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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지 않았다

그곳에 가지 않았다

(시의 아포리아와 시 읽기의 반성)

오태환 (지은이)
  |  
황금알
2018-10-31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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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지 않았다

책 정보

· 제목 : 그곳에 가지 않았다 (시의 아포리아와 시 읽기의 반성)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91189205157
· 쪽수 : 456쪽

책 소개

오태환 비평집. 한국 시사 연구의 방향을 지금까지와 다른 각도에서 살피고, 오래 타성적으로 수용되어 온 시 연구와 시 읽기에 대해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목차

1부 한국 시사의 공간구조와 70년대 주요 시집 분석
70년대 시사의 공간구조적 탐구를 위한 시론(試論)•14
1. 현대시사 기술의 현실과 반성•14
2. 한국 현대시사의 공간구조•17
3. 1970년대 시사의 공간구조적 의미•24
절대언어, 또는 언어의 해방과 자유를 향한 고투•34
― 『거대한 뿌리』에 나타난 김수영의 시적 지향과 의미
1. ‘참여’의 오독(誤讀), 김수영에 대한 오해와 편견 •34
2. 한 니힐리스트의 고독한 성명(聲明) •39
3. 해방의 언어, 자유의 언어, 그리고 절대언어•47
4. 언어의 전위적 예술가•56
꽃의 알리바이와 투명하고 정치한 언어의 조도(照度)•58
― 『처용(處容)』에 나타난 김춘수 시의 지형과 풍향
1. 「꽃」 : 시의 부재증명, 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59
2. 「나의 하나님」 : 시적 언어와의 황홀한 접선•65
3. 「처용단장(處容斷章)」 : 도저한 꿈과 환상의 백과전서•71
자기 갱신의 현장, 또는 문학적 진실의 안과 밖•80
― 『문의(文義)마을에 가서』에 보이는 언어와 세계의 대결국면을 중심으로
1. 「투망(投網)」 : 비극의 수용과 시적 전망의 갱신•80
2.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 문학적 참사의 현장•87
3. 시문학사에 던지는 어젠다•93
연민과 피정의 시학, 그 환상적 칸타타의 순한 잔향 •98
― 『북 치는 소년』을 중심으로 읽는 김종삼 시의 미학적 향배
1. 가슴 설레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평화•98
2. 현실의 신산에 대응하는 방식•103
3. 색채가 없는 윤곽, 윤곽이 없는 색채의 환상•109
4. 진정성의 쓸쓸하고 아픈 맨살•112
젊은 날의 초상, 시적 궤적의 낭배•114
― 『아침의 예언(豫言)』에 나타난 오탁번 시의 방향성
1. 『아침의 예언(豫言)』 : 오연한 시정신의 물증•114
2. ‌「라라에 관하여」 : 충동, 에로티시즘의 환상, 열패감, 쓸쓸하고 아스라한•116
3. 「상징(象徵)의 언덕에서」 : 의미 띄우기와 의미 지우기의 건조한 반복•118
4. 「굴뚝 소제부(掃除夫)」 : 실존적 불안과 실존적 고독의 참을 수 없는 황량함•122
5.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사람과 우주의 순은빛 회통(會通), 또는 감성의 투명한 순도•125
6. 시세계 조명의 광원•129

