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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89208363
· 쪽수 : 100쪽
책 소개
목차
처음 본 라면 가게
삼천 원만 있으면!
치킨집에서 만난 아이
세상의 모든 젤리
무서운 아줌마
엄마는 나를 좋아해?
세상에 없는 가게
리뷰
책속에서
처음 본 라면 가게
어릴 때 앓은 아토피 때문에 아직도 엄격하게 식단 관리를 하는 환이. 엄마는 자연에서 수확한 그대로가 아닌 가공 식품이라면 질색했지만, 환이는 엄마가 그럴수록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갈수록 강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과자를 잔뜩 사 와 신나게 먹다가 현장을 딱 들켜 먹던 걸 죄다 빼앗기고 만다. 그렇게 쓸쓸하게 길을 걷던 환이 앞에 ‘세상의 모든 라면’을 판다는 가게가 떡하니 나타난다. 환이는 매일 간판이 바뀌는 이상한 가게를 잊지 못하고 한번 가 보기로 마음먹는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환이는 학교에 가면서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목이 빠지도록 가게를 쳐다보곤 했다. 이상한 가게였다. 간판 글씨가 자꾸 바뀌었던 것이다.
첫날, 그 가게를 보았을 때는 분명히 흰 바탕에 까만 글씨로 ‘세상의 모든 라면’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에 보았을 때는 노란 바탕에 번쩍번쩍 빛나는 글씨로 ‘먹는 게 남는 라면집’이라고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수요일인 오늘 아침에 보았을 때는 간판 모양까지 세로로 바뀐 데다, 초등학생이 쓴 것같이 비뚤비뚤한 글씨로 ‘세상에서 제일 싸고 맛있는 라면, 못 먹으면 후회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 어디 한번!’
환이는 마침내 결심했다. 지난번에 컵라면을 사고도 삼천 원이 남아 있었다. 라면값이 얼마나 비쌀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한번 가게에 가 보기로 했다. 오늘은 학교 수업이 빨리 끝나서 ‘영어 동화책 읽기’ 학원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식당에 들르기에 다시없는 기회였다.
(중략)
“야, 약국 옆에 가게 하나 새로 생겼잖아. 간판도 자꾸 바뀌고.”
환이는 진혁이에게 간판 모양이랑 그 위에 적힌 글자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진혁이는 그런 가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가게를 못 봤다고? 그렇게 큰 간판이 달려 있는데?”
환이는 초조하게 주머니에 있는 삼천 원을 만지작거렸다. 손에서 나온 땀 때문에 돈이 축축해져 갔다. 진혁이의 말처럼 그 가게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삼천 원만 있으면!
가게는 간판이 바뀌는 것 말고도 수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점원이나 어른 손님은 한 명도 없이 모두 아이들뿐이었고, 쪼글쪼글하고 따뜻한 손 모양 손잡이가 말도 하고 라면값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환이는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라면 뷔페에 홀딱 반해 배가 터지고도 남을 만큼 온갖 라면을 먹어 치운다. 한참 뒤에야 정신이 번쩍 들어 부랴부랴 가게를 나섰지만, 이상하게도 배가 부르기는커녕 꼬르륵 소리가 우렁차게 울리고 라면 맛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닌가? 환이는 울고 싶었다.
마침내 환이의 떨리는 손이 가게의 손잡이를 잡았다. 조심, 조심.
“빼애액----!”
그런데 환이가 손잡이를 잡자마자 어디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우렁찬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환이는 지나가는 사람이 볼까 싶어서 얼른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기적 소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계속해서 울렸다. 하얀 연기가 앞을 가로막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난 환이가 다시 나가려고 재빨리 뒤돌아서 손잡이를 잡았다.
“아악!”
환이는 소스라치며 비명을 질렀다. 둥그렇고 딱딱했던 손잡이가 진짜 사람 손으로 변해서 환이의 손을 덥석 잡았던 것이다.
“들어왔으면 먹고 가야지, 어딜 가려고 그래?”
손잡이가 환이의 손을 굳게 잡고 말했다. 쪼글쪼글하고 따뜻해서 더 기분이 나빴다.
“삼천 원에 라면이 무제한이야. 진짜로 그냥 갈 거야?!”
손잡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목소리로 능글맞게 말했다.
환이는 있는 힘껏 손잡이, 아니 손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무심코 뒤돌아보니 어느새 연기가 걷혀 있었다. 뿌옇던 가게 안이 이제 환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