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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87023272
· 쪽수 : 283쪽
· 출판일 : 2022-12-28
목차
‘작은 책’ 기획시리즈 발간에 부쳐 5
『노동가치 탐구』 추천사 7
서문 12
1. 『자본』 저술의 목적과 방법 24
2. 상품: 필연적 출발점 38
3. 노동: 사회적 분업 52
3.1 사회적 분업체계 56
3.2 가치법칙 73
3.3 상품교환 102
4. 가치: 추상적 인간노동 114
4.1 노동으로부터 가치로 115
4.2 생산과 교환: 추상의 두 원천 142
5. 화폐: 가치의 최종형태 150
5.1 가치의 발현과 승인 151
5.2 화폐 출현 155
5.3 노동화폐 비판 166
5.4 화폐의 가치척도기능 175
5.5 화폐의 교환수단기능 180
5.6 부르주아 화폐 관련 이론 비판 185
5.7 화폐의 가치축장기능 197
5.8 화폐의 지불수단기능 및 신용화폐 204
5.9 화폐기반 및 금융체계 간 모순 217
6. 물신: 상품생산사회의 신비성 232
6.1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소드 233
6.2 상품 물신성 238
6.3 상품생산사회, 봉건사회, 자유로운 생산자
연합사회 245
6.4 화폐 물신성 256
6.5 화폐 통약성과 인간소외 263
7. 결론을 대신해: 이 모든 것의 의미는? 272
7.1 표층과 심층의 세계, 가치 규정성 273
7.2 경제위기: 시스템 차원의 가치규정 278
7.3 이 모든 것의 의미 283
8. 참고문헌 288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문
첫 부분이 항상 어렵다는 것은 어느 과학에서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도 제1장, 특히 상품분석이 들어있는 절을 이해하기가 가장 힘들 것이다(『자본 I(상)』, 3).
가치형태에 관한 절을 제외한다면, 이 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이것은 물론 무엇이건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며 따라서 또 독자적으로 사색하려는 독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자본 I(상)』, 4).
이 소책자의 목적은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는데, 특히 제1권 1장, 2장, 3장을 읽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1 이 책에서 다루어질 각 장 및 하위 절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제1장 상품
제1절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제2절 상품에 체현되어 있는 노동의 이중성
제3절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제4절 상품의 물신적 성격과 그 비밀
제2장 교환과정
제3장 화폐 또는 상품유통
제1절 가치의 척도
제2절 유통수단
제3절 화폐
마르크스의 이 저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형태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투입-산출 분석 모형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W. 레온티에프는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미시경제학 교과서를 읽기보다 『자본』 읽기를 권한 바 있다(W. Leontief, 1938). 이는 확실히 분명한 사실인데 왜냐하면 자유주의적 성향의 주류 경제학에서는 자본과 임금노동 사이의 관계(법률적으로는 고용계약관계로 표현된다)에 대해 별 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이를 일반상품계약으로 환원시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주류경제학은 상품분석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회적 관계 분석을 누락시키므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상품생산의 사회적 관계의 분석은 『자본』 1권 1, 2, 3장의 주제이자,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마르크스는 『자본』을 저술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 기울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이 저서가 현실의 리얼리티를 올바르게 설명할 것으로 기대한 것은 물론, 저서 그 자체가 이론적으로 완벽한 구성미 또한 보여주기를 기대하였다. 그는 H. 발자크의 단편 소설 『미지의 걸작』에 등장하는 예술가처럼 자신의 저작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을 진정으로 두려워한 바 있다(F. 윈, 2014).
사회적 삶의 깊숙한 내면적 진실을 전달해주고 그 자체가 예술적 구성적 가치를 지닌 이 저작을 독서하는 것은 따라서 헤아릴 수 없는 이점과 즐거움을 제공한다. 우리는 단지 이 저작의 독서에 참가함으로써 이 모든 혜택을 향유할 수 있다. 이 풍성한 지적 향연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가 지불하여야 할 것이라고는 새로운 이론과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요구되는 인내력과,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지적 정직성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법이라 할지라도 요리 그 자체를 대신할 수 없듯이, 아무리 훌륭한 『자본』에 대한 가이드라 할지라도 『자본』을 대신할 수 없다. 이는 사실이다. 우리가 『자본』을 처음 읽기 시작하였을 때 의지하여야 할 유일한 규칙은 “읽는다. 읽는다. 오로지 읽는다.”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런 사전 준비와 배경 지식을 갖추지 못한 채 고립적으로 독서를 시작한다면 일반 독자들은 십중팔구 곧 낭패감을 느끼며 책을 덮을 것이다. 이 역시 사실이다. 마르크스가 사용하는 개념이나 논리들은 그것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마치 수수께끼 암호처럼 느껴진다. 어떤 준비도 없이 『자본』을 독서하는 것은 오늘날 현대 영어의 사용자에게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독해를 강요하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는 『자본』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지, 『자본』에 관한 책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러나 『자본』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최소한의 준비운동 또한 요구되는데 이 책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저술되었다.
『자본』 전체가 난해하고 어려운 저서이지만 특히 상품의 가치를 다룬 1장은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리고 이 소문이 거짓 소문이 아닌 것이 이 저서의 저자가 이 점을 직접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제사〔題辭〕 참고). 이 소책자는 1장을 포함해 2장, 3장까지 바로 『자본』의 가장 난해한 부분에 대한 가이드의 역할을 위해 저술되었다. 일반 독자들이 『자본』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진입장벽인 가치론 논의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고, 이후 『자본』 독서의 기본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이 책 저술의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동기이다.
