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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88343829
· 쪽수 : 652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목차
서문
하미
부동산 오브 슈퍼맨
공주들
파란나라
김수정입니다
리뷰|악당도 영웅도 없는 가장 보통의 세계: 진창에 평화가 있다 – 홍승은(작가)
공연 기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수호 입장 바꿔서 일본이 우리나라에 와서 장학금 주면 받을 거예요?
진경 돈이 무슨 잘못이 있어. 받아야지! 왜 툭하면 파이팅을 할까? 싸우자고? “평화, 평화, 평화, 파이팅!” 말이 돼? (갑자기) 근데 뭉치 일은 진짜 너무하지 않았냐? 한국에서 교통사고 나면 병원 가는 건 상식이잖아. (다시 일하려다 말고) 그리고 어제부터 피해자 찾아가서 한다는 소리가 “증언해달라!” “힘들었겠다!” 아니, 인터넷 좀만 찾으면 나오는 얘기를 대체 왜…….
수호 피해자 관광 온 것 같던데.
진경 그러니까. 동물원이야. 투어버스 타고, 사육사 설명 듣고. “살아 있는 피해자를 볼 수 있습니다!”
「하미」에서
김명희 솔직히 전세 없었으면 우리가 서울에 집 구할 수 있었겠어요? 근데요, 가만히 보니까 이 전세라는 게 참 미개한 제도던데요? 집 없는 사람들이 집 있는 사람한테 돈 빌려주는 거잖아요, 개인끼리. 근데 이 개인 거래에 정부가 왜 끼어들어 와요? 정부는 대놓고 집값 올리고, 국민들한텐 뭐 해주는 것처럼 전세대출 늘려주고, 보증보험 만들어서 안심시키고. 우리 같이 돈 없는 사람들은 정부만 믿고 빚내서 비싼 전세 들어가니까, 이거 이용하는 투기꾼들이 판을 치는 거잖아요. 저 같은 사람은 모를 줄 알았어요? 옛날은 말도 안 할게요. 이명박 때 금리 낮추면서 전세대출 여덟 번이나 늘렸죠. 박근혜 때 빚내서 집 사라, 또 대출 엄청 늘려줬죠. 문재인 땐 세입자 갱신계약 거절 못 하게 하면서 집주인들이 4년 치 집값 한 번에 올렸죠, 그래 놓고 그거 달래느라 또 전세대출 엄청 늘렸잖아요. 내가 알아보니까 전세대출이 이명박 때 22조에서 지금은 200조가 훨씬 넘었다고 하던데요. 아니, 제정신입니까! 무슨 정부들이 다 같이 국민들을 빚쟁이로 만들고 있어! 이게 다 부동산값 떨어지면 정치적으로 독박 쓰니까, 욕 안 먹고 지지율 지키려고, 서로 폭탄 돌리기 하면서 눈치 보는 거잖아요. 장관은 2년, 3년 해 처먹으면 되고, 대통령은 5년 해 처먹고 마니까 다음 정권에서 해결해라!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뭐? 문제 터지니까 이건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 사기 범죄다, 너네끼리 해결해라? 지금 정부가 피해자들한테 보상을 해줄 게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죠. 이런 대국민 사기극을 치고 있는데! 국토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말이야,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올라가선, 반성은 못 하고 전 정부 탓이나 하고 있고, 피해자들한테는 같잖은 보상해주겠다고 거들먹거리고! 뭐 하는 짓입니까, 대체! 두고 보십시오. 우리 모두 두고두고 고생할 겁니다. 지금 이 대출들, 언제 한번 제대로 다 터져서, 이 나라! 어떻게 되나 보라고요!
한 장관 (사이) 네, 국민 여러분, 사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전주가 나오면) 저희는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의 삶을 따듯하게 살피겠습니다.
「부동산 오브 슈퍼맨」에서
사회자 그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누군가가 침묵했던 과거는 중요한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꼭 역사의 진실이 밝혀져서 일본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다른 공주님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지만 (공주들이 손을 들자) 오늘은 이 공간을 대관한 시간이 다 돼서 아쉽게도 여기서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김공주 (손을 들며) 잠깐만, 안 끝났어. 나 한마디만 더 할 거야.
사회자 그럼 김공주 할머님의 마지막 말씀을 듣고 이 자리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김공주에게 마이크를 전해준다.
김공주 (마이크를 들고) 맨날 했던 말 하고 또 하고. 테레비고 신문이고 입이 아프도록 죽도록 말해놓으면 그 말은 다 어디 가고 그저 김공주 위안부, 위안부 김공주 할매, 피해자 김공주.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거야? (감정적으로) 나는 위안부도 아니고, 할머니도 아니고, 소녀도 아니야. 그냥 김공주야, 김공주. 윗구멍에 풀칠하려고 아랫구멍 내어주니까 밥이 들어왔고, 뒷구멍에 뭐가 꽉 차서 아파서 열어보니까 악취가, 악취가. 왜 자꾸 내 구멍을 가지고 니들이…….
사회자 (마이크를 빼앗으며) 죄송합니다. 시간이 다 돼서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공주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