금요일 - 미션 임파서블 _ 72
10월 5일 토요일 - 퇴원 _74
안정병동 후기 _ 77
안나의 과거의 기억 (트라우마를 만든 기억) _ 87
- 초등학생 때의 기억 _ 88
- 중학생 때의 기억 _ 90
- 학교 교복과 티셔츠와 나시의 성(性)적 상관관계 _ 94
- 머리끈과 목덜미의 성(性)적 상관관계 _ 95
에필로그 _ 96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대로 병실로 올라가면 한동안 내려오지 못할 것임을 짐작하고, 같이 병원에 와준 어머니에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속으로 눈물을 흘리지만, 어머니의 ‘왜 도망치려 하냐’는 말에 더 이상 이대로 도망칠 수만은 없다는 걸 깨달은 나는 결국 마음을 다잡고 병실에 입원하기로 한다.
‘낯설지만 치료를 위해 적응하기로 마음을 먹자. 앞으로 몇 주, 몇 달이 될지 모르지만.’
- 프롤로그 중에서
내 사건인데 나만 진행상태를 모른다. 죽고 싶다.
내 눈에는 눈물이, 마음 속엔 분노가, 내 입술엔 작열감이, 내 두 손끝에선 원망스러움이 이런 글을 쓰게 만든다.
오늘도 아침부터 내 두 손을 달래며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또 나에게 나쁜 짓을 할까 봐….
하느님 계신다면 도와주세요, 아무리 초범이라지만 그 사람 감옥 갈 수 있게 도와달란 말이에요.
- 9월 25일 수요일 ‘작열감’
20대 초반 당시 자취를 일찍 시작했었을 때 벌어진 사건이다. 보증금이 저렴한 반지하였는데, 계약기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만 했었던 일이었다.
남자친구가 집까지 데려다주고, 집에서 나는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있었다.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문을 여는 순간 낯선 남자가 앞에 서 있었고 '하자' 면서 껴안으려 했다. (중략) 10분이 안 되어 경찰이 찾아오고 대문을 넘어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에 해당된다며 그 사람은 잡혀갔다. 나는 진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경찰의 말은 '저 사람 술이 많이 취했다'며 훈방조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보복을 당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 신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이 사건 때문에 직장에 휴가를 내며 새로운 집을 찾아야 했고 '문을 열면 낯선 사람이 있다'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생리도 두 달을 밀렸으며, 결국 정신과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제대로 된 집을 찾지 못해 CCTV가 있는 고시원으로 들어갔고, 핸드폰 번호도 바꾸며 '이 사건'에서 도망을 쳤다.
내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자 남자친구가 대신 상대 변호사의 전화를 받아줬다. 상대쪽 변호사는 오히려 나를 꽃뱀취급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나는 제일 먼저 반성문을 쓰라고 했고 합의에 대해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왜 꽃뱀이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몇 달이 한참 지나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치료하고 사건을 마주할 수 있을 때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갔다. 고작 주거침입이라는 조금의 벌금만 내고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 그 사람은 고작 벌금 내고 끝이라니 화가 났다. 그 사람이 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았다는 걸 알았을 때, 남자친구는 내가 창문을 자주 열어서 나를 봤을 거라며 앞으로 창문을 열지 말라고 주의를 주며, 나를 따라온 것이라는 말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집으로 가는 골목길이 다른데 나를 따라온 게 뭔가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고작 주거침입 하나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현실에 순응했다. '죄를 지어봤자 크게 벌을 받지 않는구나' 라고. 얼른 털어버리지 못하는 사람만 바보구나 싶었다.
- 트라우마를 만든 기억 : 자취할 때의 기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