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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128982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0-11-27
책 소개
목차
1부 꽃이 운다면
우리는 매일 사라진다
꽃이 운다면
숲의 나무들에게 물결을
걷는 사람
새의 질문
올바른 삶
찰칵
텃밭의 노래
의심하는 사회
물들메나무
포위당한 자연
가장 밝았다
아름다워지려고
왜 울지
2부 새들은 색을 잘 사용한다
큰고니는 달린다
왜가리는 인테리어를 알아
작은 새도 아는 것
이것은 재난영화가 아니다
회화나무가 걸어와
새가 된 나무
선물은 흥겹게
밤이 되어
당신이 원하는 색
새는 왜 내 입안에 집을 짓는 걸까
이제 와 무슨
새의 기억법
여름 우포늪
그래 보는 거다
3부 너는 나를 만나려고 거기서부터 시작했고
누군지도 모르고
살구나무는 생각하겠지요
어느 날 사내들이 들판을 걸어간다 며칠 후 사라진다
난 그저 걸어 다니는 사람일 뿐
수탉
나와 같이 동거하는 거미
논
하우스
들여다보아야 한다
너는 나를 만나려고 거기서부터 시작했고
들판은 나의 것
우거진 물속은 어떻게 나무의 흔들림을 정박하였나
땅콩은 알았던 거지
치아 상태를 점검하는 오후의 진료
4부 시절의 서약은 어디에 두었지
잘 모르겠지만 잘 모르겠어
걷는 나를 위한 시
당신은 흘러갔습니까?
물의 저녁
오래전 바다
물의 우거짐
엄마의 자끄
내가 돼지를 만날 때
벼
우포늪
오래 빛나는 새
지금이 가장 좋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모두 걷고 있다
해설
스미고 번지는 것들을 위하여
-임동휘(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는 매일 사라진다
멈출 수가 없다 사라지는 일을
매일 사라지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집으로 간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조금씩 죽어 가는 우리
아침이 밝아 온다
계속 죽어 갈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사라진다」 전문
어린 날 구슬치기 딱지치기보다 더 재미있었던 건
한 가지 주제에 미치는 것
가령 만화책을 보는 것
공동묘지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
이상한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고
이상한 방법으로 이상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
이상한 일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때
그제야 말을 하지
풀에 미친 사람은 봄을 기억하지 않고
사랑에 미친 사람은 이별을 기억하지 않고
그 무엇에도 어떤 것에도 홀리지 않는 사람은
제 삶에 구멍을 내어 술술 속셈을 흘려보낸다
차디차게 물렁해진다
가볍게 단단해진다
벗어나면서 얽매인다
꽃에 미친 사람들이 언덕의 풀을 짓밟고
길에 미친 사람들이 비를 두려워하고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향을 버린다
새는 왜 울지
-「왜 울지」 전문
밤하늘이 한 발자국씩 이동하고 있다
겨울에서 봄이 오고 있다
아득하던 오리온 별자리가 환하게 눈에 들어온다
빛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고
지구는 돌아가고
우리의 이별은 차고 이지러지는 달처럼 자연스럽다
삼월의 마늘밭은 아침이면 더 푸르게 목을 늘일 것이다
저 계절에서 이 계절로 넘어온 깊은 물결
나의 남루함이 새로운 남루함을 걸친다 해도
따스하게 반겨야 할 얼굴이 있다
매일 달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듯이
어떤 계절에 걸쳐진 밝음은 어두운 숲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어쩌면 너의 가장 아름다울 시절이 여기에
나는 지금이 좋다 착하고 명랑하게
매일 눈뜨는 아침이
-「지금이 가장 좋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