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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8701414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7-07
책 소개
목차
✏ 서시
1부 ✏ 가을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거든요
내 이름 주인 없는 곳/ 작년 만우절 아침/ 푸른 가을하늘/ 내버려 두세요/ 거미줄 1 (Web)/ 거미줄 2 (Wide)/ 거미줄 3 (World)/ 괜찮아요 024
2부 ✏ 세파의 찬바람도 잦아드는 그곳을 찾아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매미가 소란한 이유/ 마약 권하는 사회/ 계급과 마음씨 1 (껍데기)/ 계급과 마음씨 2 (알맹이)/ 손자의 세상/ 공원 관리/ 곶자왈을 아시나요/ 우리 세상
3부 ✏ 그 시절을 너만은 기억하고 있겠지
비밀 사랑/ 사문진沙門津에서/ 거울 속 해후/ 가을 남자에게/ 그냥 살짝/ 마음 통하는 꽃/ 슬픔 1 (正)/ 슬픔 2 (反)/ 슬픔 3 (合)/ 고백 찬가/ 답이 곧 질문
4부 ✏ 옛날이다, 내 눈에 별밤이 빛나던 시절
세월 유감/ 고향 도둑질/ 다시 잠들지 못하는 밤/ 호이안 일지日誌/ 고향 이미지/ 나는 뭘까/ 칠곡 할매들 솜씨 084
5부 ✏ 헌 세상 가고, 새 세상 오겠지
책과 시간의 싸움/ 여름 한낮의 꿈/ 세상 변화/ 정년 신드롬/ 세월의 잔소리/ 새로운 아웃사이더/ 줄 끊어진 연/ 헬스장에서/ 줬으면 그만이지/ 잠투정 달래기/ 부인, 큰일 났소
[해설] ‘나만이 아닌 나’의 곶자왈 첫사랑 꿈 ‧ 정만진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처음 배우기를
사람은 다 같다고 했습니다.
겪을수록 아니었습니다.
마음씨가 달랐지요.
어떤 사람은 좋은 마음씨를 키우고
또 어떤 사람은 나쁜 마음씨를 좋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더군요.
공중목욕탕에 가보면 안다고 했죠.
벌거벗은 몸뚱이엔 사회적 지위나 완장이 없다고요.
누구나 적나라한 원초적 모습에서 동등하다고요.
그런데 30년 남짓 동네목욕탕을 다녀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별난 사람들 많다는 걸요.
사람 다 같지 않다는 걸요.
몸 씻지 않고 탕에 들어가는 사람
샤워 중에 흥얼거리며 노래하는 사람
탕에 들어앉아 끙끙 신음소리 내는 사람
큰 냉수 욕조를 독차지하여 헤엄치는 사람
큰 목소리로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
면도 양치질 하는 동안 샤워기 물을 틀어놓는 사람 …
자신의 존재감을 상식과 다르게 각양각색으로 드러냅니다.
상식대로 살아가면 자신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말죠.
남들과 같으면
자신이 드러나지 않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니까요.
유한계급은 현시적인 소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죠.
산업화 덕분에 목욕은 특권 자리에서 물러나고
시민 평등의 상징이 되었죠.
대중목욕탕은 도회지 중산층의 사치가 아니고,
자본주의 착취에 찌든 노동자들의 노동재생산을 위한 휴식처가 되어
아편보다 중독이 심한 마약 같은 효능을 제공한다지요.
그렇게 배웠는데 오늘아침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자유주의의 마지막 보루가 우리나라 동네목욕탕인 줄 아시나요?
사람들은 다 똑같이 잘 살 수 있다는 공산혁명의 허구성을 가르쳐주는 산교육 장소,
설사 정부비판과 정권교체의 밀담장소가 된다 한들
공중목욕탕 폐쇄는 안 될 일입니다.
동네목욕탕 존속을 위하여, 정부보조금 지원하고 이용요금 인상 막아야 합니다.
K-boom에 편승해서 K-목욕탕 세계 진출을 도와야 할 때입니다.
좋은 마음을 억지로 내게 하는 것은 나쁜 마음씨입니다.
내가 지닌 것을 없는 이에게 나눠주는 마음이 아름다운 마음씨입니다.
자기가 알아서 대가없이 좋은 마음을 내는 것이 진실한 마음씨입니다.
맨몸뚱이가 다 같지 않은 사람임에도
똑같이 대우하는 마음은 정말 좋은 마음씨입니다.
우리는 마음씨가 서로 다르기에, 비로소 인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