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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342373
· 쪽수 : 522쪽
· 출판일 : 2023-06-15
책 소개
목차
1부
구들 밑에 일군 밭 _ 05
개구리의 죽음 _ 21
타인들 _ 45
아버지의 자리 _ 93
용산의 비가 _ 139
산이 흐르다 _ 171
2부(연작) _ 창밖으로 세상이 보인다
새로운 시작은 눈물로 _ 219
창밖으로 세상이 보인다 _ 241
먹이사슬의 꿈 _ 275
부자유친 _ 311
꽃이 진 자리 _ 359
조합장 선거 1 _ 381
조합장 선거 2 _ 407
조상근의 대응 전략 _ 433
돌아서야 할 때 _ 453
희망새를 찾아서 _ 483
추천사·시대의 우울에 담긴 조마조마한 희망 _ 509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마당을 일구고 연이어 부엌 바닥도 파헤쳤다. 구들장을 들어낸 것도 구들 밑의 땅마저 밭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밭을 일구어 나가는 그의 노력은 거의 필사적이었다. 이제 곧 서리가 내릴 텐데……. 갓 일군 밭이랑이 생명을 잉태할 씨앗
들을 기다리며 마당에서 부엌에서 그리고 그의 구들장 방에서 하염없이 입을 벌린 채 겨울을 맞았다.
이제 할아버지를 땅에 묻으러 고향으로 간다. 할아버지를 묻으면서 나는 내 속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가족의 이미지도 함께 묻을 테다. 그러면 이전의 나도 묻히겠지? 나를 어떤 선입견도 없는 백지로 만들고 싶다. 그러면 누가 아는가? 이 캄캄한 세상 저만치에 서서 빛을 반짝이는 등대를 보게 될는지.
형은 아버지의 허벅지가 썩어들어가도록 이 집을 살 때 빌려 쓴 융자금을 갚고 있을 것이고, 아버지의 복부와 흉부가 썩어들어가도록 조카들의 교육보험료를 꼬박꼬박 낼 것이며, 아버지
의 뇌수까지 썩어들어가도록 더 큰 집을 마련할 꿈에 혈안이 되어 있으리라. (아버지의 자리)
다소 작아진 노인의 혀 꼬부라진 목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산 좋고 물 맑은 곳으로 돌아가라고. 이놈의 세상은 언제부턴지 서로 뜯어먹으려고 눈알이 시뻘게진 각다귀판이 돼버렸어. 각다귀판이! 그러니 어서 돌아가라고. 나쁜 놈들, 땅이 무섭지도, 않느냐 말이야. 즈이 놈들이 그렇게 살다가 땅이 주는 업보를 받고 말 테지. “(용산의 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