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의 무늬

1 죽음에 관한 네 가지 단상
시 13
2016 봄 14
마지막 봄비 16
국수 18
참외 20
구두 22
겨울 송정 해변에서 25
마지막 26
무섬 28
죽음에 관한 네 가지 단상 30
한 여자 34
남천南天 36
모로 눕다 38
독감 40
플랜 B 43
먼나무 44
봄볕을 따라가다 46
주름 47

2 나마스테
거돈사지居頓寺址에서 51
방하착放下著 52
착득거着得去 54
휴휴암休休庵 56
거돈사지 삼층석탑 59
내소사來蘇寺 60
정암사淨巖寺 62
갑년암甲年庵 64
당호에 대하여 66
나마스테 69
춘몽 70
싸리나무를 추억하다 72
늦은 첫끼를 뜨며 74
사이 76
시월 78
와불 79
명자네 추어탕 80
슬픈 일 82

3 오십견에 관한 명상
청명 87
곡우 88
소만 89
망종 90
하지 92
장마 94
대서 96
말복 1 98
말복 2 100
오십견에 관한 명상 101
그해 여름 102
처서 104
백로 106
무명無明 108
입동109
설화雪花 110
매화를 찾아서 111
만년필 112

4 보덕사 해우소
덜꿩나무 117
시에게 주는 시 118
오늘 120
비듬 122
백만 광년 밖의 당신 124
보덕사 해우소 126
맛있으면 돼지 128
2016, 동지, 전업시인, 황여새 130
성탄절, 산행, 시, 무덤 132
입에서 개구리를 꺼내다 136
속도에 대하여 138
7시간 140

┃해설┃
적묵寂默을 향한 긴 여로 145
방 인 석(문학평론가)

시

안테나를 T자 형태로 창문 높은 곳에 부착하고 나니
그제야 FM 94.9가 깨끗하게 수신되는 것이었다
그 후, 내게는
두 팔을 벌리고 창가에 서는 일이 많아졌다
이따금 심장이 쿵쾅, 천둥소리를 냈다
그건 아마
당신이 송출한 메시지가
내 가슴에 정확히 전달된 순간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진종일 라디오와 놀았다
울안의 나무들이 온몸에 연두색 봄빛을 둘렀다
다음 세상에
내가 나무로 태어나야 할 분명한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