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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56644
· 쪽수 : 137쪽
· 출판일 : 2020-03-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업 - 11
묵시록 - 12
봄 - 13
폭탄 돌리기 - 14
꽃청춘 이모티콘 - 16
쥐약 - 19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 20
접착력 떨어진 포스트잇 - 22
은밀한 스케치 - 24
공 - 26
홀아비바람꽃 - 27
무연고 쓰르라미 - 28
추억 - 30
로그인 - 32
의자와 자두나무 - 33
결혼 - 34
제2부
피크닉 - 39
비장의 무기 - 40
착한, 당신 - 42
임종 - 43
The Sixth Sense - 44
참선 - 46
돌 - 47
불면 - 48
깽깽매미 - 50
타임 서비스 쿠폰 - 52
싱크홀 - 54
오! 해피 데이 - 55
강적들 - 56
뜨거운 수프를 후후 부는 사이 - 58
기차놀이 - 60
사랑 아니고 사탕 - 62
절벽 - 64
제3부
오프라인 전투 - 67
탑 - 68
모노드라마 - 70
가족 - 72
펄럭이는 혀 - 74
매미목 노린재과 - 76
상류사회 - 78
아웃사이더 - 80
좀비들 - 82
사춘기 - 84
허수아비 - 86
스토커 1 - 87
스토커 2 - 88
프라이드치킨 - 90
어떤 바다 - 92
인연 - 93
사랑과 영혼 - 94
제4부
아파트 - 99
졸방제비꽃 - 100
백수 1 - 101
백수 2 - 102
기린 - 104
파리 - 105
이별 - 106
색즉시공 - 108
공즉시색 - 109
댓글 - 110
러시안룰렛 - 112
윤회 - 113
고문 - 114
바위 - 116
삿갓 김 - 118
구석 - 119
수행 - 120
해설 김영범 통각(痛覺)으로서의 웃음, 이 우릿한 육감(六感) - 121
저자소개
책속에서
비장의 무기
좁은 골목
어기적어기적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가
임시 번호판도 떼지 않은
새까만 외제 차의 옆구리를
쓰윽
긁으며 지나간다
차 주인이
울그락불그락
펄펄 뛰며
고함을 지른다
할머니가 느릿느릿
허리를 펴고
뒤돌아서
무표정하게
차 주인 어깨 너머
나뭇가지의
새를
본다 ***
꽃청춘 이모티콘
멋대로 살겠다고
집 나갔던 언니가 모처럼 들어왔습니다
막무가내로 돈 달라고 망치로
엄마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
시작합니다
옛날에는 엄마 가슴이 석고처럼
부드러워서
못이 쑥쑥 잘 들어갔는데
이제는 콘크리트 벽이 되었나 봅니다
못이 튕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못대가리에서 불꽃이 튀는 소리도 들립니다
언니가 못을 박다 자기 손을 내리쳤나 봅니다
아프다고 펄펄 뛰는 소리도 들립니다
콘크리트에 박힌 못은 빼기 힘듭니다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집니다
그렇다고 밥만 축내는 내가 달려들어
언니를 말리기도 힘듭니다
엄마 가슴에 바람이 부딪히나 봅니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립니다
잠시 후, 전기드릴 소리가 납니다
망치로 안 되니까 더 강력한 걸 가져왔나 봅니다
전기드릴 때문에 집이 흔들립니다
참지 못한 내가
전원 스위치를 내립니다
갑자기, 나를 발견한 엄마와 언니가 달려들어
대못 나사못 콘크리트못
닥치는 대로 나에게 박아 대기 시작합니다
내 가슴은 합판처럼 얇아서
각종 못이 쉽게 잘 박힙니다
엄마와 언니는 있는 대로 못을 박더니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픈 것은 둘째 치고
밥값이라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내일 아침 엄마는 빨간약
언니는 반창고를 들고 몰래 오다가
내 방 앞에서 마주칠 게 뻔합니다
구멍 뚫린 가슴에서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