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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기타 라이트노벨
· ISBN : 9791188793808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9-04-18
책 소개
목차
빛과 그림자
붉은 소녀
핏줄
어둠 속에 사는 마물
카레와 화해
신의 조화
비둘기와 까마귀
소실
믿는 자는 구원받지 못한다
쥐의 꼬리
문틀 아래의 인형
속고 속이기
뜻밖의 의뢰인
하얀 천
뒤집힌 용
신을 사칭하는 자
사당의 여자
사실과 진실
가면 아래의 얼굴
역린
용의 신부
잿더미로 변하다
까마귀 금리
사신의 여흥
책속에서
"미안해."
"……뭐가 미안하다는 거예요?"
"억지로 캐물으려고 했잖아, 너에 대해서."
자신의 '힘'에 대한 이야기다. 치사토는 긴장했다.
"난 네가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어."
"사람의 마음?"
"그래. 내가 생각하는 걸 전부 꿰뚫어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화풀이를 해 버렸어."
확실히 자신의 마음이 간파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불안해지기도 할 것이다. 치사토의 부모님도 그랬다.
"저…… 사람의 마음은 안 보여요."
치사토는 빈 소스케의 유리잔에 보리차를 따랐다.
"저에게 보이는 건 '과거'예요."
소스케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물건을 만지면 그 물건과 관련된 사람이나 사건이 영상처럼 떠올라요."
소스케가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 나나모리 저택과 신사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건만인가? 사람은?"
"생물은 만져도 아무것도 안 보여요."
"물건이란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거지?"
"인공물, 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땅에 굴러다니는 돌은 만져도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보석이라면 보여요."
이전에 카라시마가 사람의 사념이 이러니저러니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인공물에는 그 사념이 남기 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넌 요우코 씨의 펜던트를 만져서 거기 새겨진 문양을 알아낸 건가?"
"아뇨, 물건의 상태가 나쁘면 아무것도 안 보여요. 요우코 씨의 펜던트는 다 타 버렸으니까…… 펜던트의 문양을 알아낸 건, 저택 서고에서 지내는 요우코 씨를 봤을 때예요."
그 말에 소스케는 잠시 생각하듯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요우코 씨가 고문서를 들고 나간 것도, 의식이 행해진 것도 전부…… 그 힘으로 알아낸 거고?"
"네."
"지금 여기서 내가 뭔가를 봐 달라고 하면 봐 줄 수 있어?"
치사토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어려워요. 물건의 상태뿐만 아니라 제 몸 상태에도 좌우되니까…… 어쨌든 소스케 씨의 마음을 엿보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안심하세요."
치사토가 그렇게 말하자 소스케는 부끄럽다는 얼굴을 했다.
"왜 나한테 힘에 대해서 이야기 할 마음이 든 거지?"
"그야 소스케 씨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잖아요?"
소스케는 감이 좋은 데다가 머리도 좋을 것이다. 치사토의 행동과 조사 결과로 이미 알아채고 있었겠지.
"뭐 그렇지만…… 이유는 그뿐이야?"
"네."
치사토의 대답이 소스케는 불만스러운 듯했다. 도대체 어떤 이유라면 괜찮았을까.
"뭐 됐어. 어쨌든 여러모로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해."
재차 소스케의 사과를 받자 도리어 거북해졌다.
"사과 안 해도 괜찮아요. 솔직히 말하면 거의 다 잊고 있었으니까."
"잊고 있었다고……?"
소스케에게 사과를 받는 것도 무섭지만 낮은 목소리로 위협받는 건 더 무섭다.
"화내지 마세요. 그야 소스케 씨의 말에 상처를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신사에서는 소스케 씨한테 도움 받았으니까. 일단 쌤쌤으로 치지 않을래요?"
치사토의 제안에 소스케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치사토를 보았다.
"쌤쌤이라니…… 사람이 너무 좋잖아."
"그렇지도 않을걸요."
계속 화내고 있는 건 어렵다. 피곤한 데다가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