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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8912865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0-08-27
책 소개
목차
영도구 대평동 2가 143번지
문철이와 숙희
동식이
깡깡이
흰 젖가슴
엄마의 노래
그림으로 그린 집
오아시스
아시바
거짓말
숙희
태풍 불던 날
여름, 1974년
자갈치 도선
은실 언니
어린 마음
말하지 않아도
담임 선생님
깡깡이 소리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 집 살림 밑천 기특한 맏딸!”
아버지의 그 말은 나를 옥죄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나는 그 말에 꼼짝없이 묶여 기특한 딸이 되어야 했다. 칭찬은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시내와 이어지는 영도다리를 건너오면 대평동과 봉래동 일대 바닷가에는 선박을 수리하는 작은 조선소가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깡깡이 아지매’들은 낡은 배를 수리하거나 새로 페인트칠할 때 배의 녹을 떨어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짠 바닷바람에 노출된 배들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었고 바닷물에 잠긴 아랫부분에는 따개비나 담치 같은 해양생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런 것들은 배의 속도를 느리게 할 뿐 아니라 쇠를 부식시키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벗겨내고 새로 페인트를 칠해야 했다.
깡깡이 아지매들은 끝이 납작한 끌처럼 생긴 망치로 쇠를 두드려 녹을 떨어낸 다음 쇠 솔로 다시 한 번 더 문질러 남은 녹까지 깨끗하게 털어내는 일을 했다. 수리하는 배의 안과 밖, 구석구석까지 깡깡이 아지매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깡깡이 아지매들은 자신들의 삶에 녹처럼 붙어 있는 가난을 떨어내듯 안간힘을 다해 망치질을 했다.
“깡깡깡깡…….”
쇠와 쇠가 부딪쳐 내는 깡마른 그 소리에는 가난한 살림을 붙들고 사는 깡깡이 아지매들의 결기도 섞여 있었고 칡뿌리처럼 감겨드는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기도 했다.
“깡깡깡깡 깡깡깡깡…….”
봉래동과 대평동 해안가에는 깡깡이 아지매들의 망치 소리로 하루가 시작되었고 망치 소리가 끝나면 하루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