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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농업 > 농업일반
· ISBN : 9791187890164
· 쪽수 : 22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따갑지만 달콤한 벌들과 두 해를 지내보았습니다
1부 벌과 함께한 나의 사계절
[봄] 벌을 치기 시작했습니다│벌의 구조부터 영혼까지 알고 싶었습니다│벌통 속을 세심히 들여다봅니다
[여름] 꿀벌도, 나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햇꿀의 맛은 정말 다디답니다
[가을과 겨울] 이제 알싸한 추위를 대비해야 합니다
2부 양봉이 끝나고 난 뒤
[벌의 선물] 벌이 나에게 준 것을 돌아봅니다
[벌의 미래] 벌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해봅니다
에필로그│살아 있는 생명과 함께하며 배우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
부록 1│양봉 용어 소개
부록 2│양봉을 이해하는 데 도움될 책들
찾아보기
책속에서
양봉을 하면서 내가 한 일은 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한 것뿐이었다. 돌아보니 세상과 사람들과 주고받은 상처를 벌을 만나면서 많이 풀었다. 수줍어서, 미안해서, 불편해서 사람들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벌 앞에서는 많이도 했다. 허리를 굽혀 벌통 안을 살펴보고 쓸모없는 헛집을 제거해주고 병해충 방제를 해주면서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지듯 조바심 나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안정을 찾고는 했다. 그동안 벌과 나의 따갑고도 달콤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였다.
나는 양봉을 한 뒤 주변 어디에 꽃이 피었는지를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꽃과 벌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내온 세월을 생각할 때 꽃만큼 벌을 잘 아는 친구가 없지 않을까. 꽃은 인간이 모르는 벌의 내밀한 모습을 아는 것 같다. 주변에 꽃이 피어 있는 걸 볼 때면 어디선가 벌들이 이 꽃을 찾아 날아올 거란 생각에 안심했다. 나의 양봉장 주변에 어떤 꽃이 피는지, 그 꽃에서 어떤 꿀을 모을 수 있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도시양봉가들은 대부분 양봉터를 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 빈민의 감수성을 체득한다. 양봉을 해도 좋다고 허락할 건물주를 찾아 설득하는 건 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도시인의 모습과 정확하게 겹친다. 주인이 허락한다 해도 주변에 꽃이 피는 녹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생태 환경 문제에 자연스럽게 눈뜨게 된다. 이렇게 도시양봉을 하면 부동산과 생태, 공동체 문제 등 도시가 낳는 사회문제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빌딩과 아파트를 병풍 삼아 벌을 만나는 융통성, 다른 도시인과의 공생을 해치지 않는 섬세함이 도시양봉가에게 필수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