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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물
· ISBN : 9791189171407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2-03-1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제1장 해모수와 유화 부인
제2장 주몽과 예진 낭자
제3장 부여를 떠나다
제4장 졸본부여 땅에서 고구려를 세우다
제5장 비류국 송양왕과의 대결
제6장 동강 난 칼을 찾은 유리
소설 고주몽 해설
고주몽 연보
소설 고주몽을 전후한 고구려 연표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느 하루, 무엇에 놀란 말 한 마리가 들판으로 도망가 버렸다. 주몽은 다른 목동에게 뒷일을 맡겨 놓고 급히 도망간 말을 쫓아갔다. 들판을 헤매다 보니, 어느덧 깊은 산골짜기까지 가게 되었다.
“아앗!”
비탈 아래에서 웬 여인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달려가 보니, 얼굴선이 고운 처녀 앞에 늑대 한 마리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캬르릉.”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며 막 달려들 찰나, 주몽은 재빨리 화살을 쏘았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이 늑대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펄쩍 뛰어오르던 늑대는 “켁!” 소리와 함께 나동그라졌다. 처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주몽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낭자. 이 깊은 골짜기에 어인 일이시오?”
“제 아버지께서는 약재상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요즘 편찮으셔서 제가 약초를 캐러 다니고 있답니다.”
“이 골짜기는 여인 혼자서 다니기엔 위험한 곳이오. 댁까지 제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실은, 저쪽에 제 하인들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주몽이라 합니다. 낭자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저는 예진이라 하옵니다.”
“예씨 성에 이름은 진인가요?”
“예.”
두 사람이 서로 이름을 알려주며 인사를 주고받을 때, 언덕 아래에서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몽둥이와 칼을 들고 달려왔다.
주몽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뛰놀던 동무들이 있었다. 오이, 마리, 협보라는 이름의 벗들이었다. 이들 세 친구는 부여에서도 용맹하기로 소문난 군장의 아들들이었다. 그들은 머지않아 아버지의 대를 이어 군장이 될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주몽과 더불어 무예를 겨루고 활쏘기를 했으며, 사냥도 함께 다닐 만큼 친했다.
주몽은 대소 태자와는 어쩔 수 없이 어울렸지만, 이들 세 친구와는 늘 붙어 다녔다. 지혜롭고 용감한 오이, 마리, 협보는 큰 뜻을 지닌 주몽을 태산처럼 믿었다. 청년으로 성장하면서부터는 주몽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주몽 또한 이들 세 친구들을 평생의 벗으로 여겼다.
주몽은 유화 부인께 엎드려 절한 뒤 길을 떠났다. 그런데, 주몽이 앉았던 방석 옆에 보리 종자가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어? 주몽이가 이걸 놔두고 갔네. 내일 전서구 편에 보내줘야겠구나.”
유화 부인은 종이와 붓과 벼루를 꺼내 들었다. 먹을 간 다음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붓을 들어 흰 종이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아바마마. 긴 세월 소식 한 장 올리지 못한 딸을 용서하소서. 이미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우발수에서 벌을 받고 있다가 동부여 금와왕에게 사로잡힌바 되어, 그의 궁궐로 와서 살게 되었나이다. 저는 그해에 해모수 님의 아이를 낳았사온데, 이름은 주몽이라 하옵니다. 영특하고 지혜로운 제 아들 주몽이는 활을 잘 쏠 뿐만 아니라 온갖 재주가 뛰어난 청년으로 성장하였나이다. 하지만, 금와왕의 일곱 왕자들이 자주 시기하고 목숨을 해치려 하였기에, 그 모진 손아귀를 피해 마침내 친구들을 데리고 동부여를 탈출하였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이 편지를 받으실 즈음이면 주몽이가 모둔곡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부디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주셔서 우리 주몽이를, 아바마마의 외손자를 도와주소서. 주몽이는 남쪽에 둥지를 틀고 나라를 세울 것을 결심하였답니다. 그러하오니, 아바마마가 다스리는 압록강 부근의 군장들을 보내어 돕게 해주신다면 기필코 큰일을 이룰 것이옵니다. 늘 건강하시옵기를 엎드려 비나이다. 동부여에서 큰딸 유화 올림.
편지를 쓰는 동안 감정이 북받쳤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졌다. 군데군데 눈물로 얼룩진 편지를 곱게 접었다. 그런 다음, 지필묵을 가지런히 놓아두고 자리에 누웠다. 아버지 하백과 두 여동생 훤화, 위화의 얼굴이 떠올랐다. 젊은 날 만났던 해모수의 얼굴도 떠올랐다. 어디론가 쏜살같이 말달리는 주몽의 얼굴도 떠올랐다. 잠은 천리만리 달아나 버렸다. 어둠속 천장만 바라보다가,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