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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89208714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1-02-25
책 소개
목차
한밤중 그라피티 사건
덫에 걸리다
납치 전담반
리더 교체
마지막 임무
아르다 구출 작전
사악한 음모
악몽 같은 하루
은밀한 제안
말장난
꿈꿀 자유를 찾아서
감정을 마주하는 방법
나쁜 비밀
작전명 투란도트
무모한 시도
결정적인 힌트
선택받은 아이
수상한 낌새
행복 임상 시험
플랜 B
마지막 게임
기밀 사항
불길한 예감
어이없는 실수
수상한 주사기
뜻밖의 방문객
리뷰
책속에서
한밤중 그라피티 사건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가까운 미래, 부유층을 위한 완벽한 계획도시 그란우르베의 밤거리에 그림자 셋이 홀연히 나타나 새하얀 벽면에 의미심장한 글귀를 남긴다. 곧이어 감시용 드론과 경찰들의 발 빠른 공조로 비밀 결사대의 리더 닐 옵스타트가 현장에서 체포된다. 비밀 결사대는 휴대폰이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것에 반대해 ‘스마트폰 통제법’ 제정을 옹호하는 단체로,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게릴라성 시위와 휴대폰 중독자들의 재활을 비밀리에 돕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납치 전담반을 만들어 이들의 배후에 있는 킴 티모테이 박사의 뒤를 쫓고, 거대 통신 회사 트리플우베 역시 자신들의 고객을 빼 가고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인적이 드문 거리에 느닷없이 나타난 검은 그림자 셋이 어둠 속을 쏜살같이 지나갔다. 옷과 모자, 스마트 안경, 그리고 마스크까지 죄다 검은색이었다. 그들은 발소리도 내지 않은 채 은밀하게 움직이더니, 새하얀 벽면 앞에 도착하자마자 래커로 글씨를 써 내려갔다.
스크린은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눈은 삶이고, 스크린은 죽음이다.
눈을 쳐다보라!
그 순간, 감시용 드론이 나타났다. 처음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작은 불빛이 계속해서 깜빡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알아차렸다.
“조심해! 드론이야.”
“도망가!”
그림자 둘은 래커를 내동댕이치고 냅다 달아났지만, 나머지 하나는 서명을 마무리하느라 시간을 끌었다.
감시용 드론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순찰차를 서둘러 호출했다. 경찰들은 수배 중인 용의자가 움직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으로 달려오던 중이었다. 일찌감치 도망친 그림자 둘은 맨홀 뚜껑을 열고 땅속 깊숙이 사라졌지만, 나머지 하나는 결국 검은색 제복을 입은 거구의 경찰들에게 겹겹이 에워싸였다. 저항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는지, 검은 그림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요. 항복할게요. 제가 졌어요.”
경찰이 다가와 검은 그림자의 모자와 스마트 안경, 마스크를 차례로 벗겼다. 그러자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서글서글하게 웃는 매력적인 소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소년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침착했다.
아르다 구출 작전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난 닐은 피부에 위치 추적 칩이 이식되어 비밀 결사대 활동이 어려워지자 친구인 조르드에게 결사대의 리더 자리를 물려준다. 때마침 조르드의 전 여자 친구였던 아르다의 부모가 찾아와 휴대폰 중독을 치료할 방법이 있는지 묻고, 조르드와 닐은 조심스럽게 비밀 결사대가 운영하고 있는 센터 얘기를 전한다. 휴대폰만 붙잡고 사느라 점점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가는 아르다를 구하기 위한 비밀 작전이 추진되고, 우여곡절 끝에 센터에 들어간 아르다는 휴대폰 금단 증상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조르드, 아르다가 너무 걱정돼서 네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눴어. 너랑도 예전에 휴대폰 중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지? 그때는 네 생각에 동의할 수가 없었어. 네가 문제를 과장한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 아르다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걘 지금 사람 꼴이 아니야. 우리와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아. 아니, 그 누구와도 말을 안 해. 공부도 안 하고. 휴대폰 외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어.”
