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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217105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05-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 선생님이 되고 싶은, 되어가는 누군가에게 4
PART I 설레는 사범대 생활 _ 꿈은 선생님입니다
무조건 사범대학 12 / 자유와 열정과 객기 16
성장에는 위험과 상처가 따른다 22 / 고등학교 4학년 27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33 / 합격 기원 임고 응원 38
임용고시를 대하는 사범대생의 자세 42
내가 선생님이 될 자격이 있을까 46 / 첫 교생실습 50
아무래도 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55 / 임고 초수생의 일상 59
편견 없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63 / 첫 임용고시 68
PART II 슬기로운 임고생 생활 _ 선생님으로 가는 길
사범대 졸업하면 선생님되는 줄 알았는데 78
고시생의 외로움에 대하여 82 / 알바생 겸 임고생 86
미분개색기(謎紛芥索紀) 92 / 프리맥의 원리 96
치열함의 한가운데 남은 향기 100 / 2차 시험 스터디 103
사립학교 선생님 107 / 꿈속에서 찾은 꿈 111
돈 없으면 고시 공부도 못한다 116
이때는 원래 그런 거예요 119
나의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123
PART III 지혜로운 기간제 교사 생활 1 _ 나는 기간제 교사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다 132 / 그렇게 어른이 된다 137
내재적 동기, 외재적 동기 142 / 노란 구두 145
잘 알지도 못하면서 151 / 너의 이름은 156
선생님이란 북극성 같은 것 161
선생님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못하고 167 / 지하 25층 171
어느 아파트 살아요? 176 / 첫 학부모 상담 180 / 첫 시험 감독 186
여자 교감 선생님 192 / 지금의 내 모습을 응원해주세요 195
아직은 진짜 선생님이 아닌 걸까 199 / 기간제 교사의 월동 준비 I 205
기간제 교사의 월동 준비 I 209 / 너희와 만난 건 행운이야 213
PART IV 지혜로운 기간제 교사 생활 2 _ 나는 임고생이고 기간제 교사입니다
기간제 교사가 된 임고생 220 / ‘무난하게 합격’했다는 말 226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230 / 잊지마, 나는 임고생이야 233
목소리 콤플렉스 236 / 장미 개학 240
학기마다 이별 준비 246 / 기간제 선생님이라 미안해 251
기간제 교사는 방학이 싫다 255 / 꼭 다시 만나 258
‘1차 1순위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65 / 2차 시험 첫날 271
2차 시험 둘째 날 275
에필로그 _ 좋은 선생님이 될 거예요 280
리뷰
책속에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된 그 순간부터 내 꿈 은 늘 선생님이었다. 더 큰 꿈을 꿔보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당시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비행 참가자, 이소연 과학자를 동경하며 생활기록부 장래희망에 ‘항공우주연 구원’이라고 적었던 그때에도 내 마음은 여전히 선생님이 되고 싶어했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나도 알고, 친구도 알고, 부모님도 알고, 나와 친한 사람이라면 모두 알았다. 나는 친구들에 게 내가 아는 것을 설명하는 일을 좋아했고 잘했다. 고등 학교 3학년, 대학 원서를 써야 할 때, 공부를 아무리 잘하 더라도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아 섣불리 원서를 쓰지 못하던 친구들을 보며 나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잘하기도 했으니까.
고기를 잠깐 담갔다 뺀 설렁탕처럼 밍밍하기만 했던 교 생실습 시간이 어느덧 다 지나가고 마지막 날이 되었다.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눈물바다가 된다던 그 교생 마지막 날, 난 아무렇지 않게 교실에 들어 갔다. 아이들과 수업 시간 말고는 친분을 쌓기 어려웠기 때문에 역시 아이들을 보아도 아무렇지 않았다. 하루종일 각 교무실을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알려주신 선생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다른 반 수업 시간에 들어 가 마지막 인사를 한 후, 드디어 마지막의 마지막 우리 반 종례시간이 되었다. 이미 마지막 이별 파티가 시작되어 시 끌벅적한 인기짱 교생 선생님 반을 애써 무시하며 1학년 3반의 문을 열었는데….
교탁 위에 올려진 케이크와 롤링페이퍼, 서툰 솜씨로 잔뜩 꾸민 칠판, 아쉬움에 가득 찬 아이들의 표정을 보자 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말았다. 삐 뚤빼뚤한 글씨로 눌러쓴 롤링페이퍼에는 놀랍게도 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말들이 적혀 있었다. 아무도 내 가 하는 말에 관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모두 기억 하고 있던 것이었다. 내가 한 말, 내가 한 행동, 내가 지은 표정까지. 아이들이 자신의 진심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기 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짧았던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 달았을 때 바로 후회가 물밀 듯 밀려왔다. 내가 상처받지 않으려고 마음을 80퍼센트만 주었던 것이 오히려 아이들 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지….
지금까지 임용고시라는 나무를 바라보기만 하고 직접 올라보지도 않은 주제에 오르지 못할 나무라 단정 지으며 마음을 단념했던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그래서 인생에 한 번뿐인 교생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아이들과 친 해질 수 있는 기회들을 스스로 놓쳤으며, 즐겁다고 느끼는 내 진심을 애써 무시하며 재밌어도 그렇지 않은 척 자신을 속여 왔다.
이제야 솔직하게 말해본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 좋았 고, 수업을 하는 내 모습이 좋았고, 학교가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여느 날처럼 빵집 알바를 마치고 독서실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 다. 고개를 들어보니 고등학교 때 생물 선생님이셨다. 음식을 포장하러 오신 것 같았는데,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내가 생물을 가장 좋아하게 된 이유가 바로 그 선생님 때문이었다. 늘 재밌게, 이해하기 쉽게 수업해주시던, 내가 존경하던 선생님임을 인지한 짧은 순간에 인사를 드릴 까 말까 몇 번이나 마음을 먹었다가 말았다가 했다. 하지 만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공부도 잘하고 수업도 열심히 듣던 그때 그 학생이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혼자 식당에 앉아 밥 먹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이라면 생물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나를 기특해하실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시집가서 사는 게 바빠 엉망이 된 집과 자기 모습을 친정엄마에게 들 키고 싶지 않은 딸의 마음이 이럴까? 다시 만나 뵙게 된다 면, 반드시 선후배 교사로서 인사드리고 싶었다.



















