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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806096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9-09-20
책 소개
목차
1. 삶
수양벚꽃 휘늘어지는 봄에는 누구를 만나든 - 벚나무
기록하는 나무는 기억하는 나무 - 느티나무
촘촘히 엮을수록 힘이 세진다 - 싸리
빈집 대문간에 피는 그리움 - 산수유
보통은 둘째 언니나 셋째 언니의 이름 - 명자나무
맞춤한 울타리 - 탱자나무
얼마만큼 왔나 몇 리나 남았나 - 10리길 5리나무
5월의 꽃, 노동의 꽃 - 산사나무
구슬 같은 아이들이 자라 이 세상 보배가 되라고 - 회화나무
타오르는 가지 붉어지는 마음 - 박태기나무
아름다움의 새로운 확장 - 무궁화
길한 것은 들어오고 흉한 것은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 당산나무
소리와 공명하는 맑은 기운 - 대나무
우애의 발견 - 남천·피라칸타·자귀나무
천년 묵은 사건과 천년 이을 시간을 경험하다 - 은행나무
2. 숲
느릅나무에 앉은 새는 멀리서 왔다 - 참느릅나무
바다의 것을 부르는 산의 것 - 밤나무
어떤 애련한 마음이 스미었는지 - 오동나무
아주 특별한 인사 - 계수나무
봄의 맛 - 진달래
맛있게 속는다 감쪽같이 속인다 - 산딸나무
꿀 발라 놓았을까 그렇게들 좋아하니 - 꿀밤나무
조금은 특별했던 어느 날 - 가시나무
무엇이든 감고 봅니다 - 노박덩굴
어서 와, 맛있는 열매를 내가 알려 줄게 - 청미래덩굴
늘 푸를 줄 알았지만 - 소나무
매력 - 박쥐나무
3. 색
깜짝 놀랐다 사마라 - 단풍나무
마음을 두드리고 간다 - 때죽나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았겠지요 - 닥나무
그 남자의 꽃 - 목련
어쩐지 꽃잎 하나하나가 물방울로 만들어진 것 같은 - 수국
그러고도 남는 장사 - 뽕나무
나무의 때깔 - 신나무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날아가요 - 모감주나무
날개가 파도처럼 휘어지는 가지 - 화살나무
기분 좋은 들뜸 - 중국단풍나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나무 대회가 열린다면 - 팽나무
4. 물
마술을 부리는 시간 - 왕버들
둑길 따라 흔들리던 눈부신 추억 - 아까시나무
나의 나무 나의 새 - 이태리포플러
밀고 당기는 향기의 중매쟁이 - 찔레꽃
저물녘 연못가에 한 사내가 앉아 있네 - 수양버들
가끔 소리 내어 알립니다 - 은사시나무
5. 열매
밤에 꽃향기를 맡아 보다 - 살구나무
못생긴 게 아니라 그윽한 겁니다 - 모과나무
행복의 크기 - 감나무
동네 처녀 바람날 일은 없지만 - 앵도나무
새가 먼저 알고 맛을 본다 - 무화과나무
작전명 산딸기 - 산딸기
그렇거나 말거나 주렁주렁 - 대추나무
여름밤의 소동 서리 원정대 - 복숭아나무
보리알 같은 자식이 여럿 - 보리수나무
이름에 놀라고 향기에 놀라고 - 쥐똥나무
보석을 드세요 - 석류나무
책속에서
느티나무는 언제라도 찾아가면 반겨 주고 무슨 말이든 나눌 수 있는 속 깊은 친구 같다. 말을 잘 들어 주는 나무는 속내를 들켜도 좋고, 쭈뼛대며 물러나지 않아서 좋고, 무슨 말인들 거리낄 것이 없고, 낱낱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정이 든다. 쓸쓸한 날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면 늘 그 자리에 있어 위안이 되던 나무, 입맛 다실 무엇이라도 가지고 나와 나누어 먹던 이웃들, 지나가던 누구라도 끼어들어 이야기꽃을 피우던 시절은 기억 속에 아련하지만 느티나무는 제 몸피에다 꼬박꼬박 적어 왔다. 한 그루 나무가 동네 사람 모두의 일기와 같다.
산사나무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에 단단한 의미가 부여되었다. 10여 개의 꽃이 소담하게 모여 피는 것도 손에서 손으로 연결되는 노동의 연결고리 같다. 단결하면 아름답다. 힘이 생기고 의지가 된다. 더 큰 힘을 사용할 용기도 생긴다. 세계의 노동자가 없다면 의식주를 가능하게 하는 가치와 즐거움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가.
지금도 수많은 책과 나무들이 내게 사마라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며 새로운 궁금증을 열어 준다. 이미 익힌 즐거움 위에 새로운 즐거움을 얹는 일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나만의 뿌듯하고 확실한 씨앗으로 수확된다. 그리고 점점 더 멀리 확산되고 번지고 날아가 아주 작고 작은 생명체를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흔히 보는 주변의 참새와 노랑나비와 지렁이 한 마리까지, 자연이 일으키는 감각과 활기찬 율동은 만인에게 공개된 비밀이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쁨의 날개인 것이다. 사소한 것, 익숙해서 지나치기 쉬운 나무들의 매력을 문득 찾아내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자주 들판과 골목을 걸어야 하고, 천천히 걸어야 하고, 가만히 보아야 한다. 내가 먼저 나무에게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