(중략)
“이런 중독을 치료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어. 휴대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습관을 고쳐 준다던데. 그걸 뭐라고 하더라?”
“디지털 디톡스요.”
조르드가 대답했다.
“그래, 그거. 아무래도 네가 그쪽 사람을 알고 있을 것 같아서 찾아온 거야.”
조르드와 닐은 조심스럽게 눈을 마주쳤다. 이런 일에는 매우 신중해야 했다.
그때 조르드 아빠가 끼어들었다.
“이분들은 휴대폰을 갖고 오지 않았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왔으니 감시용 드론에 얼굴이 찍히지도 않았을 거야. 이분들이 여기에 있는 걸 그 누구도 알지 못해.”
“우린 적이 아니야. 그저 절망에 빠진 부모일 뿐이지.”
아르다 아빠가 하소연하듯이 말을 이었다.
“너희가 다른 아이들에게 해 줬던 것처럼, 우리 아르다도 휴대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 앤 지금 유령이나 다름없어.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낯선 사람들과는 대화하면서 우리와는 한 마디도 안 해. 가상의 친구들은 많은 것 같은데 진짜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지. 그 아이에게 우리는 그저 투명 인간일 뿐이야.”
사악한 음모
거대 통신 회사 트리플우베는 모바일 게임과 왭스 메신저를 통해 아르다가 비밀 결사대에 포섭되었다는 것을 알아낸 뒤 비상이 걸린다. 비밀 결사대에 대한 대중의 우호적인 여론이 높아질수록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스마트폰 통제법’이 승인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빅토르 사장은 아르다 사건을 입맛대로 조작하고 소문을 부풀려 비밀 결사대를 와해시킬 계획에 착수한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정신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최면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통계에 따르면 대중들은 휴대폰 중독을 치료하겠다면서 이런 식으로 벌인 납치 사건에 제법 우호적이야. 이게 다 아이들이 중독에서 벗어나 얼마나 놀라운 변화를 보였는지 그 부모들이 앞다투어 떠들어 댄 탓이지. 판결이 무거우면 여론은 납치범들을 옹호하고, 반대로 판결이 가벼우면 납치의 유용론을 들고 나서지 않나?”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외부에 알리지 말까요?”
“그래야지. 이대로 가다간 스마트폰 통제법이 통과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이번 사건을 비밀 결사대에게 최대한 불리하게 만들어야 해. 그러려면 그들을 어리석은 미치광이들처럼 보이도록 꾸미는 게 좋겠어. 우린 자유를 수호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법을 위반한 범죄자들이야. 인류의 발전을 가로막고 신념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는 파렴치한들이지. 중독자들의 정신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우리를 망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대중들이 믿게끔 만들어야 해. 그들이 바라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교묘하게 손을 써야 한다고.”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사장은 아몬드 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납치 사건과 관련된 소문……. 그래, 소문은 충분히 조작할 수 있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해. 경찰을 따돌리고 우리가 직접 행동에 나서는 거야. 그들이 우리의 고객을 어디로 빼돌렸는지부터 알아내야 해.”
(중략)
“내 생각에는 그들이 우리 제품에 반감을 품게 만드는 약물 같은 걸 그 가여운 아이들에게 주입할 것 같단 말이지. 만일 약물 과다 복용으로 아이가 의식을 되찾지 못하기라도 하면 정말 끔찍할 거야. 안 그래?”
우그 부사장의 얼굴이 공포로 하얗게 질렸다.
“그러니까 죽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죠?”
“정말 끔찍하지 않나? 어쨌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아이가 죽는다면 여론이 그들에게서 순식간에 등을 돌릴 거야. 생각해 봐. 납치범들은 살인범으로 재판을 받을 거고, 세상은 우리 편이 되겠지.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명만 죽으면 돼. 예쁘고 천진난만한 여자아이가 좋겠어. 그런 일이 생기면 의회에서도 스마트폰 통제법을 결코 승인하지 않을 거야. 우그, 자네 생각은 어때? 내가 하는 말이 허무맹랑하게 들려?”
“아니, 아닙니다, 사장님. 그럴 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