2부 현대시의 여덟 가지 서경과 전망
송재학•132
「흰뺨검둥오리」 : ‘흰뺨’과 ‘퍼들껑’의 즐거운 교섭•132
「늪의 내간체(內簡體)를 얻다」 : 현대, 또는 현대적인 것에 대한 질문들•135
「구름장(葬)」 : 몸의 아픔, 몸의 슬픔, 낮달•140
「소래 바다는」 : 소래와 협궤, 표랑의식의 고단한 숙명성•143
「공중」 : 허공의 탐구를 위한 카메라 옵스큐라•146
안도현•151
「국화꽃 그늘과 쥐수염붓」 : 시에 대하여 시로 쓴 의제•151
「매화꽃 목둘레」 : 퇴계의 청매분(靑梅盆)과 매화치(梅花痴)•154
「설국(雪國)」 : 눈보라 사냥•157
「북항」 : 북항, 슬프고 따뜻한 맨살•161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역사의 화인(火印)을 위한 장렬한 증언•164
황학주•171
「나의 비애」 : 비애의 겨드랑이, 사람의 아름다움•171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나」 : 생의 환멸과 고독, 혹은•175
「어느 목수의 집 짓는 이야기」 : 바다, 당신, 그리움의 아득한 음역•181
「그해 여름」 : 깊고 아픈 행려(行旅)의 날들•185
문인수•189
「채와 북 사이, 동백 진다」 : 북채의 여백, 시와 언어의 파라곤•189
「가시연꽃」 : 아수라도 속에 도사린 극채색 리얼리즘•193
「저 할머니의 슬하」 : 애호박과 자궁•196
「동강의 높은 새」 : 달빛 비치는 일자무식의 서경•199
「식당의자」 : 플라스틱 의자, 즉물성의 희고 고요하고 무료한 온도•201
장석남•204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찌르레기 울음과 환한 아궁이•204
「그리운 시냇가」 : 우의로 빚은 조촐한 소우주•208
「배를 밀며」 : 배를 미는 방식과 서정의 고도•211
「바위그늘 나와서 석류꽃 기다리듯」 : 소박하고 은근한 수세의 미학•215
정진규•219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 그리운 물, 어머니의 불•219
「숲의 알몸들」 : 회사후소의 묵적, 슬픔의 고요한 중량•224
「삽」 : 삽의 에로티시즘과 죽음연습•227
「새는 게 상책(上策)이다」 : 언어와 우주의 내통•232
고재종•236
「소쇄원에서 시금(詩琴)을 타다」 : 소쇄원의 비잠주복들•236
「황혼에 대하여」 : 무공용(無功用)과 저녁의 평등•239
「시린 생」 : 미나리꽝의 사생(寫生)•243
「저 홀로 가는 봄날의 이야기」 : 청명햇살과 민중시•246
문정희•250
「“응”」 : 페미니즘 문학의 한 승경(勝景)•250
「율포의 기억」 : 생명을 향한 연민과 경의의 제단•256
「치마」 : 여성 해방의 적나라한 현장•259
「물을 만드는 여자」 : 여성성과 관능미의 승리•265

3부 시집 톺아 읽기
‌떠나가는 것들을 위한 천칭(天秤)자리 또는, 서늘하거나 따사롭거나 •270
― 장석주 시집 『일요일과 나쁜 날씨』
육체의 그리움, 그 황량한 에로티시즘의 미학•280
― 이화은 시집 『미간』
한 견인주의자의 꿈과 밥의 현상학•302
― 박무웅 시집 『지상의 붕새』
죽간과 목독으로 엮은 모국어의 점경(點景)들•312
― 이희숙 시집 『울 엄마』
파경 맞추기, 에로티시즘의 즐거운 점등(點燈)•327
― 백명숙 시집 『말, 말』

4부 현대시의 두 풍향
현대미술과 빈티지풍 원본의 시학•336
― 송상욱론
맛의 혈, 세상의 혈, 시의 혈•352
― 윤관영론

5부 시인을 읽는 창(窓)
비백(飛白)의 철학과 율려(律呂)의 미학•362
― 정진규 스케치
뚜벅뚜벅 걷다가 길에서 말 걸기•366
― 박의상 스케치
바람꽃, 하쿠다케혜성, 어쿠스틱기타 6번줄의 떨림•371
― 강신애 스케치

6부 현대시에 관한 질문과 어젠다
평면적 서정성, 그 관념화와 긴장의 이완에 관하여•378
1. 서정성과 관념의 안팎,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378
2. ‌관념과 현실 사이의 거리, 유치환의 「행복」과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383
3. 관념과 기교 사이의 거리,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알 수 없어요」•390
4. 맺는 말•397
현대시 공간에 드러난 아포리아의 두 지형•399
― 정지용의 「파라솔」, 서정주의 「문(門)」을 중심으로
1. 현대시의 오독과 난해성의 문제•399
2, 정지용의 「파라솔」, 생략과 비유로 짜인 언어의 난처한 감광도•404
3, ‌서정주의 「문(門)」, 통과제례를 배후에 둔 고통스럽고 찬란한 주물(呪物)의 언어 •413
4. 맺는 말•421
혼과의 소통, 또는 무적(巫的) 제의의 문학적 층위 •423
― 김소월·이상·백석 시의 무속적 상상력
1. 현대시에 투영된 무속의 국면•423
2. 김소월 : 사령과의 교감을 통한 한의 문학적 체현•427
3. 이상 : 무적 임사체험과 문벌에 대한 강박의식•435
4. 백석 : 무속적 사유와 토속공간의 원형성•441
5. 맺는 말•449

