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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한국어/한문
· ISBN : 9791188715107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4-12-23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숫자 ’0’은 값이 없는 수로 ‘영(零)’ 또는 ‘공(空)’이다. 낮거나 높거나, 적거나 많거나, 없거나 있거나, 춥거나 덥거나 하는 음(陰)과 양(陽)의 기준이 되는 점이다. 이 점에서 우리 삶은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천천히』 엮으며 고하다
평소 보안 스님은 말과 글로 우리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데 열심이다. 하루에 한 편씩 짧은 ‘읽을거리’를 써서 온라인으로 전하는 일을 수 년째 해 오고 있다. 이 ‘읽을거리’는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도 명상과 참선과 사색 등을 통해 평화를 얻게 하고 깨달음과 소통하게 한다. 소통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는 일이고,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일이다. 소통이야말로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일인데, 이 소통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말이고 글이고 문자다. 그 중에서도 문자는 뜻을 알고 익혀야 쓸 수 있어서 진지하게 대면할 필요가 있다. 문자 중에서도 한자는 뜻을 나타내는 문자로 상형 문자, 회의 문자가 발달한 것이다. 글자마다 뜻을 가졌고 그러한 사연도 가져서 실로 이야기 보따리라 할 만하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사용하는데 서로 음은 달라도 뜻은 통한다. 한자는 오만 자 정도가 있으나 주로 쓰는 글자는 오천 자 정도다. 『천자문』은 중복되지 않게 천 자를 추려 엮은 것으로 예부터 공부의 시작이었다. 네 글자씩 엮인 고시라 운율도 더해서 노래하며 배웠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이 정도까지는 누구라도 따라 읊었다. 하늘 천 따 지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이렇게 장난스런 노래로도 따라 불렀다. 소리는 알아도 뜻을 알자면 천천히 그 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문자는 심오한 세계를 담고 있어서 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사뭇 흥미롭고 진지하다. 이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과 다르지 않아서 이것이야말로 마음 공부가 된다.
『천천히』는 『천자문』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 ‘보안 스님 천자문 이야기’를 천자문 순서대로 이백 자씩 나누어 모두 다섯 권으로 엮는다. 보안 스님이 두루 다니며 곳곳에서 만나는 이야기 담은 사진도 함께 엮는다. 사진이야말로 말이 필요없는 세상을 담아낸다. 보기만 해도 충분하겠지만 사진도 읽으면 읽을수록 뜻깊어진다. ‘보는 일’과 ‘읽는 일’은 사뭇 다르다. 무어라도 상통하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한글이 상용되는 지금에야 한자는 소용없는 문자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문자가 가진 광의를 헤아려 보는 일은 근본을 헤아리는 일이니 어느 모로도 상통한다. 문자도 알고, 뜻도 알고, 소리도 알고, 자신의 마음도 알고, 우리들 마음도 아는 일이다. 매일매일 한 글자씩 마음에 새기면 좋을 일이다.
평화는 구분하거나 구별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로소 생겨난다. 자연이 그러한 것처럼 그러한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문자를 만든 마음과 같으리라. 문자를 만들 때 서로 인지한 세계를 공통으로 형상화하는 일과 소리를 부여하는 일은 실로 단순하지 않다. 그렇게 생겨나고 파생되고 신생되는 문자들은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현재도 생동한다. 우리는 이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실로 믿고 따르는 편인데, 정작 그 깊은 속은 알지 못한다. 명상과 참선과 사색 따위가 필요한 이유다. 그리하여 무어라도 평화에 이를 수 있겠다.
天 (천) 하늘 - 羊 (양)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