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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8200313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8-04-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내가 먼저 죽인다
2부 너는 두 번 죽는다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던 손님이 손을 척 들었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103동이요.”
술에 눅지근해진 목소리로 남자가 말한다. 순간 손창환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놈이다.
머리털마저 곤두서버린 손창환과는 반대로 남자는 뒷좌석에 몸을 파묻었다. 가볍게 코까지 곤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룸미러로 남자를 보았다. 태평함에 빠져 완전히 무방비한 남자, 살기 편해졌다는 뜻일까. 살이 붙고 주름이 늘었다. 이전보다 배가 더 나왔지만 분명 그놈이었다. 박상준.
상투적이었던 긴 밤도 지랄 맞게 없던 손님도 단번에 불식시킬, 아니 손창환에게는 원수와도 같은 박상준이 첫 손님이라니!
너 죽고 나 산다. 진화하고 퇴화하듯 무시로 단어가 바뀐다. 박상준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상준이 네가 죽어야 내가 살 것 같다. 죽어라, 제발.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
죽여버릴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스쳤다. 박상준을 죽여버린다?
그래, 죽여버리자. 어차피 막장에 다다른 인생이다. 자고 일어나도 할 일이란 운전대를 쥐고 서울 거리를 내달리는 것 말고는 없다. 내일도, 또 모레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볼 것 없는 인생, 하나쯤 ‘진창에 처박고 칼자루로 담그고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납치하세요. 나를 납치하라고요! 딱 세 문장만 말하세요. 네 딸을 납치했다. 거래 조건은 두 시간 후에 말하겠다. 경찰에 연락할 시에는 딸의 목숨은 없다.”
“딱 세 문장? 네 딸을 납치했다. 거래 조건은 두 시간 후에 말하겠다. 경찰에 연락할 시에는 딸의 목숨은 없다?”
스마트폰을 건네던 엠제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사랑하는 엄마’라고 검색한 번호를 재빨리 눌렀다. 귓속말로 속삭였다.
“떨어도 괜찮으니 그냥 말하세요, 속 시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