저자소개

오태환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4년 조선일보·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데뷔했다. 시집 『북한산』 『수화(手話)』 『별빛들을 쓰다』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시론집 『미당 시의 산경표 안에서 길을 찾다』 『경계의 시 읽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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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곳에 가지 않았다 : 시의 아포리아와 시 읽기의 반성』은 한국 시사 연구의 방향을 지금까지와 다른 각도에서 살피고, 오래 타성적으로 수용되어 온 시 연구와 시 읽기에 대해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시문학사에서 난제로 여겨졌던 시들을 촘촘한 눈금으로 다시 읽으며, 올바른 해석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아울러 당대에 생산된 좋은 시들을 톺아 드러내, 한국 현대시의 유니크한 풍경들을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인양한다.
1부 ‘한국 현대시사의 공간구조와 70년대 주요 시집 분석’에서는 한국 현대시사의 모습을 공간구조의 형식으로 이해한다. 이 모식도(模式圖)는 ‘서정주와 정지용을 대립항으로 놓는 가로축’ ‘한용운과 임화’를 대립항으로 놓는 세로축, ‘김소월과 이상을 대립항으로 놓는 깊이축’으로 구성된다. 가로축은 ‘언어에 대한 인식과 심미적 실현’, 세로축은 ‘문학관의 향배와 실현’, 깊이축은 ‘자의식의 확장과 집중’의 의미를 담는다. 이 방법론은 현대시사를 정지태가 아닌 운동태로 관측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시인들과 시들을 단선적 시간의 매듭 속에 영치(領置)하는 것이 아니라, 미학적·시의식적 파장의 역학구도 속에서 그것들의 운동에너지와 운동벡터를 입체적이고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효과가 있다.
70년대 시사의 획을 그을 수 있는 시집을 간추리고 그 안에 수록된 시들을 분석하면서, 시인의 시세계 안에서 그것들이 지니는 위상과 의미를 조망한다.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에 수록된 「푸른 하늘을」 「사랑의 변주곡(變奏曲)」 「풀」은 문제적이다. 「사랑의 변주곡(變奏曲)」은 서민과 서민의 일상적 드라마가 “사랑”임을 밝히고, 민중혁명에 대한 불신을 직설적이고 신랄한 어조로 드러낸다. 특히 「풀」은 절대언어라는 언어의 새 지평을 개간한다. 여기에서 비로소 그가 집요하게 모색해 왔던 무의미시는 빛나는 육체를 얻게 된다. 김춘수의 『처용(處容)』에서는 「꽃」 「나의 하나님」 「처용단장(處容斷章)」에 주목한다. 「꽃」의 아마추어리즘을 오롯하게 극복한 지점에 「나의 하나님」이 있으며, 그의 언어는 「처용단장(處容斷章)」에서 꿈과 환상의 도저한 백과전서로 완성된다. 고은의 『문의(文義)마을에 가서』에 게재된 「투망(投網)」과 「문의(文義)마을에 가서」는 10년 정도를 격해 개작된다. 이는 그의 문학지형이 고답적 인식론에서 실존적(역사적) 당위론으로 변모하는 경로에 있음을 뜻한다. 냉랭한 자기검열보다 프로퍼갠더를 떠올리는 이러한 행위는 「문의(文義)마을에 가서」에 이르러 문학적 참극을 빚는다. 문학사적 명편이 무모한 자가세탁 과정에서 어떻게 붕괴되는가를 고통스럽게 보여 준다. 김종삼의 『북 치는 소년』에서는 「북 치는 소년」을 중심으로 그의 현실과 문학에 대응하는 자세를 가늠한다. 그의 윤리는 타자에 대해서는 연민의 표정으로, 자신에 대해서는 죄의식의 고립된 성찰로 유통된다. 