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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궁전

율의 궁전

안광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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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궁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율의 궁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9144036
· 쪽수 : 242쪽
· 출판일 : 2021-06-20

책 소개

2016년 중편 '우리가 순금 씨를 기억하는 방법'이 「진주가을문예」 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안광근 작가의 첫 소설집. 중편 한 편과 단편 다섯 편으로 묶인 소설집은 일관되게 어떤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_ 006
구둣방 노인에 관한 소묘_ 011
예의 없는 시대_ 049
율의 궁전_ 079
우리가 순금 씨를 기억하는 방법_ 111
아내의 가을을 꿈꾸다_ 187
산앵두 나무와 주목_ 213

저자소개

안광근 (지은이)    정보 더보기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났다. 2016년 진주가을문예에 중편 ‘우리가 순금 씨를 기억하는 방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19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문학기금에 선정되기도 했다. E-mail: doma@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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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구둣방 노인에 관한 소묘

한때 연인이었던 남자와 여자가 편의점 통유리 앞에 나란히 앉아 있다. 여자는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다. 남자의 노인분장 탓이다. 여자가 웃으며 말한다. “너 늙으면 이런 모습인 거네.” 여자의 편한 말투에 안심했는지 남자는 하루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펼쳐 놓는다. 초왕이 퇴장하고 올빼미가 등장할 때까지 여자는 커피를 홀짝거리며 남자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다.
“내가 호텔 지배인 역할 맡았던 연극 기억나?”
“베니스에서의 죽음?”
“타지오를 사랑했던 아젠바하역을 내가 얼마나 탐냈었는데. 근데 중요한 건 할아버지도 아 젠바하랑 같은 처지였단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여학생이 아니라 남학생이었어.”
“알아듣게 좀 얘기하지.”
“구두 주인.”
“…….”
남자와 여자는 아무 말도 않은 채 통유리 넘어 거리를 무심히 내다본다. 한참 만에 여자가 입을 연다. “외로우셨겠다.” “우린 남들 신경 안 쓰고 사랑할 수 있어 다행이지 뭐.”
남자의 말에 여자가 또 한 번 빙긋 웃으며 말한다.
“우린 막다른 길까지 온 거야. 더 갈 수 없으니 이젠 돌아가야지. 그래도 온 길로 되짚어가진 말자.” 남자는 말 없이 캔커피를 만지작거린다. 여자가 남자도 알아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잇는다. “나 지난주에 아이 지우고 왔어.” 여자는 발목잡기 싫었다고 말한다. 여자는 혼자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말한다. 여자는 자신만 죄스러운 게 억울했다고 말한다.
“너도 잠깐은 아빠였으니까……. 네 얼굴 보면 자꾸 아이 생각이 날 것 같아. 그것보단 외로운 게 낫지. 그러니까 우린 그만두는 게 맞아.”남자와 여자는 통유리에 비친 모습으로만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건 여자였다.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손을 살짝 올리더니 말없이 편의점을 나선다. 남자의 시선은 통유리 넘어 여자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여자는 돌아보지 않았다.


예의 없는 시대
당신은 길들여져 혹시 본능을 착각하며 살고 있진 않나요? K의 음성이 머릿속에 자꾸 맴돌았다. 2,000원에 예술을 감상할 기회. 그 문구에 손 내밀어 준 K는 김밥과 라면 대신 내 마카롱을 감상했다. 물물교환 어때요? 나는 그렇게 말했었지. 레퀴엠을 오물거리며 흘렸던 K의 눈물. 그건 인형을 보내려 애초부터 마음먹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물론 눈물의 의미가 그것만은 아닐 테다. 현실은 나물같이 상큼하고 쌉싸래하지 않았으며 젊음은 고단하기만 했으니까. 미술관을 빠져나왔을 때 휴대전화가 주머니에서 부르르 울었다. 집주인이 또 재계약을 묻는 문자였다. 광화문 광장 건널목에서 빨간 신호를 한 번 쳐다본 후 자판을 꾹꾹 눌렀다. 유학을 떠날 계획이라 재계약은 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프랑스로 떠날 것이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불현듯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전송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전화가 다시 진동했다. ‘회사의 사정상 부득이 해고 조치하였음을 통보합니다.’ 인사과에서 보낸 문자였다. 해고 시기와 사유는 메일로 보냈으니 이의가 있으면 법원을 통해 재판을 청구하란다. 설마 했는데 나도 이런 식으로 해고를 통보받고 말았다. 신호는 여전히 빨간 불이었다. 광장 한쪽에 나풀댔던 노란 리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파란불이 들어오면 건너도 되는 걸까? 확신이 들지 않았다. 순간 우사단 골목 모퉁이 담장과 무심히 그곳을 바라보던 K의 얼굴과 마카롱 레퀴엠이 노란 리본들과 뒤엉켜 허공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에선가 K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 당신은 어때요? 당신은 여전히 진화 중인가요?


율의 궁전
“이제 생각났다. 맞아 그때도 여름이었어. 그 여름 내내 창백한 얼굴로 엄마가 느티나무 아래서 책을 읽어줬거든. 난 엄마 젖을 만지면서 꾸벅꾸벅 졸았고……. 어른이 되면 나무에 올라갈 수 없을 거라고 엄마가 말했어. 그건 생각이 너무 많아 몸도 머리도 무거워졌기 때문이래. 그래도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올라야 한댔는데.”
“알았으니까 일단 나가자.”
이상한 아저씨가 마을을 빙빙 돌며 걷기만 했던 건 나무에 올라갈 수 없어서라고 율이 말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건 주제를 찾지 못한 것과 똑같은 의미일지 모른다고.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절대비밀’이라며 내 귀에 여러 말을 속삭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엉겁결에 따라 일어나려 하자 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절대 비밀이다. 알겠지?”
“…….”
농담처럼 툭 던진 녀석의 다짐 너머로 어디선가 부엉이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니 올빼미나 소쩍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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