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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7199250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16-05-15
책 소개
목차
Episode 14. 여정의 길목
Episode 15. 귀환
Extra. 놓친 것, 붙든 것
Postscript
책속에서
“재미있군. 끝까지 덤비겠다는 거냐.”
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수아는 하던 생각도 잊은 채 오싹한 느낌으로 다시 그를 보았다. 지금 제정신이 아닌 건 지금 그녀일지도 몰랐다. 쫓기고, 다치고, 그리고 힘들어서.
그렇지만…….
원래 알이 이런 식으로 웃는 사람이었나?
-당신은, 누구야?
“가짜에게 속을 정도로 우둔하진 않다!”
경비병들은 일제히 검을 빼 들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수아는 흠칫 몸을 떨며 반사적으로 그의 옷자락을 꽉 움켜잡았다. 칫, 그는 작게 혀를 차며 검으로 날아오는 검을 막았다.
챙! 검이 부딪치는 소리와 몸이 크게 떨렸다. 그 생생한 느낌에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들을 살해하려는 자가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올 리가 없었다. 수아가 정확히는 볼 수 없었지만 최소 셋 이상의 병사들이 그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빗속에서도 요란하게 울렸다.
그는 몇 번인가 검을 막아냈지만 꽤 힘이 부치는 것 같았다. 흐트러진 숨소리가 수아의 귀에 들려왔다. 불리한 상태라는 건 그녀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다른 것도 확신할 수 있었다.
아, 이 사람은.
알이 아니구나.
그가 검을 다루는 모습은 몇 번 보지 않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단순히 불리한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단지, 그 기세와 느낌이 너무나도 달랐다.
갑자기 겁이 더럭 났다. 그녀는 상황도 잊고 그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 그녀를 안고 있던 남자의 몸이 크게 휘청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경비병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번쩍이는 검날이 수아의 눈에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 그녀에게로 똑바로 내려오는 그 검이.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이럴 때 검의 움직임은 내려오는 모습은 유난히도 느린 슬로우 모션으로 똑똑하게 보인다. 수아는 알았다. 이제 저 검은 그녀에게로 내려올 것이다. 그녀를 안고 있는 남자가 막아주기에는 너무 늦었다.
알.
그 이름은 차마 입 밖에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완전히 죽음을 예감한 순간, 거짓말처럼 검이 사라졌다.
“수아!”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다. 남자가 그대로 고꾸라져 그녀의 시야에서 검이 보이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쓰러진 남자의 뒤로, 나무 사이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알?”
그는 숨을 몰아쉬며 거칠게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곳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려온 것이 보일 정도였다.
“허억!”
“뭐, 뭐야!?”
경비병들이 당황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아도 눈을 크게 떴다.
그곳에는 하르페니언이 있었다.
그녀를 안고 있는 남자와, 똑같은 모습의.
“감히.”
그는 이를 갈 듯이 말했다.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