그의 시편은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순하고 쓸쓸하고 아프다. 『아침의 예언(豫言)』은 오탁번의 20대 청년기에 겪은 방황과 좌절을 반영한다. 「라라에 관하여」는 바람과 성애적 환상이 연대하면서 생의 모호하고 우울한 예감을 불러일으키고, 「상징(象徵)의 언덕에서」는 의미를 걷어내면서 랜덤으로 명멸하는 이미지의 이합집산을 묘파한다. 「굴뚝소제부(掃除夫)」는 실존적 불안과 실존적 고독을 서사적 문맥 속에서 다루고,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는 눈 내리는 아침의 정경을 통해 언어 감수성의 섬세한 순도(純度)를 경험하도록 유인한다.
2부 ‘현대시의 여덟 가지 서경과 전망’에서는 개성과 보편성의 영역을 심화·확장하며, 당대 시문학의 갈무리에 기여하는 시들을 살핀다. 송재학·안도현·황학주·문인수·장석남·정진규·고재종·문정희 등 8명의 시인과 그들의 주요 시 4·5편을 선정하여 집중 분석한다. 그들의 미학적 해조(諧調)와 실천은 한국 현대시의 의미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3부 ‘시집, 톺아 읽기’에서는 장석주의 『일요일과 나쁜 날씨』, 이화은의 『미간』, 박무웅의 『지상의 붕새』, 이희숙의 『울 엄마』, 백명숙의 『말, 말』을 따져 읽는다. 4부 ‘현대시의 두 풍향’에서는 송상욱과 윤관영의 시편을 다룬다. ‘현대미술과 빈티지풍 원본의 시학’은 ‘새것’을 추수하는 요즘 경향의 조급성과 스노비즘의 대척점에 서 있는 송상욱 시의 고졸한 원본적(原本的) 의미를 탐색한다. ‘맛의 혈, 세상의 혈, 시의 혈’은 음식, 또는 레시피를 통해 구현되는 윤관영의 독자성과 만난다. 그에게 맛의 혈을 포착하며 세상의 혈을 탐험하는 것은 언어의 혈을 짚는 행위와 같은 값을 지닌다. 5부 ‘시인을 읽는 창(窓)’에서는 정진규·박의상·강신애 시인의 문학과 사사로운 기억을 독필(禿筆)일지언정 한데 얼려 그리려 했다.
6부 ‘현대시에 관한 질문과 어젠다’에서는 한국 현대시에 내재된 문제적 국면에 대해 논의한다. ‘평면적 서정성, 그 관념화와 긴장의 이완에 대하여’는 김광섭·유치환·황동규·한용운 등의 시들을 통해 관념을 날것으로 펼치려 했을 때 노출되는 위험성을 다룬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서정성의 위기, 시의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현대시 공간에 드러난 아포리아의 두 지형’은 시의 오독과 난해성 문제를 정지용의 「파라솔」과 서정주의 「문(門)」을 중심으로 개진한다. 정지용의 「파라솔」은 ‘명모(明眸)’로 표상되는 미인의 모습을 연꽃으로 비유해 그린 것이 아니라, 파라솔과 연꽃의 형상과 동작태의 유사성에 착안해 둘을 등가로 인식한 즉물적인 시로 이해한다. 서정주의 「문(門)」은 무속적 세계관의 프레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시에 드러난 극채색 수성(獸性)의 이미지는 무속적 제차인 신체할단(dismemberment)의식을 적극적으로 환기한다. ‘혼과의 소통, 또는 무적(巫的) 제의의 문학적 층위’에서는 김소월·이상·백석의 시에 내재된 무속적 스펙트럼에 대해 기술한다. 김소월의 「무덤」 「묵념(?念)」 「접동새」는 사령(死靈)과의 교감을 통해 한(恨)을 무속적 언어로 체현하는 구체적인 사례다. 이상의 「오감도(烏瞰圖)」의 「시 제14호(詩第十四號)」와 「문벌(門閥)」은 임사체험과 문벌에 대한 강박의식을 무속적 사유로 구성한다. 백석의 「가즈랑집할머니」 「소금덩이라는곧」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는 북방지역 토속공간의 원형성을 무속적 도구를 이용해 원색적이고 핍진감 있게 묘사한다. 겨레정서의 원형질을 이루는 무속을 광원으로 우리 현대시를 조명하는 작업은 필요성 이전에 당위성을 띨 수 있다.

