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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88343621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3-04-26
책 소개
목차
서문|암 언 아티스트 앤 트렌스젠더 – 극작가 고연옥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세상의 첫 생일
우리는 그것을 찾아서
엄마, 엄마
가을 손님
리뷰|지상의 언어를 다르게 만드는 마법 – 문학평론가 오혜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실제 공간과 순서와는 상관없이) 수하물 검사대를 지나는 박진희, 가방을 차례대로 올려놓고 두 팔을 들고 검색대를 지난다. 진희가 검색대 앞에 서는 순간부터 직원들 사이에 묘한 혼란이 맴돈다. 진희가 검색대를 통과하자 직원 2와 직원 3이 서로 눈을 마주친다. 아주 짧고 묘한 시선이 오간다.
진희 : (방백) 지금 저들은 나를 두고 일대의 고민에 빠져 있다. 국경을 넘는 트랜스젠더들에게 발생하는 흔한 일이다.
직원2 : 실례합니다. 당신은 여자, 아니면 남자?
진희 : 암 트랜스젠더. 피메일 투 메일.
직원2 : 아, 오케이. 그럼 여자와 남자 중 어느 쪽이 바디 체크하는 게 편해요?
진희 : 딱히 상관은 없어요. 편한 쪽으로.
직원 2와 직원 3이 다시 눈을 마주하고 뭔가 대화한다.
진희 : (방백) 그들은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혹은 나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으로 애쓰고 있다. 여자 검사관이 몸을 만진다. 침착하게, 사무적으로. 결국 나의 성별과 육체는 침착하게 사무적으로나 대하는 것이다.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월경하기 위해서는 겨우 이것이 끝이다. 그리고 월경은 농담이 맞으니 웃어도 된다. 웃어라. (직원을 보며) 에브리씽 오케이?
직원3 : 오케이, 굿럭.
진희 : 오케이, 땡큐.
진희, 걸어서 검사대를 통과하면 팻말이 보인다. ‘독일’.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 월경」에서
주인공 : 내 팔다리가 새로워요. 내 몸통도, 내 목과 쇄골도, 내 광대뼈와 눈썹도 모두 신기해요. 그리고 나는 자라나는 사람이니까 내 몸도 끊임없이 변하죠. 다만 이번에는 내가 예상하고 기대하는 방식대로입니다. 네, 나는 백팔십까지 키가 클 거예요. 그럴듯한 청년으로 자라날 거예요. 아니, 먼저 그럴듯한 소년으로 살 거예요. 나무처럼 늘씬하고 키가 큰 소년이 될 거예요. 운동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뛰어다니고 싶어요. 아니, 이미 그러고 있어요. 내가 공을 잡지는 못해도 나는 긴 다리로 가장 오래 달리는 사람입니다. 내 손은 단단하고 딱딱하고, 그 손에 연필을 쥐여주든 공을 쥐여주든 무엇을 쥐여주든 당신들은 기대한 것 이상을 보게 될 겁니다. 왜냐고요? 왜냐면 나는 변신을 겪은 존재니까요. 나는 스물여덟 살 하고도 열여섯을 사는 사람이니까요. 나는 소년이니까요.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 변신 혹은 메타몰포시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