물론 이와 같은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훌륭한 저서들이 이미 출간된 바 있다. 예를 들어 H. 클리버(2018)이나 M. 하인리히(2021)의 저서가 그러하다. 이들 역시 이 소책자와 유사하게 각각 『자본』 1장 및 1, 2장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저서들과 달리 이 소책자는 특히 상품생산사회의 사회적 관계 및 노동가치의 규정성 문제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물신성에 대한 포괄적 이해, 다른 사회형태의 사회적 관계와의 비교, 그리고 금융공황을 통한 가치 규정성의 회복과정 등을 비중있게 다루었다. 물론 이 소책자의 이러한 접근 시도가 이들 저서들의 탁월함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만일 게임에서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다른 이후 관문을 통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면, 이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준비의 과정 없이 처음부터 자신의 최고 지적 역량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 독서자는 이러한 ‘부당함’을 어찌되었거나 감내하여야 하는데 이 책자가 『자본』을 향한 여정의 첫 지도가 되기를 희망한다.
영국의 철학자 A. N. 화이트헤드는 독특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교육은 쉬운 것으로부터 어려운 것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부터 그 다음 중요한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본』의 구성 역시 쉬운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으로부터 시작하며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그 출발이 어려운지 모르겠다. 모쪼록 이 작은 소책자가 마치 ‘지옥에서 부처를 만나듯이’ 독자들에게 『자본』 독서에서 겪게 될 이론적 혼란에서 발견할 한 줄기 빛이 되기를 기원한다.
추기(追記)
첫째, 이 저서의 서술 전개과정에서 동일 내용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필자는 상품생산사회의 분절적 구조와 이를 다시 결합하는 방식인 교환에 대해 여러 번 설명하였다. 또한 창출된 신용이 청산되면서 가치의 쌍소멸이 발생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반복적 설명이 있었다. 이러한 중언은 서술 내용에 대한 강조의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이는 앞부분에 대한 참고 없이 진행되고 있는 문맥에서 그 자체로 설명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둘째, 이 책의 서술 범위가 노동가치론과 그것이 적용되는 상품생산사회이지만 가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언급되기도 하였다. 본격적인 자본주의 분석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나오므로 독자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상품생산사회의 가장 발달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자본』 1권, 1, 2, 3장은 가상의 상품생산사회에 대한 분석이라기 보다 자본주의 사회를 고도로 추상한 결과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또한 이 책이 다루는 『자본』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1권 1, 2, 3장에 한정되지만, 독자들은 이 책이 『자본』 3권의 내용도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이 또한 약간의 변명이 불가피한데, 화폐 및 신용에 관한 마르크스의 분석은 『자본』 3권에 가서야 만개하기 때문이다.
셋째, 부족한 이 책을 성실히 읽고 중요한 조언과 분에 넘치는 추천의 글까지 보내 주신 정성진, 조복현, 류동민 교수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파르메니데스가 아테네의 대중집회에서 어떤 철학적인 담론을 설교하게 되었을 때, 플라톤을 제외한 동석자 전체가 자리를 뜨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 그런 후에 그는 플라톤 혼자만 듣고 있어도 자신에게는 충분한 청중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A. 스미스, 2016, 554).
파르메니데스는 플라톤 혼자만 청중으로 남아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는데, 필자에게는 최소한 세 명의 청중이 있는 셈이다. 그 분들은 한국 정치경제학 분야의 플라톤이라고 하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에서 탁월한 업적을 성취하신 분들로 누구보다도 이 글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 분들이다. 이 분들에게 추천의 글을 받는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이 저술 작업에 보람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넷째, 필자는 2017년 7월 이래 대구 현대사상연구소(소장 홍승용)에서 「자본론 다시 읽기」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왔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은 필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경제학 비전공자들과 『자본』을 같이 읽는다는 것은 당연하게 넘어갈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의미이다. 문장 하나하나 의미 하나하나를 토론해 나가다 보면 예전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들 조차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주 깨닫게 된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를 통해 필자는 보다 세심하게 『자본』을 검토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홍승용 교수를 포함해 참석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섯째, 어느 책의 저자는 그 책을 자신을 가르친 학생들에게 헌정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헌사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필자는 경북대 경제통상학부에서 강의교수로 재직하면서 해마다 1학기와 계절학기 때 정치경제학을 강의하여 왔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포스텍에서 처음으로 정치경제학을 강의하게 되었다(포스텍 수강생들은 직접 원고를 읽고 글의 수정 및 윤문 과정에 도움을 주었다). 필자가 학생을 가르쳤다고는 하지만 사실 학생들이 필자를 가르치기도 하였다. 재기 발랄한 논평과 현실 타당성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 등을 통해 필자는 글자 뜻 그대로 학생들로부터 커다란 배움을 얻었다. 필자는 경북대와 포스텍의 훌륭한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를 누린 것에 대해 늘 감사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지식과 세상> 김병하 교수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같은 학자적 입장에서 저술 작업의 어려움에 대해 깊이 공감해주시고 인내심을 가지고 책 출간을 기다려주신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2022년 11월 25일
포스텍 아틀라스 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