시의 아포리아는 그것을 추동하는 미적 형식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모든 시가 해석의 난해성 여부와 무관하게 아포리아를 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운명적이다. 아포리아는 시를 사상과 율법과 잡념과 풍속으로부터 구별할 수 있도록 하며, 시를 비로소 시가 될 수밖에 없도록 인도한다. 이 지점에서 시의 완성은 시인의 몫이 아니라, 비평가(독자)의 몫이라는 명제는 정당성을 얻게 된다.
- 들어가며


1부 한국 시사의 공간구조와 70년대 주요 시집 분석

70년대 시사의 공간구조적 탐구를 위한 시론(試論)

1. 현대시사 기술의 현실과 반성

1940년 임화가 동아일보에 게재한 「조선문학 연구의 일과제―신문학사의 방법론」으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사와 관련된 연구물들은 대부분 연대기에 의지하거나, 정치·경제·사회사 등과의 함수관계 속에서 해명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러한 방법론은 문학사를 역사의 일부로 삼고, 문학사 기술을 문학과 삶의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으로 여기는 태도에 의존한다.
문학사의 연대기적 시선과 문학작품을 생산한 현실에 대한 연구는 민족문학의 전모를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또 문학갈래의 생성·변전·소멸의 과정에 대한 이해와, 그것이 품는 의식체계에 대한 접근과 같은 광각의 시야 안에서는 꽤 합리적일 수 있다.
예컨대 조선 초기에 집중적으로 산출된 악장의 배경은 당시대의 정치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안에는 조선조 성립의 대주주였던 사대부들의 세계관과 정치적 이해(利害)가 짙게 어려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뒤 가파르게 융성한 소설은 그 무렵의 사회사와 거스를 수 없는 상관성을 띤다. 두 전란 이후 대중의 각성에 따른 세계관의 변화는 그들을 문학소비층의 수면 위로 급히 떠오르게 했고, 그 여파로 소설은 풍속문란의 종범, 아니면 기껏해야 여기(餘技)라는 누명을 벗고 귀족문학인 시문과 겨룰 수 있는 소비영역을 확보한다. 개항기 무렵 유럽문화의 충격으로 나타난 개화가사와 창가는 당시대의 사상사적 기류 안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전통문화와 외래문화의 길항(拮抗)으로 일어난 세계관의 혼란은 전통문화의 묵수(墨守)와 외래문화의 맹신이라는 양극화된 방향으로 날카롭게 파열음을 낸다. 개화가사와 창가는 이 두 신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근대적 매체로 발행되기 시작한 여러 지(紙)·지(誌)를 타고 널리 전파된다.
그러나 문학사 연구의 지향점을 일정한 시간의 매듭 안에서 문학작품의 산출원리와 변화과정을 밝히고 생산자의 위상(位相)과 의미를 드러내는 지점에 둔다면, 그러한 문학사 기술은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문학사를 ‘역사의 문학’으로 볼 것인가, ‘문학의 역사’로 볼 것인가 하는 물음이 불거진다.
위의 문학사 서술방법은 문학사를 ‘역사의 문학’으로 보는 문학안(文學眼)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 관점은, 문학사는 시간의 통일된 흐름에 기대어 있고, 문학사는 현실을 필연적으로 반영하며, 따라서 문학작품을 산출한 현실과 교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명제를 전경에 둔다. 물론 시의 생산주체인 시인은 당시기의 규범이나 윤리 또는 유행의 간섭을 어떤 농도로든지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마디 안에서 생산된 시가 온전하게 그것들을 반사한다고 보는 시각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인에게 배타적 자율성은 본능과 같으며, 그런 이유로 시와 현실이 늘 함수관계 속에서 운동한다고 잘라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20년대 계급주의적 경향을 띤 시들이 러시아혁명으로 말미암은 정치·경제·사회적 패러다임의 세계사적 전환에 발아의 배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향이 20년대 한국 현대시의 전모를 아우른다고 볼 수는 없다. 또 그와 같은 시의식이 당대뿐 아니라 1970년대와 1980년대에도 한국시단의 한쪽 분위기를 거의 같은 무늬로 짠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1930년대 초 김기림·정지용·이상·최재서 등에 의해서 도입·수용되었던 모더니즘은 시와 언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견인하면서 현대시의 충격소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30년대 생산된 시들의 모습을 밝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모더니즘을 기반으로 하는 방법론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시 생산의 유용한 도구로 봉사할 것이다. 유물론에 힘입은 민중사관의 침투나 서구 모더니즘의 수입이 한국 시단에 사건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해서, 그것들이 20년대와 30년대 우리 시단의 특수한 모습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시사의 마디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시사의 연대기적 기술은, 시들이 정치·경제·사회사적 장면들과 일부 접착면을 지닐지언정 완미한 함수관계 속에서 생성하고 변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대시사가 수용하는 시인들과 시들의 위상을 밝히고 운동 규칙과 향방을 지시하는 애초의 의도로부터 어긋날 가능성을 품는다. 이 위험을 피하고 한국 현대시사를 요량 있게 기술하는 지점에서, ‘문학의 역사’라는 컨셉을 문학사 기술의 배경으로 삼아야 한다는, 즉 문학 자체를 그것의 준거로 삼아야 한다는 명제는 ‘필요’가 아니라 ‘당위’의 뜻을 지닌다.
독일 문학사를 ‘괴테 이전의 문학’과 ‘괴테 이후의 문학’ ‘토마스 만 이전의 문학’과 ‘토마스 만 이후의 문학’으로 가르려는 기획은 ‘역사의 문학’의 프레임 안에서 문학사를 기술하는 태도에 대한 반성에 수원(水源)을 댄다. 그렇다고 한국 시사를 ‘최남선 이전의 시문학’과 ‘최남선 이후의 시문학, ‘정지용 이전의 시문학’과 ‘정지용 이후의 시문학’ 등으로 갈라놓고 기술하는 방식 또한 무턱대고 동의하기 어렵다. 이러한 시선은 문학사 기술의 거점을 문학 바깥의 것이 아니라 문학 안의 것에서 찾는 의의는 있을지언정 그 이상은 기대할 수 없다. 이는 앞에서 말한 문학사 기술의 위험을 손쉽게 피해갈 뿐, 그 안에서 시인들과 시들이 서로 복잡다기하게 붐비며 역동하는 시사의 모습을 섬세하면서 박진감 있게 밝히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 한국 현대시사의 공간구조

