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7440260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7-07-15
책 소개
목차
1부 _ 비밀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2부 _ 비밀은 사람에게서 이 땅으로
3부 _ 비밀은 말과 글로 전해져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방이었다. 쇠가죽으로 만들었다. 징을 박아 가죽이 덧나지 않게 했다. 최고급 가죽으로 만든, 소위 명품이다.
명품. 장윤정은 속물 같은 생각을 접으며 가방을 노려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서류가방이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건지도 모른다. 다만 무언가 계속 걸린다. 어째서 저 가방이 국립중앙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묻혔던 거지?
“한국전쟁 당시, 이 대대 대대장이 바로 할아버지셨어.”
“우리 대대 말씀입니까?”
박연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성욱의 눈가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럼 아버지를 찾아왔다는 말씀은?”
“그래, 내 아버지는 할아버지 유해를 찾고 싶으셨던 거야. 내가 겨우 걸음마를 할 때였어. 사단 BOQ에서, 아버지는 차근차근 할아버지의 흔적을 더듬었던 모양이야. 어느 날 저녁에 술에 잔뜩 취한 아버지가 나를 안고 놀면서 이러더라고.
‘할아버지를 찾은 것 같아.’
그 말을 건넨 아버지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어. 급기야 엉엉 울며 통곡까지 하셨지. 아마 어린 내게 우는 아버지의 모습이 큰 충격이었던가 봐.”
25년 전, 정확하게는 갓 네 살이 되었을 때다. 군인아파트 놀이터 그네에서였다.
인사동 한복판, 종로경찰서와 수운회관 뒤편, 정확하게는 관훈동인 이곳은 개축도, 증축도 불가능하다. 벽을 맞댄 오래된 건물과 함께 사람 말고는 진입이 불가능한 골목 탓이다. 표면적인 이유야 그렇다 해도 인사동은 무엇보다 서로가 숨기려는 게 많은 곳이다. 모파상만 해도 그렇다.
누가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는 이곳 모파상은, 양아버지인 장지유가 그림자 노인에게 물려받은 가게라고 한다. 그림자 노인의 소재가 불명해진 뒤 장지유는 가게를 대대적으로 수리하려 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모파상이라는 이름으로 고쳐 달려고. 그러나 지하를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건물의 지하는 지하가 아니라 도로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