한국 현대시사의 얼개를 가늠하는 작업은 편년체를 본받아 시인들과 시들을 자리매김하는 단선적인 것이 아니다. 현대시사 안에 놓인 시인들과 시들은 마치 우주공간에서 중력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운행하는 별들처럼, 서로 미학적·시의식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서 움직인다. 이 점에서 문학사가는 지층에서 오래전에 멸종한 동물들의 화석을 발굴·귀납하여 연대기를 기록하는 고생물연구가보다는, 현재 살아 움직이는 천체의 운동을 관측하고 그것의 원리와 질서를 규명해 천문도를 설계하는 천체물리학자에 가깝다.
여기에서는 의미 있는 원심력과 구심력을 지닌 시인들을 설정하고 그들의 미학적·시의식적 중력장이 교직하면서 형성하는 공간구조로서의 현대시사를 제안한다.
한국 현대시사의 공간구조는 (1) 서정주와 정지용을 대립항으로 놓는 가로축, (2) 한용운과 임화를 대립항으로 놓는 세로축, (3) 김소월과 이상을 대립항으로 놓는 깊이축으로 빚어진다.




그림1. 한국 현대시사 공간의 기본구조

(1) 언어에 대한 인식과 심미적 실현 : 가로축은 시인이 어떻게 언어를 인식하고 미의식이 어떤 낭하를 거쳐 독자에게 수용되는가 하는 문제를 드러낸다. 서정주 시의 언어가 의미나 이미지를 실어 나르는 수레의 뜻을 지닌다면, 정지용 시의 언어는 거기에 더해 언어의 자족적 미학을 도모한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이해의 온도차는 필경 미의식의 전달경로에서 차이를 유인한다. 서정주 시가 품는 미의식은 수용자의 정서적 반응에 기대어 호소하는 전통적 수법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 정지용 시가 품는 미의식은 수용자의 이지적 반응에 의존하여 전달하는, 소위 모더니즘으로 알려진 방식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서정주 시가 서정(抒情)을 위주로 하는 ‘가슴으로 읽는’ 시라면, 정지용의 그것은 감각과 기교를 중시하는 ‘머리로 읽는’ 시다.
(2) 문학관의 향배와 실현 : 세로축은 시인이 조명하려는 것이 결국 세계 안의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을 둘러싼 세계인가 하는 문제와 얽힌다. 이는 시대나 현실의 외압에서 벗어난 삶의 근원적 풍경에 뷰파인더를 맞추는가, 유물론적 신념에 입각해서 사회·역사적 변화를 모색하는 지점을 지향하는가 하는 것과 같은 값을 지닌다. 한용운 시는 근원적인 삶의 모습 안에서 취재하며, 그의 시가 짜장 보여주는 것은 사랑과 그리움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충동과 욕망의 원형질이다. 이 언어공간에서 사회·역사적 검열이 개입할 소지는 애초부터 닫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임화의 시들은 물질적 세계관에 뿌리를 둔 채 사회구조의 변혁을 탐색하고 전망하는 방향으로 한결같이 초점을 모은다. 평등국가라는 이데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농민과 노동자가 자본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며, 그에게 시는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선혈이 낭자한 낫이며 망치와 등가적 의미를 띤다.
(3) 자의식의 확장과 집중 : 깊이축은 화자가 시 안에서 갖는 의미와 역할을 지시한다. 이 축대의 한쪽은 실존적 인물인 화자가 시 속에서 희석되면서 하나의 보편적 전형으로 확장된다. 이와 같은 화자의 모습은 김소월 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화자는, 자의식은 고스란히 증발된 채 한(恨)이라는 겨레정서의 원형을 베끼는 필경사로 복무한다. 반대쪽은 화자가 시 속에서 임계치까지 실체화되면서 자의식의 깊이를 심화한다. 이상 시의 화자가 그리는 풍경은 그만이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세계라서 일반적인 시야각 안에서 해명하기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그의 시가 조명하는 풍속은 스스로 세계로부터 고립된 유폐상황에서 자기 내부의 어둠을 순연히(치열하게) 응시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 그의 시는 화자의 자의식이 극단적 깊이로 집중되었을 때 환상처럼 열렸다가 닫힌다.
축대(1)과 축대(2)와 축대(3)은 각각 작품론과 작가론과 창작론의 영역 안에 포섭될 수 있다. 물론 현대시사의 공간을 구성하는 축대의 준거는 문학사가들의 문학사관에 따라 다르게 상정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작품론적·작가론적·창작론적 기본축대가 개별시인의 문학세계를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고 여겼고, 더욱이 각 축대의 대극점들이 현대시사 초창기에 일정한 구심력과 원심력을 갖춘 시인들의 시세계의 한 특징과 조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각 축대의 대극점에 자리잡은 시인들의 시세계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 공간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한 시인의 시가 품는 여러 특징 가운데 하나를 기준으로 전형화해서 대극점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한 시가 동시에 여러 특징을 갖는 것은 본질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극지점의 시들끼리 유사성을 보이지 않는 한, 이 가설의 안정성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축대(1)과 축대(2)·(3)은 성격의 측면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축대(1)의 두 대극점은 시소의 양끝과 같은 모순관계에 놓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서정성과 기교 및 감각은 시인의 창작기법, 또는 글쓰기 수완에 따라 얼마든지 동시에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반면에 축대(2)와 (3)의 대극점은 엄정한 모순관계 안에 있으므로 한쪽의 성격이 강하면 다른 쪽의 성격은 어쩔 수 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축대(1)이 참여하는 얼개가 약간 느슨해지는 면은 있지만, 구조적 손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두 대극지점의 성격을 온전히 배타적으로 반영하는 시들은, 서정주의 「바다」와 정지용의 「바다1·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 시인들을 한국 현대시사를 구축하는 의미 있는 동인(動因)으로 여기고 시사를 관찰하는 방식은, 그들이 그것의 전체 문맥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개성이 하나의 분명한 전형을 이룰 가능성이 같은 시대의 다른 시인들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구성하는 세 개의 축대가 교직하면서 빚어내는 공간은 한국 현대시사가 구체적으로 전개되는 역동적인 필드를 형성한다.

그림2. 8개의 하부공간으로 구성된 한국 현대시사의 공간구조

한국 현대시사의 공간구조는 어림으로 보아 난삽해 보일 수 있지만, 8개의 작은 입방체로 이루어진 큐브 같은 단순한 형태이며, 상하·좌우·전후 여섯 면의 중심을 세 개의 축대가 관통한다. 8개의 하부공간은 ① 서정주·한용운·김소월 축이 빚는 공간, ② 정지용·한용운·김소월 축이 빚는 공간, ③ 서정주·임화·김소월 축이 빚는 공간, ④ 정지용·임화·김소월 축이 빚는 공간, ⑤ 서정주·한용운·이상 축이 빚는 공간, ⑥ 정지용·한용운·이상 축이 빚는 공간, ⑦ 서정주·임화·이상 축이 빚는 공간(그림에서는 앞의 공간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음), ⑧ 정지용·임화·이상 축이 빚는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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